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제자들 있는 건물서 불…태권도 사범은 홀로 뛰어들었다

황효정
2024년 06월 24일 오후 8:28 업데이트: 2024년 06월 24일 오후 8:28

지난 3일 오후 2시 40분을 조금 넘긴 때, 경기 광명시 철산동 한 상가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해당 건물은 학원들이 주로 입점해 있는 상가 건물로 지하 1층에 지상 4층짜리 규모였다. 화재가 발생한 시각은 학생들이 하교 후 학원에서 한창 수업을 듣고 있을 무렵이었다.

자칫하면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으나, 사람들이 재빨리 대피하면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고 건물 외벽이 그을리는 등 재산 피해가 나는 데 그쳤다.

어떻게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까. 시민들의 신속한 대피를 돕고 소방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초기 화재 진압에 뛰어든 의인(義人)이 현장에 있었던 덕분이다.

최근 ‘의인’ 윤석주(30) 씨는 당시 화재 현장에서 건물 내 이용자들을 대피시키고 건물에 비치된 소화기를 이용해 초기 진화에 기여한 민간인 유공자로 인정돼 소방서장 표창을 받았다.

지난 21일 에포크타임스는 석주 씨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아래는 석주 씨와의 일문일답.

당시 화재 때 포착된 석주 씨의 모습|사진=광명소방서 제공

-화재 초기 진화에 기여한 민간인 유공자로 소방서장 표창을 받았다. 소감이 어떤가.

“상을 받으려고 한 행동은 아니었다. 민망하고 부끄럽다. 불이 난 게 좋은 일도 아니지 않은가. 그래도 별 탈 없이 (화재가) 지나가서 뿌듯하고, 교육자로서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모범과 귀감이 될 수 있었다는 자부심이 든다(석주 씨는 태권도 사범이다).”

-당시 상황은 어땠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불이 난 상가에 내가 근무하는 태권도장이 있었다. 도장은 4층에 있는데, 2층에 입점한 치킨집 주방에서 처음 불이 났다. 그 불길이 환풍구를 통해서 옥상에 있는 닥트 시설에까지 옮겨 붙은 상황이었다.”

“상가 건물을 까맣게 뒤덮을 정도로 연기가 많이 올라와 있었는데, 마침 그때 나는 도장 차량 운전을 하느라 건물 밖에 있었다. 무심코 건물을 보는데 건물 위로 검은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곧바로 차를 세우고 건물로 뛰어 들어갔다. 상가 사람들은 불이 났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태권도장에서도 동료 사범이 아이들의 수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가장 먼저 도장으로 달려갔다. 동료 사범에게 화재 사실을 알린 후 아이들 모두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 같은 층에 다른 학원도 있었는데, 도장 아이들을 대피시키며 다른 학원에도 화재 사실을 알리고 아이들을 대피시킬 것을 요청했다. 그런 다음 건물 안에 계셨던 어르신들의 대피를 도왔다.”

“사람들을 대피시킨 뒤에는 건물 옥상으로 뛰쳐 올라갔다.”

-혼자서 옥상으로 진입해 소화기로 자체 진화를 시도했다. 두렵지는 않았는가.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나.

“사람인지라 당연히 무서웠다. 옥상 문을 열고 딱 들어서는 순간, 몸이 굳었다. 옥상 환풍구에서 불길과 함께 검은 연기가 엄청 뿜어져 나오고 있었는데 몇 초간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봤던 것 같다.”

“그런데 그 불길 바로 아래 우리 태권도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을 내버려 두면 우리 아이들의 보금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상가 분들이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니까 몸이 움직였다. 평소에 안전 교육을 들었었고, 그래서 화재 진압에 나설 수 있었다. 물론 혼자서 화재 진압에 뛰어드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대피시킨 시민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감사 인사나 칭찬을 많이 해주셨다. 또 불이 난 건물이 동네의 중심상가기도 하고, 바로 앞에는 건물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화재 때 당시 상황을 지켜보신 주민 분들이 많았다. ‘생중계로 봤다’고 말해주시고 했는데 민망하고 부끄러웠다.”

주민 대피와 화재 진압에 나선 석주 씨(사진 왼쪽)는 지난 19일 박평재 광명소방서장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사진=광명소방서 제공

해당 화재는 현장을 목격한 행인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당국이 펌프차 등 소방 장비 12대와 인력 42명을 동원함으로써 이날 오후 3시 19분 완전히 진압됐다. 소방당국은 석주 씨를 향해 “용감한 주민이 몸을 사리지 않고 초기 진화를 시도한 덕분에 불길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며 표창과 함께 감사를 표했다.

앞으로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석주 씨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느냐 물었다. 석주 씨는 “앞으로는 이런 일(화재)이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평범한 듯, 비범한 의인의 당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