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실 최고급 디저트인 이유가 있었네…기자가 만들어 봤다, ‘삼부점’

황효정
2024년 06월 28일 오후 7:36 업데이트: 2024년 06월 28일 오후 8:30
TextSize
Print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청나라 허난성 안양현의 현령은 어느 날 요리사에게 치아도 없고 입맛도 없는 노인이 좋아할 만한 요리를 만들 것을 명령했다. 자신의 노부모를 위해서였다.

요리사는 계란 노른자에 설탕을 섞어 지져내는 음식을 만들었고, 계화단(桂花蛋)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계화단은 그 자체만으로도 맛이 뛰어나 점점 더 명성을 얻었다. 그러다 노부모의 칠순잔치를 맞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그전까지 계화단을 소량으로만 만들어 왔던 요리사는 어떻게 요리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요리사는 일단 냄비에 계란을 잔뜩 넣은 뒤 계란이 타지 않도록 급한 김에 녹말과 기름을 추가하고 계속 저었다. 이후 완성된 요리는 처음의 계화단과는 전혀 다른 형태였다. 계란 노른자의 노란색에 기름의 윤기를 띤 일종의 떡 같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그런데 웬걸, 이렇게 ‘실수’로 탄생한 요리는 무척이나 맛이 좋았다. 단맛에 기름지지만 느끼하지 않고, 부드럽고 연하지만 씹히는 맛이 있었다. 마침 당시 건륭제가 영토를 순행 중이었다. 요리를 맛본 건륭제는 무척이나 감탄하며 직접 황실로 들였고, 그렇게 계화단, 아니 ‘삼부점’은 청나라 황실 궁중연회의 귀한 디저트로 자리 잡았다.

오늘날 명성이 아주 높은 중국의 고급 전통 디저트, 삼부점(三不粘)은 ‘세 가지에 붙지 않는다’는 뜻으로 요리를 담는 그릇, 먹을 때 젓가락, 치아에도 붙지 않는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계란 노른자에 설탕, 녹말가루와 물을 섞은 것을 약한 불에 오랫동안 볶아 만든다. 재료도 간단하고, 조리법도 볶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얼핏 간단한 요리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친다. 청나라 황실의 후식으로 취급받는 이유가 있으니, 만드는 난도(難度)가 굉장하기 때문이다. ‘붙지 않는다’는 이름과는 달리 계란부터 녹말가루, 설탕 등 들어가는 재료들은 붙는 것으로 유명한 식재료들이다. 중국에서는 “보통 요리사 경력 3~5년 정도로는 만들 수 없는 요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약 300~400번 정도 저어주면 요리가 완성된다. 볶는 내내 잠시라도 냄비 앞을 떠나지 않고 휘저어 주어야 하고, 쉬지 않고 휘젓는 동안에도 틈틈이 때를 놓치지 않고 돼지기름을 뿌려 주어야 한다. 기름을 부족하게 넣으면 타버리고, 그렇다고 기름을 과하게 넣으면 기름범벅 떡이 돼 버린다. 힘들다고 덜 휘저으면 맛이 없어진다.

국내 중식당 중에서는 삼부점을 취급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 고향인 중국에서도 삼부점을 요리하는 식당은 꽤 드물다고 알려졌다. 난도가 높아 요리사들이 만들기를 꺼리는 탓이다.

유튜브에 ‘삼부점’을 검색하면 수많은 영상이 뜬다. 영상들은 대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유튜브 화면 캡처

이런 가운데 최근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각종 SNS에서는 삼부점을 ‘홈메이드’로 만드는 과정을 담은 영상들이 앞다투어 게재돼 높은 조회 수를 달성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례로 유튜브 채널 ‘지뻔뻔’이 올린 삼부점 만들기 쇼츠 영상은 1150만 건에 달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좀처럼 맛보기도, 만들기도 힘들다는 삼부점에 직접 도전하는 과정 자체가 인기 콘텐츠로 등극한 셈이다. 본디 기자란 트렌드에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는 법이다. 기자는 전통 음식이자 최신 유행이 된 삼부점 만들기에 직접 도전해 보기로 결심했다.

