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 ‘전직 대통령’ 트럼프 면책특권 인정

강우찬
2024년 07월 02일 오후 4:47 업데이트: 2024년 07월 02일 오후 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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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법치 훼손” 비난, 트럼프는 “헌법의 승리”

미국 연방대법원은 6대 3 판결을 통해 전직 대통령의 형사 기소 면책 특권을 일부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1일(현지시각) 대법원은 “삼권 분립의 우리 헌법 구조하에서 대통령 권한의 본질은 전직 대통령에게 결정적이고 배타적인 헌법적 권한 내에서 이뤄진 행위에 대해 형사 기소에 대한 절대적인 면책권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또한 “모든 공적(official) 행위는 면제받는 것으로 추정되며, 사적(unofficial) 행위에 대한 면책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대선 뒤집기 사건을 하급심 법원인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 재판부로 되돌려 보냈다.

이번 판결은 일정 부분 예상됐다. 앞서 지난 4월 구두 변론 당시, 대법원의 보수 성향 대법관들은 공적 행위와 사적 행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해 사건을 하급심으로 보낼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이번 판결은 트럼프가 요구한 광범위한 면책 특권보다는 다소 제한됐다. 트럼프는 모든 공적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주장했으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면제받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일부만 인정했다.

이번 면책특권 판단은 형사적 책임에만 해당한다. 민사적 책임에 관한 면책특권은 1982년 닉슨 대통령과 관련한 사건을 통해 직무 외적인 영역에 속하는 행위까지 민사 책임에 대한 절대적 면책특권이 인정된 바 있다.

소식이 전해지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의 큰 승리”라며 환영했다.

이번 판결은 지난 1월 6일 의사당 습격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의 발언에 대한 판단도 포함돼 있다.

법원은 판결 요약문에서 “대통령은 ‘동료 시민들에게 그리고 그들을 대신하여 말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며 “따라서 대통령의 공개적인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대통령의 공적 책임의 외곽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즉, 트럼프의 1·6 사태 관련 발언이 면책 대상인 대통령의 공적 행위에 속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소수 의견을 발표, 이번 면책 결정에 관해 “우리 헌법과 정부 체제의 근간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반대 의견은) 오늘날 법원이 실제로 하는 일과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냉혹한 파멸의 분위기를 풍긴다”며 다수 의견을 옹호했다.

한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긴급 대국민 연설을 통해 대법원 결정을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치를 훼손했다”며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으며, 이는 대통령 또한 마찬가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