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강제 장기 적출 생존자, 美 워싱턴서 기자회견

정향매
2024년 07월 06일 오전 11:20 업데이트: 2024년 07월 06일 오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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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 입 연 첫 사례…망설인 이유는 “미국서도 스토킹”
“中 교도소 수감 중 위독하니 수술 받으라며 강제로 입원”
“기적적 생존 후 심한 기침·통증…2차 수술 예고에 필사의 탈출”

중국의 강제 장기적출 수술 생존자가 미국으로 탈출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헤이룽장성 출신 중국인 청페이밍(程佩明·58)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로 장기적출 수술을 받고도 살아남아 중국에서 탈출했다”고 밝혔다.

파룬궁 수련자인 청 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2001년 12월 수련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중국 법원으로부터 8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헤이룽장성 다칭(大慶) 교도소에 수감됐다.

파룬궁은 1990년대 후반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나 1999년 7월부터 중국 내 수련이 금지됐으며 지금까지 탄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감 중이던 청 씨는 2004년 11월 16일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의 가족들에게는 “청 씨가 위독한 상황이므로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생존율은 20% 정도에 그친다”는 통보가 전해졌다.

청 씨는 당시 건강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느꼈기에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거부했고, 결국 공안 6명에게 제압돼 주사로 마취제를 주입당하고 수술대로 옮겨졌다.

수술 후 깨어난 청 씨는 왼쪽 유두 옆쪽부터 왼팔 겨드랑이 아래를 거쳐 등쪽까지 가로로 약 35cm에 달하는 꿰맨 자국을 발견했다.

다칭 교도소로 옮겨진 그는 한동안 심한 기침에 시달렸고 좌측 늑골 통증으로 일어서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한동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청 씨는 다른 수감자가 ‘수술 과정을 지켜 본 교도관으로부터 들었다’며 전하는 사건 내막을 듣고 나서야 자신이 간 일부를 적출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시 내 소문이 온 교도소에 퍼졌고 1년 넘도록 수감자들 사이에서 이야깃거리가 됐다”며 “그 후로 2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왼쪽 팔과 늑골에 통증을 느낀다. 궂은 날이나 피곤한 날은 통증이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중국 강제 장기적출 생존자 청페이밍씨가 지난 3일(현지시각) 뉴욕 워싱턴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몸에 남은 수술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2024.7.3 | Madalina Vasiliu/The Epoch Times

2차 수술 예고 듣고 불길한 예감에 탈출 결행

생존율 20%라는 수술을 받고 살아난 후에도 그대로 교도소에 머물렀던 청 씨가 탈출을 결심한 것은 첫 번째 수술 후 약 1년 반 만인 2006년 3월의 일이다.

교도소 측은 그해 2월부터 고문으로 괴롭혔고 청 씨는 단식으로 맞섰다.

파룬궁 수련자들은 부당한 탄압에 때로는 단식으로 항의한다. 교도관들은 공안 당국의 장기 적출 지시가 내려지기 전까지는 수감자들을 건강하게 관리할 의무가 있다. 싱싱한 장기를 지녀야 ‘상품’으로서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련자들이 단식으로 건강 상태가 나빠지면 교도관들도 문책을 받게 된다.

단식으로 저항하던 청 씨는 그해 3월 2일 또 한 번 현지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병원이었다. 침대에 묶인 그를 본 의사는 배를 촉진하더니 “내일 수술하겠다고”고 말했다. 어떤 수술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청 씨는 그날 오후 병원으로 자신을 찾아온 여동생에게서 뜻밖의 말을 전해 들었다. 여동생은 “교도관들이 ‘오빠가 칼날을 삼켜 위독하니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사망할 가능성이 80%’라고 했다”고 말했다.

교도관의 거짓말에 불길한 예감이 든 청 씨는 다음 날 새벽, 자신을 감시하던 두 명의 공안 중 한 명이 잠든 것을 보고는 남은 한 명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한 후 비상구를 통해 병원을 탈출했다.

이후 공안은 시 전역에 수배령을 내리고 추적에 나섰지만 청 씨는 운 좋게 붙잡히지 않고 숨어 지내가다 사건 후 무려 10여 년 만인 2015년에야 중국을 탈출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0년 미국 정부 관리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 정착했다.

미국에 도착하고서도 4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사건을 알린 것은 미국에서도 누군가의 추적을 당하면서 공포감을 완전히 떨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게 청 씨의 설명이다.

청 씨는 “중국 병원에서 겪은 일을 떠오를 때마다 온몸이 떨린다”며 “미국으로 건너온 후에도 스토킹을 당했고 암살 시도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의학박사 리샹춘이 중국 강제 장기적출 생존자 청페이밍이 받은 수술과 관련해 간의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4.7.3 | Madalina Vasiliu/The Epoch Times

“간 일부 절제 확인…어린이에게 이식한 듯” 전문가

미국에서 청 씨는 CT(컴퓨터단층활영), 초음파, X-레이,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등 총 9번의 영상학과 신체 검진을 받았다. 종합 검진 결과, 청 씨의 간좌엽의 외측절편(S2·S3)이 절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청 씨와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중국계 의학박사 리샹춘 씨는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하며 “청 씨의 간은 2004년 11월 수술 당시 절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리 박사는 “간이식 분야 전문가인, 미국과 대만 출신 의사 10여 명과 함께 검진 자료를 분석한 후 이러한 결론을 내렸다”며 “절제된 간좌엽은 간이식이 필요한 어린이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적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청 씨의 미국행과 미국 정착을 도운 로버트 데스트로 전 국무부 차관보가 보낸 지지 서한도 발표됐다.

데스트로 전 차관보는 편지에서 “강제 장기적출은 끔찍한 형태의 인신매매와 장기밀매”라며 “중국 당국이 강제 장기적출을 지원하고 있다는 증거는 충분하다. 모든 선량한 사람은 이러한 악행을 비난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의원도 이번 사건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서한을 통해 “파룬궁 수련생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잔인한 박해는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수많은 중국인이 신념 때문에 투옥, 고문, 강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 그들이 강제 장기적출을 당했다는 증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공산당은 불법 구금된 모든 파룬궁 수련생을 즉시 석방하고 신앙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샘 브라운백 전 미국 국무부 국제 종교자유 담당 대사도 서한을 보내 “용기 있게 나서서 목소리를 낸 청 씨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덧붙여 “강제 장기적출은 절대적으로 야만적이며 반드시 종식해야 한다. 중국공산당은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 씨는 이날 미국 경찰에 신변보호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