준비할 재료는 간단했다. 계란과 설탕, 물, 식용유, 그리고 전분이다. 앞서 언급했듯 전통적으로는 돼지기름과 녹말을 썼으나, 현대에 와서는 식용유와 전분으로 대체하게 됐다고 한다.

준비 재료들과 도구들|황효정/에포크타임스

일단 마트로 향했다. 실력이 부족한 목수가 좋은 연장을 따진다고 했던가. ‘보통 요리사 경력 3~5년 정도로는 만들 수 없는 요리’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난 기자는 제일 비싼 계란과 제일 비싼 전분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돌아와서 냉장고에 있는 설탕, 물, 식용유를 꺼내 재료들을 나열했다. 정말 단순하다. 도구 역시 손거품기, 그릇, 체, 주걱, 팬 정도만 있으면 된다.

설탕과 전분 가루, 계란 노른자 3개와 물을 계량해 준비한 다음 한데 섞었다.|황효정/에포크타임스

먼저 계란을 노른자만 분리한다. 그릇에 노른자 3개, 설탕 3숟가락(30g), 전분 3숟가락(30g), 물 12숟가락(120ml)을 넣고 거품기를 이용해 골고루 풀어 잘 섞어준다. 섞은 것을 체에 한 번 이상 걸러준다. 기자는 세 번 걸러주었다. 여기까진 무척이나 쉬웠다.

다음으로는 약불에서 중약불 사이로 화력을 조절한 뒤 팬을 올리고 식용유를 1티스푼(5ml) 두른다. 달궈진 팬에 섞어둔 반죽을 붓고 주걱을 사용해 한쪽 방향으로 젓는다.

잘 섞은 반죽을 체에 걸러준다. 팬에는 기름을 두른 뒤 약불~중약불 사이에서 달군다.|황효정/에포크타임스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반죽이 눌어붙어 타지 않도록 쉬지 않고 계속 저어줘야 했다. 쉴 새 없이 저어주면서 동시에 식용유를 중간중간 넣어줘야 했는데, 식용유 2티스푼(10ml)을 조금씩 나누어 넣어야 했다.

계속해서 치대다 보니 반죽이 점차 한 덩어리로 뭉쳐지는 게 보였다. 요리법을 찾아보니 10분을 저어주면 충분하다는 말도, 20분은 저어주어야 한다는 말도 있었다. 기자는 20분 정도에 걸쳐 수백 번을 저어주었다.

열심히 저어주었다. 이때부터 팔이 아프고 정신이 없어 카메라를 제대로 들 수 없었다.|황효정/에포크타임스

성공적으로 만든 삼부점은 황금색에 윤기가 나야 하며, 탱글탱글하고 동그란 모양에 단단해서도, 풀어져서도 안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 요리한 냄비(팬)와 주걱에도, 그릇에도, 젓가락에도 붙어서는 안 된다.

기자가 완성한 삼부점은 2% 부족했다. 엄청 붙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들러붙지도 않았다.

완벽한 삼부점은 냄비(팬)에도 들러붙지 않는다는데…|황효정/에포크타임스

중요한 건 맛이 아니겠는가. 애써 위안하며 한 젓가락 떠 입에 넣었다. 노른자와 설탕을 주 재료로 한 농후한 단맛이 느껴졌다. 단맛이 훨씬 더 진한 커스터드 크림을 먹는 느낌이었다. 식감은 푸딩과 떡의 중간과도 같았다. 쫄깃하면서도 탱글했다.

만들기 쉽지 않았고, 맛은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대단했다. 이렇게 소박한 재료로 이렇게 풍부한 맛을 내다니, 과연 황실의 디저트다운 요리였다. 시대를 넘어 이어져 오는 전통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작은 재미로 도전해 본 요리였지만 전통의 가치를 마음에 새길 수 있었다. 자, 그렇다면 다음에는 무엇에 도전해 볼까.

2% 부족한 기자표 삼부점. 맛은 훌륭했다.|황효정/에포크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