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해협 유사시 中 한국 내 미군 기지 타격할 수도” 국가안보전략硏 보고서

2024년 07월 12일 오전 11:54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라 이름 붙인 패권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그중 지구촌의 대표적인 화약고로 불리는 대만해협은 무력 충돌 위협이 상존하는 곳이다. 집권 3기를 맞이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대만 무력 통일을 불사할 뜻을 수 차례 천명하기도 했다. 양안관계 전문가들은 중국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 총서기 4연임을 결정하는 중국 공산당 대회가 예정된 2027년을 구체적인 침공 연도로 상정하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의 각 싱크탱크에서는 ‘워게임’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한국에서도 대만해협 유사시를 대비한 보고서가 출간되고 있다. 그중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발할 경우 한반도 안보에도 ‘도미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 보고서가 눈길을 끈다. 보고서는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 차출 ▲북한군의 도발 ▲중국 인민해방군과 북한군의 주한미군 기지 타격 등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11월 미국 대선 결과와 관련해서는 “한반도 안보 위기 시나리오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연임이나 주한미군 감축·철군을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과 관계없이 도래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국가정보원 유관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7월 8일, ‘국가안보와 전략’ 2024년 여름호를 발간했다. 그중 ‘2022-2023년 대만해협 위기 평가와 한국의 대비 방향’ 보고서에서는 지난 1~3차 대만해협 위기의 발발과 전개과정, 시사점을 분석하고 4차 대만해협 위기 발발 시 한국의 대비 태세를 제언했다.

보고서는 4차 대만해협 위기 발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올해 5월 출범한 라이칭더 총통의 민진당 정부를 꼽았다. 친미·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총통의 취임으로 양안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며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력 충돌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대만해협 위기를 평가하고 한국의 대비 방향을 제언했다. 보고서에는 지난 5월 친미(親美) 성향 민주진보당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취임함에 따라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할 것이며 미중 양국이 대만해협에서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으로 압박하기 위해 대만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동맹국의 지원과 협력을 요구할 것이다.”라며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을 비롯한 인접국의 연루 가능성을 높게 봤다. 보고서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해석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결론 내렸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유사시 미군을 제3국 분쟁 지역으로 차출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국의 타국 분쟁 자동 개입 가능성도 내포한다.

실제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중국과 무력 충돌 등에 대비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동맹국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2022년 9월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한국의 대만 방어 지원에 대해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택선 대령(해군작전사령부), 이홍정 대령(해군사관학교 교수)이 공저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보고서는 “주한미군의 대만 문제 투입 관련 전력 공백과 전쟁 억제를 위한 유엔군사령부 후방 기지(평택 캠프 험프리스) 피격으로 인한 기능 제한으로 인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 상황을 관리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전력을 대만 문제에 투입할 것이다.”라며 “중국은 한국의 직·간접적 대만 지원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과 일본 내 미군 전력에 대한 타격을 가할 수 있다.”고 밝혀 유사시 중국 인민해방군이 한국·일본 소재 미군기지를 타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주한미군은 제8군을 중심으로 한 지상군으로 구성돼 있으며, 핵심 기지는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이다. 해·공군 위주의 주일미군은 해외 주둔 미군 중 최대 규모로 도쿄 인근 요코스카(横須賀)에 미국 해군 제7함대 모항(母港)이 있다.

보고서 저자들은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억제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핵심전력을 빠른 시일 내 확보하고 한국 내 미군 시설에 대한 한미 공동 방어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통해 한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에 대한 안전 보장뿐만 아니라 북한의 도발 빌미를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한미동맹 차원에서 대만 문제 관련 한국의 역할과 개입 수준을 명확히 하여 한미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긴밀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대만 문제 관련 전략적 소통 속에서 동맹 차원의 역할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