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로 보내졌다 버려진 유기견, 다시 온 한국서 평생 가족 만났다

황효정
2024년 07월 3일 오후 9:59 업데이트: 2024년 07월 3일 오후 9:59

동물의 감각이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견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려동물의 내면을 1인칭 시점으로 풀어봤다.

저는 ‘마루’라고 해요. 남자고요. 나이는 4살 정도로 알고 있어요. 지금 가족이랑 산 지는 3년째예요.

저는 지난 2020년 5월 경기 파주의 어느 밭에서 사람들에게 발견됐습니다. 그때의 저는 아주 어렸고, 저 말고도 형제 두 마리가 함께 있었어요. 아마 누군가 저와 형제들을 그곳에 유기한 것 같아요.

형제 두 마리는 바로 새 가족을 만나 제 곁을 떠났습니다. 저만 가족을 만나지 못했죠. 6개월 정도 뒤에야 마침내 저를 데려가고 싶다는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독일에 사는 한국인 커플이었어요. 당시는 팬데믹이어서 출국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어찌어찌 우여곡절 끝에 저는 지난 2021년 초 독일로 떠났습니다. 비행기로만 13시간이 걸리는 먼 여정이었어요.

마루는 생후 3개월 추정일 무렵인 지난 2020년 5월 경기 파주 어느 밭에서 발견됐다.|사진=마루 보호자 제공
밭에서 구조된 마루와 형제들. 마루의 형제 두 마리는 곧바로 새 가족을 만났고, 마루 혼자 남았다.|사진=마루 보호자 제공

부푼 기대를 안고 만난 새 가족들이었지만, 기대와는 달랐습니다. 그들은 저를 방치하고는 3주 만에 돌려 보냈거든요.

저는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로 분리불안이라는 몹쓸 증상이 생겼지요. 증상도 무척 심각했고요. 그렇게 다시 한번 7개월이 흘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임시보호 가정에서 지내고 있었어요. 어느 날, 두 명의 사람이 저를 보러 찾아왔습니다. 중년 엄마와 20대 딸로 구성된 모녀였어요. 그날 저는 끝까지 그들에게 다가가지 않았습니다. 이미 사람들한테 상처를 많이 받은 뒤였으니까요. 그들의 냄새 한번 맡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상하죠? 제가 그렇게 차갑게 굴었는데도, 그들은 저를 가족으로 맞이했습니다. 나중에 누나에게 물어보았어요. 다른 강아지도 많은데, 왜 나를 선택했냐고요. 누나는 “이상하게 마음에 들어왔다”고 대답해 주었지요. 제 털이 하얗고 덥수룩한 게 약간 할아버지 같은데, 그 느낌이 좋았다나요.

누나와 엄마, 그리고 아빠는 그전부터 줄곧 반려견을 키울지 말지를 고민해 왔답니다. 세 사람 모두 직장을 다니니까 반려견을 데리고 왔을 때 책임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2년 반 정도 했다고 했어요. 또 이전에 반려견을 반려해 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실은 성격이 무던한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었다고도 해요.

아무래도 저는 분리불안도 심하고, 하울링(반려견이 불안할 때 늑대처럼 긴 울음소리를 내는 일) 문제도 있으니… 그럼에도 유기동물 홍보 SNS 계정에 올라온 제 사진을 보고 이상하게도 자꾸만 마음이 갔대요.

당시는 아직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이 있던 때라 직접 저를 보러 오기가 어려웠대요. 하지만 가족들은 생각했습니다. “사진으로 같이 사는 걸 결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임시보호자님 댁으로 가서 직접 한번 만나보자.”

그때까지만 해도 가족들은 저를 진짜 가족으로 맞이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냥 한번 만나봐야겠다는 마음이었대요. 저를 임시보호해 주었던 분도 가족들에게 미리 “마루는 엄청 예민한 아이”라고 경고 아닌 경고를 하셨다고 하고요.

저를 만나러 오는 동안, 가족들은 “엄청 예민하다는데 우리 가족이 감당할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주고받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만난 저 역시 가족들에게 한 걸음도 다가가지 않았고요. 그런데도 저를 만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엄마와 누나는 계속 제 생각이 났대요. 그날 저녁, 가족회의를 거쳐 가족들은 저를 데리고 오기로 결정했습니다.

보호자와 함께 한강공원을 찾은 마루가 피크닉을 즐기고 있다.|사진=마루 보호자 제공
마루와 마루의 절친 강아지 ‘감자’|사진=마루 보호자 제공

2021년 10월 25일, 저는 평생 가족을 만났습니다.

엄마, 아빠, 누나는 저를 위해 많이 노력해 주었어요. 먼저 온 가족이 함께 분리불안 훈련을 꾸준히 했습니다. 처음엔 30분 떨어져 있기, 다음엔 1시간, 그다음엔 1시간 반… 그건 저에게만 혹독한 훈련이 아니었어요. 엄마와 아빠, 누나 모두 고생을 정말 많이 했지요. 저는 이제 3시간 정도까지는 혼자서도 잘 있을 수 있어요!

물론 산책도 매일 3시간은 넘게 시켜주세요. 아침저녁으로 하루 2번씩요. 예전의 저는 “다른 강아지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사회성이 없고 예민하다”, “너무 예민해서 밤에만 산책이 가능하다”는 평을 듣는 강아지였지요. 지금은? 산책을 너무 좋아하고, 다른 강아지 친구들과도 무지 잘 지내는 개가 되었어요.

아, 살도 쪘답니다. 7.3kg에서 10.8kg으로 3kg이 넘게요. 이제는 병원에서 다이어트를 조금 해야겠다고 권유하더라고요. 헤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건? 누나랑 수다 떨기. 누나가 “무슨 강아지가 그렇게 말이 많냐”고 해요. 제가 웅알웅알 잘 말하거든요. 또, 누나랑 카페 가기. 제가 커피 냄새도 좋아하고, 카페에서 여유를 즐길 줄도 좀 안답니다. 누나가 저한테는 텔레파시 능력이 있대요. 처음 가보는 카페에서도 누가 그곳의 사장님인지를 파악하는 재능이요.

지난 14일 서울 한 카페에서 마루를 만났다. 보호자의 말대로, 마루는 카페 사장님을 정확히 알아보는 듯했다.|황효정/에포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