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간첩’ 의혹 필리핀 시장, 중국인 맞았다…당국 “지문 일치”

2024년 06월 29일 오전 11:00

범죄 소굴 도박장, 시장실 뒤쪽 위치…“몰랐다”
조사 결과, 도박장 부지 절반에 헬기 1대도 소유

중국 간첩 의혹을 받던 필리핀 소도시 시장의 국적이 중국인으로 확인됐다.

이 시장은 앞서 방송에서 “나는 필리핀 사람”이라고 주장한 바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번 국적 확인으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한 것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현지 상원의원에 따르면, 필리핀 국립수사국(NBI) 조사 결과 밤반시 시장 앨리스 궈(Alise Guo·35)는 중국인 궈화핑(郭華平)과 지문이 완전히 일치하는 것으로 판명됐다.

앨리스 궈 시장은 지난 5월 중국 스파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현지 뉴스 채널에 출연해 “나는 스파이가 아니다. 나는 필리핀 사람이며 내 나라를 사랑한다”고 말했었다.

자신이 “중국인 아버지와 필리핀 하녀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도 밝혔었다.

하지만 필리핀 당국이 밝혀낸 사실에 따르면 이러한 발언은 모두 거짓말이었다.

당국이 궈 시장의 지문과 지난 2003년 1월 중국인 여권을 소지하고 입국한 궈화핑(당시 13세)이 지문 기록을 대조했더니, 동일한 지문이었다.

그녀의 어머니 역시 필리핀 하녀가 아니라 중국 국적의 린웬이(林文懿)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사생아’라는 주장 역시 필리핀 사람들의 동정심을 자극하기 위한 거짓말로 추정된다.

당시 궈화핑은 ‘특별투자 거주비자(SIRV·이하 투자비자)로 입국했는데, 이 비자에 실린 그녀의 사진 역시 궈 시장과 동일한 인물의 사진으로 보였다.

투자비자는 필리핀에 7만5천 달러 이상을 투자한 21세 이상 외국인에게 발급되며, 배우자와 21세 미만 미혼 자녀까지 함께 신청할 수 있다.

이번 의혹을 추적한 현지 상원의원은 궈 시장에 대해 두 가지 점을 심각한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하나는 ‘투자비자로 입국한 중국인이면서도 부정한 방법으로 필리핀 시민 신분을 획득하고 시장직에 출마했다는 점, 다른 하나는 필리핀 신분으로 위장해 필리핀 내 유력 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한 것이다.

모두 궈 시장이 중국 간첩설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게 된 대목이다.

중국인 궈화핑 명의의 중국 여권과 특별투자거주비자, 비자의 사진 사본. 사진은 앨리스 궈 시장과 동일인으로 보인다. 사진 하단에는 ‘특별투자 거주비자’로 입국했음을 나타내는 SIRV가 크게 표시돼 있다. | 연합

필리핀 내 대규모 사기 범죄 연루 가능성

궈 시장은 당초 필리핀 내에서 누구의 주목도 받지 않던, 조용한 소도시의 시장이었다.

그녀가 시장으로 재직하는 밤반시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위치한 평범한 농촌 소도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실 뒤쪽에 설치된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이 당국에 적발되면서 그녀의 존재도 필리핀 전국에서 주목을 받게 됐다.

더욱 심각했던 것은 단속 결과, 해당 도박장이 사람 수백 명을 가둬놓고 온라인과 전화 등으로 사기범행을 저지르도록 하는 범죄 소굴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특히 궈 시장이 해당 도박장에 대해 전혀 몰랐다고 주장하면서도, 도박장이 위치한 7만9천㎡ 면적의 거대한 토지 절반과 헬기 1대를 소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중국 국적’, ‘중국 스파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필리핀 대통령 직속 조직범죄대책위원회(PAOCC)는 지난주 궈 시장과 도박장 관계자 등 14명을 밀입국 알선 및 인신매매 관련 혐의로 기소했다.

또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에서는 중국 공산당 산하 인민해방군 군복·계급장과 총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에포크타임스 중국 전문 칼럼니스트 장자둔은 지난해 칼럼에서 “인민해방군 장교들이 군 조직을 이용해 마약 유통, 멸종위기종 동물 밀매, 밀입국 알선·실행, 돈세탁 등을 벌이고 있다”며 “정권 차원의 돈벌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궈 시장은 의혹 제기에도 “사임하지 않고 내년에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고 지난 5월 밝힌 바 있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를 참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