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멕시코 우회 수출하는 중국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

강우찬
2024년 07월 11일 오전 9:43 업데이트: 2024년 07월 12일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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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행정부, 멕시코가 중국 ‘백도어’ 될 가능성 사전 차단

미국과 멕시코가 관세를 회피하는 이른바 ‘환적’ 행위에 대한 공동 대응에 나섰다. 멕시코를 경유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새롭게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는 중국이 과잉생산한 자국 철강·알루미늄 물량을 미국 시장에 풀어놓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로이터,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미 백악관은 10일(현지시각)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제품 가운데, 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용해 및 주조됐다는 증빙서류가 없을 경우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의 공동 정책에 의한 것”으로, 발표 당일 즉시 발효됐다.

이날부터 미국으로 철강 제품을 수입하는 업자는 원산지를 나타내는 분석 증명서를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 제출해야만 25% 관세를 피할 수 있다.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는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사실상 단일 경제권을 구축하고 있다. 이 협정은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은 3국 간 무역에서 관세가 면제되며, 협정 체결국은 중국과의 FTA가 금지된다.

이번 조치에서는 멕시코에 수입되는 알루미늄 제품에 관한 정책도 포함됐다. 중국, 러시아, 벨라루스 또는 이란에서 주조 혹은 용해된 알루미늄은 멕시코에 수입되면 10%의 관세가 부과된다.

두 대통령은 백악관이 발표한 성명에서 “양국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회피를 공동으로 방지하고 북미 철강 및 알루미늄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의 새로운 무역 조치는 중국에서 과잉생산된 물량이 내수 부진으로 인해 국제시장에 넘쳐나는 상황에 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철강과 알루미늄, 전기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및 주요 광물 등 광범위한 중국산 물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한 바 있다. 대상 품목들은 대부분 최첨단 정보통신(IT) 산업이나 제조업 관련 부품들로 중국이 전략적으로 생산하는 물품들이다.

그러나 미 행정부 관리들은 북미자유협정 체결국인 멕시코가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는 중국의 ‘백도어(back door·몰래 드나드는 뒷문)’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캐서린 타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지난 2018년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관세에서 빠뜨린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 당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이 멕시코로부터 수입한 철강은 약 380만 톤이며 이 가운데 북미 지역 이외에서 온 것은 13%에 그친다. 다만, 행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철강 소비가 감소하면서 향후 수입물량 급증에 대비한 미래적인 조치라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미국 철강협회는 환영 성명을 내고 “관건은 멕시코가 수입하는 금속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하는 데에 달렸다”며 “강력하고 완전한 시행을 위해 지속적인 추가 조치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미국의 시장을 교란하는 중국에 맞서 강경한 조치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