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북한 정권 무너뜨릴 KO 펀치? 바로 탈북민들의 성공”

탈북민 출신 인권활동가 지성호 전 의원 인터뷰

정향매
2024년 07월 17일 오후 4:13 업데이트: 2024년 07월 18일 오전 11:09
P

유엔은 10년 전 보고서에서 “북한에 의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었으며,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 당국의 인권 침해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는 수십 년간 연대해 왔다. 10년이 지난 지금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외부 세계의 노력은 북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본지는 지난 15일 경기도 양평군의 한 카페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20년 가까이 활동해 온 지성호 전 국민의힘 국회의원을 만나 그의 견해를 들었다.

지 전 의원은 1982년 두만강 가의 탄광촌인 함경북도 회령시에서 태어났다. 열네 살 때 생활고에 석탄을 훔치다 열차 바퀴에 깔려 왼쪽 손과 왼쪽 다리가 절단돼 중증 장애인이 됐다. 10년 후인 2006년 목발을 짚고 북·중 국경을 거쳐 탈북해 대한민국에 귀순했다. 2010년 북한 인권 단체 NAUH를 설립해 북한 주민 수백 명의 탈북을 도왔고, 2018년 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국정 연설에 참석해 북한 인권의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이후 2020년 5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제21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 북한 인권 문제가 개선되고 있나?

북한 인권은 퇴보했다. 김정일은 국제 사회가 인권 문제를 제기하면 못 들은 척했는데, 김정은은 인권 문제를 꺼내지 못하게 한다. ‘반(反)인류 범죄자’로 찍히거나 국제형사제판소에 회부되면 해외 활동할 때 체포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북한과 대화하려면 인권 문제는 제기하지 말라고 하고 “한국 정부가 북한 인권 기록 기관의 활동을 멈추지 않으면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뜻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김정은은 가끔 공식 행사에 장애인 아동을 노래 부르게 하거나 국제 체육대회에 장애인 선수단을 파견하는 등 이른바 ‘장애인 인권’을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진정성이 없다고 본다.

– 현재의 북한 인권이 이전보다 퇴보했다고 보는 이유는?

다수 북한 주민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가운데 김정은을 둘러싼 그의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다. 가장 가깝게는 그가 고모부 장성택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처형하고, 이복형제를 말레이시아에서 테러한 사례가 있다. 김정일 시기는 주민들이 북한에서 탈출하면 잡아들이고 말았는데, 김정은은 국경 지역에 철책을 치거나 구덩이를 파고 심지어 지뢰를 매설하는 방식으로 탈북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은 기본적인 생존권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받지 못한 채 강제 노역에 동원된다. 수십 년간 노예처럼 일을 하고도 식량 배급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군인들은 군량미를 수탈당하고 농민들은 농사지은 식량을 집에 가지고 갈 수 없으며, 지금도 북한에는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최소한의 소망, 통일에 대한 희망을 잘라버렸다. 과거 북한 정권은 국민들에게 “북한 땅은 대부분 산악 지역이어서 곡식을 심을 땅이 부족지만 남한은 비옥한 땅이 많다. 통일이 오면 우리는 쌀밥도 먹고 잘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정은 정권은 현재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며 통일에 관한 모든 것을 삭제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현재 가장 어두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생각한다.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속담이 있다. 북한은 그 시점에 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

지난 15일 경기도 양평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성호 국민의힘 전 국회의원.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 북한의 인권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주변 독재 국가들이 북한과 연대를 이루고 자신들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망각한다. 세상은 바뀌고 진보하고 있는데, 북한은 과거 어둠의 세상으로 퇴보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주변 독재 국가 지도자들은 북한을 보고 “아 저런 나라도 있으니까 내가 하는 것은, 이 정도는 그나마 괜찮을 것”이라며 독재에 대한 나름의 명분을 갖는다. 자국민을 위하고 국가 부강을 위한다는 이른바 ‘명분’을 가지고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 현재 북한, 중국, 러시아는 ‘악의 축’ 연대를 이룬다. 그 중심에는 북한이 있다. 서로 친분을 유지하면서 비정상적인 (인권 유린) 행보에 대한 죄책감을 잊어 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 생각하고 있는 해결책이 있다면 들려달라.

민주주의 국가 정상, 언론인, 시민들이 깨어나 북한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러한 목소리가 북한 내부에 전달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북한을 비롯한 인권 침해 국가의 독재자들은 나쁘지만 그 속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잘못이 없다. 국민들이 독재 정권의 잘못을 인지하고,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끔 일깨워 줘야 한다.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의 삶이 궁금하고, 외부 세계에 대해 알고 싶어 한다. 해외에 나와 인터넷을 접하는 탈북민들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가 ‘탈북자’다. 그들은 휴전선 이남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한국인은 경제 번영을 누리면서 여권을 가지고 해외여행도 다니고 달러도 사용하는 모습을 알게 된다. 이러한 정보는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입소문이나 USB 등에 담은 정보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이런 이유로 김정은은 외부 세상을 접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북한 정권이 무너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 북한 정권이 앞날이 어둡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렇다. 북한 정권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 김정은이 현재 통일을 부정하는 것이 그 근거다. 이는 북한 사회와 선대 지도자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민족 공동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북한 정권은 집권 정당성이 있어야 체제가 유지되는데, 지금은 그 정당성을 잃어가고 있다. 정권 유지의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탈북민의 성공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마지막 한 방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에서 탈출한 주민들이 국회의원이 되고 기업인이 되는 등 탈북자 10% 이상이 한국 사회에서 중산층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북한에서 장애를 가진 꽃제비 출신인 내가 대한민국 국회의원에 당선됐을 때 북한 사회에 안긴 충격을. 평양에 가본 적이 없고, 평양냉면을 한 그릇도 맛본 적이 없으며 북한 길거리에서 살아가는 거지는 지금도 많다. 그들 중 하나가 한국에 건너와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국회에 입성한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다수 국회의원 중 한 명에 불과하지만, 나의 당선은 2500만 북한 주민의 마음과 생각을 흔들어 놓은 사건이다. 북한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탈북자들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딛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이다. 그 몫만큼 우리는 열심히 살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북한에 갇혀 죽은 사람, 탈북에 실패한 사람의 목숨값까지 더해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는 슬픈 일이 있어도 행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나 같은 활동가 겸 정치인은 더 노력해서 더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심적으로 행복하게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