[분석] “中 3중전회, 경제 전략 실종…개혁개방 종언”

2024년 07월 19일 오전 11:31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가 18일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하고 중국식 현대화를 추진한다”는 방향성을 담은 성명 발표와 함께 폐막했다.

중화권 전문가들은 모호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할 뿐 현재 중국이 마주한 경제적 난관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 조치가 담겨 있지 않다며 ‘경제 개혁의 시대에 대한 종언을 고한 성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고 VOA는 전했다.

18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당 중앙)는 나흘간의 3중전회를 마치고 5천 단어 분량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공산당 관영 CCTV는 저녁 뉴스를 통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회의에 참석해 연설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3중전회는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다. 회의 기간 전후로 중국 안팎에서는 ‘시진핑이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CCTV는 마지막 날에야 폐막식에 참석한 시진핑의 모습을 비추며 이러한 소문을 불식시킨 셈이다.

성명은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한 성과”를 선전하고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 “중국식 현대화”와 국가 건설, 국가 부흥을 위해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성명에는 3중전회를 앞두고 관영 언론에서 반복적으로 오르내린 ‘사회주의 시장 경제 메커니즘’, ‘고품질 발전’에 새로운 내용은 없었다.

다만, “국가 안보가 중국식 현대화의 안정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토대”라며 “국방과 군의 현대화가 그 중요한 부분”이라는 강조가 담겼다. 아울러 “당의 지도력은 이 정책의 ‘근본적인 보증’이다”라며 경제 해법보다는 당의 권력 유지에 신경 쓰는 뉘앙스도 내비쳤다.

“질적 성장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대책은 빠져”

3중전회는 중장기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회의다. 이번 회의에서는 부동산 위기, 청년 실업률, 지방정부 부채, 조세 개혁 등 중국 경제의 주요 현안들이 논의되고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게 외부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하지만 이번 성명은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을 위해 고품질 발전(질적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산업 고도화를 위한 제고 구축, 금융 분야 개혁, 도시-농촌 간 균형 발전, 소득 분배 등이 주요 개혁 방향으로 거론됐다.

시장에서 기대했던 내수 부양 정책은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2분기 경제성장률이 4.7%로 예상치를 크게 밑돌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대중 강경책이 논의되는 상황에서 경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거나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하는 부분은 없었다.

호주의 명문대로 세계 100대 대학에 속하는 모나쉬 대학 경영대학원의 시후링 교수는 성명을 분석한 후 “실망스럽다”며 중국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외국 자본의 이탈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은 전혀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시후링 교수는 VOA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중국이 직면한 경제 문제에 대한 거시경제적 조정은 전혀 없다”며 “기본적으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경제 관료들이 ‘탕핑(躺平·드러눕는다는 뜻,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시진핑이 내세운 “중국식 현대화”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이전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과의 차별화를 위한 표현”에 불과하다며 “현대화”라는 말에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가 들어 있는 것인지 대중이 이해할 만한 내용이나 설명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곱지 않은 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이 모인 중국판 카톡 위챗 단체 채팅방에는 한 투자자가 “(성명을) 읽고 나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또 다른 투자자는 “읽고 나서 박수를 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실질적인 정보가 담겨있지 않았다는 불만을 나타냈다.

앞서 이달 초 칭화대 경제관리학원 교수인 리다오쿠이는 1조 위안 규모의 소비쿠폰을 발행해 내수를 촉진하는 경기 부양책을 제안한 바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화폐정책위원을 지낸 리다오쿠이 교수는 이 정책이 4배(4조 위안)의 효과를 가져와 소비 심리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번 3중전회 성명에는 이미 중국 내부에서 제시되는 여러 가지 해결책과 유사한 대목을 찾을 수 없어 이에 관한 적절한 검토가 이뤄졌는지 의문도 제기된다.

외국계 컨설팅 업체인 트리비움 차이나는 3중전회 전에 중국의 경제 회복과 기술 발전 촉진, 지정학적 위험 관리, 인구 위기 대응, 녹색 전환 등 7가지 기대 사항을 전문가와 정리해 발표했다. 이번 성명에 지정학적 위험, 녹색 성장에 관한 언급이 일부 포함됐지만 구체적인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존에 해왔던 말 반복, 과거 방식으로 회귀”

미국 세인트토머스대 국제학 예야오위안 석좌교수는 “이번 성명의 경제 담론은 새롭지 않으며,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반복적으로 선전하더라도 중국의 경제 침체를 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야오위안 교수는 “시진핑의 경제 개혁이 국진민퇴(國進民退·국유기업 전진, 민간기업 후퇴)와 외국인 투자 통제 등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이는 모두 시장 경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3중전회 폐막에 맞춰 개최된 대만 민간 싱크탱크인 국책연구원 세미나에서도 비판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탄장대 대륙연구소 훙야오난 부소장은 “시진핑은 10년 전 18기 3중전회에서 ‘자원 배분에 있어 시장의 결정적 역할’을 강조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외부는 ‘국진민퇴’라는 정반대 상황을 목격하고 있다”며 “그리고 5년 후인 19기 3중전회에서는 헌법을 개정해 종신집권의 기반을 닦았다”고 지적했다.

훙야오난 부소장은 또한 “중국식 현대화”를 강조하며 “(서구 방식을) 모방하고 재생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시진핑의 발언은 “서구 시장경제 모델과의 결별을 예고한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 경제가 더욱 빠르게 과거 사회주의 통제 체제로 돌아갈 것으로 우려했다.

이어 이번 3중전회 성명에 대해 “서구 시스템을 따르지 않고 권위주의 통치를 주장하고 있다”며 “11기 3중전회에서 발표된 덩샤오핑의 경제개혁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고 평가했다.

국립대만대학 정치학과 밍쥐정 명예교수는 “시진핑이 말하는 ‘개혁’은 지방 분권과 경제 개방을 잘못된 것으로 여기고 중앙집권화와 개인숭배의 옛 방식으로 되돌아가려는 시도”라고 진단했다.

밍쥐정 교수는 “항상 전쟁에 대비해야 하고 느슨해지면 안 된다는 시진핑의 국가안보 우선주의 때문에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느슨한 정책’은 의제에 오를 수 없었다”며 “경제가 정치에 갇혀 있기에, 20년이 지나더라도 경제 정책은 항상 같은 방향으로 결론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