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中 저가 상품에 관세 추진…“알리·쉬인·테무 겨냥”

한동훈
2024년 07월 05일 오후 8:05 업데이트: 2024년 07월 05일 오후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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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중국의 저가 상품에도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에 이어 또다시 자국 시장 보호에 나선 조치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 시각)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의 발언을 인용해 150유로(약 22만원) 미만 제품에 대한 무관세 적용을 폐지하는 방안을 이달 제안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무관세 기준 조정 제안은 이달 말 열릴 유럽 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승인돼야 효력을 발휘한다.

EU의 한 당국자에 따르면, 이번 규제는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을 겨냥하고 있다. 세 기업은 저가 품목을 수입 관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허점을 악용해 초저가 상품으로 상대국 시장을 공략해왔다.

국제기구인 만국우편연합(UPU) 협약에 따라, 개도국은 선진국에 의해 우편배송에 보조금을 받게 된다. 중국은 개도국에 포함돼 있어 중국에 기반을 둔 기업은 선진국으로 초저가 배송이 가능하다.

EU 집행위에 따르면, 지난해 EU 회원국에 수입된 150유로 미만의 물품은 23억 개로 파악됐다. 특히 온라인 소매업체를 통한 수입은 지난 4월 기준 35만 개를 넘어서며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규모로 집계됐다.

이번 방안이 시행될 경우, 무관세에 기반을 둔 쉬인의 비즈니스모델 자체가 흔들릴 것으로 전망된다. EU 일부 회원국에서는 최대 30%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쉬인의 제품 가격들이 관세율만큼 급등할 수 있다.

각국 세관에서 수십억 개의 소포들을 검사하는 데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이번 무관세 폐지 방안에 대한 기대감도 감지된다.

쉬인 측은 EU의 관세 부과 움직임과 관련해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EU의 쉬인 조사에 협조 중인 쉬인 측 관계자는 “우리는 전 세계에서 공정한 경쟁을 원한다”며 면세 혜택 덕분에만 성공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쉬인은 별도 성명을 통해 “우리의 성공은 고객을 위한 세련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며 주문에 따라 생산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자재 낭비와 재고를 줄여 가격을 낮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쉬인과 경쟁 관계인 유럽의 기업들은 쉬인의 주장을 일축했다.

영국 소매업체 관계자들은 “올바른 방식으로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일부 기업에 대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허점을 막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경쟁의 장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