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 수출 통제 고삐…자국 업계는 과잉생산에 ‘허덕’

2024년 07월 18일 오후 6:17

중국 정부가 첨단산업 핵심 원료인 희토류를 수출 규제하기로 한 가운데 희토류 분야 주요 국유기업들이 가격 하락으로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국유기업들은 수요 증가를 예상하고 생산량을 늘렸지만, 중국 경기 회복 속도가 저조해 국내 수요가 부진한 데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우려한 외국의 자체 공급망 보강이 겹치면서 공급 과잉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광물 회사인 광성(廣晟)비철은 올해 상반기 적자 전환했다. 최대 순손실은 최대 3억1100만 위안(약 590억원)으로 예상됐다. 디스프로슘, 테르븀, 디디뮴 등 주요 희토류 제품 가격의 급락이 주요 원인이라고 닛케이 아시아는 17일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중국 공산당 지도부의 희토류 산업 통합 전략에 따라 중국희토그룹에 편입됐지만 가격 하락으로 인한 마진 급감과 재고량 감소라는 이중 타격을 극복하지 못했다.

중국희토그룹은 국유 희토류 기업 3곳의 합병으로 탄생한 정부 직속 중앙기업이다. 이 그룹 산하의 또 다른 상장사인 중국희토류자원기술 역시 올해 상반기에 최대 2억 5,125만 위안의 순손실 예상과 함께 적자 반전했다.

푸젠성 정부 산하 금속 채굴 기업인 샤먼 텅스텐은 텅스텐 등의 분야가 성장함으로써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28% 증가했지만, 희토류 사업 부문에서만은 전년 대비 22% 감소했다. 중앙 정부의 지시에 따른 희토류 사업 부문 매각으로 인한 여파도 있었다.

수요는 부진한데 생산은 과잉…줄줄이 적자

희토류는 지표에 매장된 17종의 희소금속을 가리킨다. 독특한 화학적 전기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 광범위한 첨단산업에 사용되는 필수 소재다.

중국은 세계 최대 희토류 매장량과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시진핑이 이끄는 중국 공산당 정권은 미국과 무역전쟁이 고조되자 ‘국가 안보’를 내세워 희토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오는 10월 1일부터 발표될 희토류 수출 규제에 따르면 희토류 자원을 관리하는 개인과 기업은 “당과 국가의 노선, 원칙, 정책, 결정 및 배치”를 준수해야 한다.

당이 국가 앞에 놓이는 것은 사회주의 중국의 ‘특색’이다. 기업은 합리적 판단보다 당의 노선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경영에 임해야 한다. 문제는 당의 노선이 기업의 생존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규모면에서 중국 최대 희토류 생산기업인 셩허(盛和)자원은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서도 올해 상반기 최대 7200만 위안의 손실이 예상된다. 다른 국유 희토류 기업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순이익에서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흑자를 낸 기업도 없진 않다. 중국 최대 희토류 채굴·제련 기업인 북방희토는 상반기 흑자를 거뒀지만 최대 5400만 위안에 그친다. 이는 전년 동기(상반기) 대비 95~97% 폭락한 수준이다.

중국 공산당의 자국 희토류 기업 통폐합은 공급망을 하나로 단일화해 국제시장에서의 가격 결정력을 높이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희토류 무기화를 감지한 미국과 서방 국가들이 자체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상황은 중국의 예상과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전기차 등 첨단산업 제품에 대한 각국의 관세 부과와 무역 장벽 강화 움직임이 더해지면서 과잉생산으로 인한 중국 희토류 기업들의 어려움은 한동안 해소되기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