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바이든, 토론 몇 달 앞두고 깜빡하는 일 빈번했다”

강우찬
2024년 07월 3일 오후 4:28 업데이트: 2024년 07월 3일 오후 4:28

달라진 NYT, 밀월관계에서 ‘바이든 교체론’ 선봉에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매체 뉴욕타임스(NYT)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 NYT는 올해 전·현직 백악관 보좌진과 측근, 외교계 인사와 정치후원금 기부자 등 지난 수개월간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던 사람들을 접촉한 후 “그의 실수가 더 빈번해지고 뚜렷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올해 81세인 바이든과 함께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그가 점점 더 혼란스러워 보이거나 무기력해 보이거나 대화의 맥락을 잃어버린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면서 “많은 인파 속에 있거나 힘든 일정을 치르고 피곤할 때 더 자주 발생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2024년 대선 첫 TV토론에 앞서 외국 정상과의 회담을 위해 대서양을 두 번이나 횡단했으며 젊은 보좌진들의 일정에 맞춰 화려한 모금행사에 참석하는 등 강행군을 소화해 왔다.

또한 TV 토론회 다음 날인 28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유세 현장에서는 전날 지쳐 보이던 모습과 달리 날카롭고 활기찬 연설로 건재함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를 두고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보좌진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일반적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 사이 공개행사에 참석하며 안정적으로 활동해 왔다며 그 이후에는 피로감을 느껴 말실수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선 토론은 저녁 9시부터 선 채로 90분간 진행됐었다.

NYT는 바이든이 지난 2월 건강 검진에서 수면무호흡증, 발의 경미한 말초신경병증 질환에도 백악관 주치의로부터 “직무에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면서도, 백악관이 해당 주치의와의 인터뷰를 불허하고 바이든의 건강에 관한 자세한 질문에도 응답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뉴욕 웨스트햄튼 비치의 한 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2024.6.29 | Mandel Ngan/AFP via Getty Images/연합

또한 “비디오 영상, 관찰 및 인터뷰 등 많은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 바이든은 3년 반 전 취임 때와는 같지 않다”며 “바이든은 장소, 사람, 날짜를 자주 혼동해서 발언하고 있으며, 백악관은 이를 수정한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대선 토론 이후 미국 극좌, 진보 매체에서는 바이든 교체론이 거세게 일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바이든과 NYT 사이의 결별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4월 25일 자 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NYT와의 인터뷰를 계속 거절하면서 둘 사이에 갈등이 깊어졌다는 ‘불화설’을 보도한 바 있다(기사 링크).

이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을 공개 지지했던 NYT는 대통령에 취임한 바이든 측의 거듭된 인터뷰 거절에 내부적으로 바이든에 관한 부정적 여론이 형성됐고, 그 결과 바이든에 관한 비판적 보도도 늘어났다.

또한 백악관의 대통령 커뮤니케이션 팀이 이러한 NYT의 보도를 다른 매체와 비교해 더욱 까다로운 시선으로 보게 되면서 심지어 11개월간 언론 브리핑 이메일 주소 목록에서 모든 NYT 기자들 제외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해당 기사가 나간 후 NYT의 대처다.

NYT는 관련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의 인터뷰 거부에 대해 “후임 대통령들에게 조사 및 책임을 회피할 위험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화설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라, 백악관의 언론관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화살을 바이든 측에 돌린 것이다.

NYT는 바이든의 인지 능력을 점검한 이번 기사에서 트럼프에 관한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NYT는 “올해 78세인 트럼프는 백악관에 처음 입성한 이후 몇 년간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종종 이름과 세부 사항을 혼동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유권자들은 그(트럼프)의 나이에 관해 우려를 나타냈지만 바이든과 같은 정도는 아니다”라며 여전히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백악관은 기자들과의 만남을 제한하고 있다”며 “레이건 대통령 이후 기자간담회 횟수가 가장 적은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