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컨, 케네디, 레이건…美 대통령 수난사

공화당 후보로서 대통령 재선에 도전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7월 13일 오후 펜실베이니이아주 버틀러에서 선거 유세 중 총격을 받았다. 총탄은 트럼프의 귀를 스쳐 지나가서 암살 시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파문은 지속 중이다.
미국에서 대통령 암살 시도의 연원은 깊다. 2008년 미국 연방의회 공식 싱크탱크 의회조사(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CRS)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대통령 당선인, 대통령 후보 암살 시도는 총 15차례 발생했다. 11건이 권총, 2건이 자동소총, 1건이 수류탄에 의한 범행이었다.
첫 암살 시도는 제7대 대통령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이 표적이 됐다. 잭슨이 현직 재임 중이던 1835년 리처드 로런스(Richard Lawrence)가 권총으로 저격했으나 총탄이 불발되면서 잭슨 대통령은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범인 로런스는 “잭슨 대통령이 자신이 돈을 갖지 못하게 하고 국가를 망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신이상 판정을 받았다. 앤드류 잭슨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암살 시도는 미수에 그쳤지만, 이후 총 4인의 미국 대통령이 목숨을 잃었다.
미국 대통령 중 첫 암살 사례는 제16대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Abraham Lincoln)으로 기록됐다. 흑인 노예 해방을 선언하고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그는 남북전쟁 종전 직후인 1865년 워싱턴 DC 포드극장에서 공연 감상 중 존 윌크스 부스(John Wilkes Booth)에게 저격당했다. 링컨을 살해한 부스는 배우 출신으로 남부연합(Southern Confederacy) 지지자였다. 저격 다음 날 링컨은 사망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암살당한 인물은 제20대 대통령 제임스 가필드(James Garfield)이다. 남북전쟁에서 북부군 지휘관으로 맹활약하며 최연소 장성(將星)이 됐던 가필드는 1862년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하여 내리 9선을 했다. 1880년 공화당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됐고 1881년 취임했다. 그해 7월 워싱턴 열차역에서 찰스 기토(Charles Guiteau)가 가필드를 권총으로 저격했다. 기토는 “가필드가 자신을 주프랑스 미국 공사로 임명해 주기를 원했으나 거절하여 저격했다.”고 밝혔다. 가필드는 수 차례 수술을 받았으나 패혈증 증세로 9월 사망했다. 취임 4개월 만이었다.
20세기 첫 미국 대통령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도 흉탄(兇彈)에 유명을 달리했다. 1901년 9월, 뉴욕주 버펄로에서 열린 팬아메리칸 박람회에 참석한 동안 매킨리는 총탄 2발을 맞았다. 저격범은 폴란드계 미국인 무정부주의자 리언 촐고츠(Leon Czolgosz)였다. 첫 총탄은 매킨리의 코트 단추를 스쳤으나 두 번째 총탄은 복부를 관통했고 치명상을 입혔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마지막으로 암살당한 장본인은 존 F. 케네디(John F. Kennedy)이다. ‘뉴프런티어 정신’을 기치로 최연소 대통령에 당선됐던 케네디는 1963년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카 퍼레이드 중 저격당했다. 당시 대통령 전용차 링컨 컨티넨탈은 특수 제작된 차량으로 방탄 기능이 있었지만 퍼레이드를 위해 지붕을 열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총탄을 막지 못했다. 암살범은 리 하비 오즈월드(Lee Harvey Oswald)였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은 동기, 배후가 밝혀지지 않아 미궁에 빠졌다. 각종 ‘음모론’도 존재한다.
미수에 그친 사건도 존재한다. 1975년 제38대 제럴드 포드(Gerald Ford) 대통령은 17일 간격으로 두 차례의 암살 미수 사건을 겪었다. 그해 9월 5일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를 방문 중 불과 1m 앞에서 광신적 종교집단 신자 리넷 프로미(Lynette Fromme)에게 권총 저격을 당했으나 경호원의 제지로 목숨을 건졌다. 프로미는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삼나무 숲 ‘레드우즈’ 파괴를 막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포드는 17일 뒤인 23일에도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호텔을 나서다 프로미와 같은 종교집단 신자 사라 제인 무어(Sara Jane Moore)로부터 권총 저격을 당했으나 총탄이 2∼3m 빗나갔다.
1981년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암살 미수 사건이 발생했다. 3월 30일 레이건 당시 대통령은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나서다 존 힝클리(John Hinckley)가 쏜 권총탄에 저격당했다. 힝클리는 총 여섯 발을 발사했다. 그 중 여섯 번째 탄환이 대통령의 방탄 리무진 전용차에 명중한 후 튕겨나가 레이건 대통령의 왼쪽 겨드랑이에 명중했다. 탄환은 심장 2.5cm 부근에 박혔다. 레이건은 긴급 수술을 받고 소생했다. 수술 시 레이건은 생명이 위중한 상황 속에서 의료진을 향해 “여러분이 모두 공화당원이어야 할 텐데….”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범인은 당시 유명 배우 조디 포스터(Jodie Foster)의 관심을 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제42대 빌 클린턴(Bill Clinton) 대통령도 총기 난사에 목숨을 잃을 뻔했다. 1994년 10월 9일 프랜시스코 마틴 듀런(Francisco Martin Duran)이 이 백악관 담장을 넘어가 클린턴 당시 대통령을 죽이려는 목적으로 반자동소총을 난사했다. 전과자였던 듀런은 재판에서 정신이상을 주장했으나 검찰은 그가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증오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클린턴의 뒤를 이은 조지 W. 부시(George Walker Bush) 제43대 대통령도 2005년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 방문 시 수류탄 투척 공격을 받았으나, 수류탄 불발로 무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