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에 있는 中 도청시설 확대 정황” 美 CSIS 보고서

중국, 쿠바 협조 받아 플로리다 앞바다에 도청 기지
미국의 뒷마당에서 전개되는 중국 당국의 첩보 활동에 대한 미국 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 당국의 이러한 활동을 방조하는 쿠바의 도청 시설 4곳이 다년간 규모를 확장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지난 1일(현지 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올 3월 위성 이미지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보고서는 쿠바 수도 아바나에 가까운 베후칼, 와하이, 칼라바자르와 남서부의 엘 살라오 등 4곳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해당 시설들은 미국을 감시하려는 중국의 노력을 지원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바에서 가장 큰 신호 정보 수집 시설은 베후칼에 있다. 해당 시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중국 당국의 정보 활동에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며 지난 10년 사이 크게 확장했다. 쿠바는 자체적으로 위성을 보유하지 않고 있지만, CSIS는 위성 이미지를 통해 베후칼과 칼라바자르 두 곳의 시설에는 위성을 모니터하고 통신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이는 대형 접시 안테나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안테나는 상당한 규모의 우주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중국 당국에 유용할 것이라는 게 CSIS의 분석이다.
와하이에 있는 첩보 시설도 지난 20년 동안 확장해 왔다. 2002년에는 안테나 1개와 작은 건물 몇 개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다양한 크기와 방향의 안테나 12개에 더불어 강력한 단지를 갖춘 시설로 변모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와하이 시설의 건설이나 현대화에 기여했다”는 입증되지 않은 소문이 있다고 밝혔다.
쿠바 남동쪽 끝부분에 있는 관타나모만 미 해군기지 근처의 전자 감시 시설도 업그레이드 및 확장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시설은 엘 살라오라는 동네 근처 산티아고데쿠바시 동쪽에 있는데, 이전에 공개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다. 2021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이 시설은 직경이 130~200m로 추정되는 원형 배치 안테나 어레이(CDAA)로 보인다. 이 정도 규모의 CDAA는 3000~8000해리(5556~14816km) 떨어진 곳에서 오는 고주파 신호의 출처와 방향을 추적하고 파악할 수 있다. 보고서는 “이 CDAA는 미군과 파트너들이 정기적으로 작전을 수행하는 이 지역의 공중 및 해상 영역 인식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중국이 엘 살라오 시설에 접근할 경우 베이징은 관타나모만 미 해군기지 근처의 ‘매우 전략적인 지점’을 확보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CSIS 보고서는 확장된 쿠바 첩보 시설들의 활동 영향권에는 다수 미국 플로리다주 군사시설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는 미국 중부사령부와 남부사령부의 본부,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 기지, 에글린 공군기지를 비롯한 여러 미군 기지가 있다. CSIS는 중국이 쿠바에 있는 도청 시설을 통해 미군의 군사 훈련, 미사일 시험, 로켓 발사, 잠수함 기동과 같은 활동 데이터를 수집할 경우, 미국의 군사 관행에 대한 보다 정교한 그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무역 제재 명단에 오른 두 중국 빅테크 기업 화웨이와 ZTE가 쿠바 통신 인프라의 중추를 이룬다고 점을 언급하며 “중국이 쿠바의 시설에 직접 접근할 수 없더라도 쿠바 대응 기관이 수집한 데이터를 쉽게 공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대변인은 다음 날 정례브리핑에서 CSIS 보고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단, “중국은 쿠바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려고 계속 노력할 것으로 예상되며 미국은 이를 방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리아 엘비라 살라자르 공화당 소속 플로리다주 의원은 4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쿠바는 미국 문 앞에서 냉전을 재개할 의향이 있고, 중국은 쿠바의 도움으로 플로리다 해안 바로 앞에 첩보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며 “해당 기지를 통해 중국은 미국의 국가 안보 관련 정보와 개인 통신을 추적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중국공산당과 쿠바의 집권당 쿠바공산당은 수년에 걸쳐 관계를 강화해 왔다. 중국공산당 최고 군사 기관 중앙군사위원회 소속 허웨이둥 부주석은 올 4월 베이징에서 빅토르 로조 라모스 쿠바 장군을 만났다. 중국 관영 군사매체에 따르면 두 사람은 “중국과 쿠바는 깨지지 않는 우정을 나누고 있으며 서로의 핵심 이익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만남이 이뤄진 두 달 전인 올해 2월 미국 국가정보국 국장은 중국이 군사시설 설치를 고려하고 있는 여러 국가 중 하나로 쿠바를 지목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기사는 프랭크 팡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