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감각이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기자는 견주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려동물의 내면을 1인칭 시점으로 풀어봤다.
제 이름은 ‘순무’입니다. 여자이고, 아마 네 살에서 다섯 살이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세 살에서 네 살 무렵이던 지난해 5월, 저는 길거리에 버려졌습니다. 그때까지 저를 키웠던 보호자가 왜 저를 버렸는지는 모르겠어요. 저는 아픈 데도 없이 건강했고 성격도 순하다고 스스로 자부하거든요.
버려진 뒤 2~3주 동안 저는 음식물 쓰레기를 찾아 주워 먹으며 버텼습니다. 나중에 구조되고 동물병원에서 검진하면서 제 위에 음식물 쓰레기가 많다고 말했다고 해요.

어느 날, 길에서 누군가와 마주쳤습니다. 근처 동네 주민이었습니다. 그 사람은 저를 보며 “품종묘고, 누가 봐도 사람 손을 탄 것 같은데 왜 여기 있지. 못 보던 앤데”라고 말했어요.
이튿날 그 사람이 간식을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간식을 미끼로 삼아 저를 잡으려는 거예요. 저는 도망쳤습니다. 그다음 날, 다른 아주머니가 저를 포획했습니다. 아주머니가 누군가에게 연락을 했어요. 이윽고 저를 찾아온 이는 바로 전날 간식을 들고 저를 찾아온 그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제 집사입니다.
집사는 원래 제 원 주인을 찾아주거나, 원 주인이 나타나지 않으면 저를 임시 보호를 하면서 새 가족을 찾아줄 생각이었다더군요. 같은 해 2월에 10여 년을 함께 살던 반려견을 노환으로 떠나보내면서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었다고요. 강아지도 아니고 고양이는 더더욱 키울 생각조차 없었다고요.

집사는 유실·유기동물 전용 커뮤니티 ‘포인핸드’에 제 사진을 올리며 원 주인을 수소문했습니다. 하지만 저를 키웠던 예전 보호자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상태였고, 집사는 제 입양을 위해 일단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수술 뒤 마취가 풀리지 않아 헤롱대고 있는데, 어디선가 사랑이 담뿍 담긴 눈빛이 느껴지는 거예요.
그렇습니다. 집사는 그때 제게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했어요. 그렇게 임시보호는 ‘임종보호’가 되었습니다.

집사가 키우던 반려견 이름이 ‘호박이’였대요. 집사가 하얀색의 음식 이름을 생각하다가 제 이름을 순무로 지었답니다. 집사는 자주 말해요. 나를 왜 버렸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요. 저는 이름처럼 정말이지 순~하거든요. 집사는 제가 순하고, 애교도 많고, 육아 난이도 최하 수준이라며 주변 집사들에게 자랑한답니다.
하지만 집사는 모를 거예요. 저는 제가 사랑하는 사람에게만 유순하다는 사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