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외교관이 말한 中 영향력 작전의 한계…“돈보다 가치가 중요”

대니얼 Y. 텅
2024년 06월 15일 오후 1:35 업데이트: 2024년 06월 15일 오후 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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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직 고위 외교관이 “남태평양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공산당의 시도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은 영향력 작전을 통해 서방과 이 지역 국가들 간의 협력을 약화하려 하지만, 그들은 돈보다 ‘가치’가 더 중요함을 알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독일 주재 호주 대사, 파푸아뉴기니 주재 호주 고등판무관 등을 지낸 이안 케미시는 지난 12일(현지 시각) 호주국립대가 주최한 ‘우리의 미래 확보’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호주는 남태평양 지역에서 중국과 ‘가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본다”며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이 지역에서의 자국 영향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돈만으로는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라며 “돈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가치”라며 “중국 정권의 권위주의보다 우리의 민주주의와 정체성이 훨씬 더 가치 있음을 중국을 제외한 모두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케미시는 “현재 남태평양 국가들의 시민사회는 중국공산당이 자국 내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중국의 영향력이 이 지역의 몇몇 정부를 잠식한 사례도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그는 “많은 사람이 ‘중국이 남태평양 지역에 막대한 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중국 정권이 지난 5년간 이 지역 국가들의 발전을 위해 쓴 돈은 거의 없다”며 “일부 국가들만 노려 부채 함정에 빠뜨린 뒤, 경제적으로 종속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제러마이아 머넬레 솔로몬제도 신임 총리 | 연합뉴스

마지막으로 “중국은 이들 국가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에는 전혀 관심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오직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에만 혈안이 돼 있다”고 전했다.

케미시의 이번 발언은 중국공산당이 남태평양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함에 따라 서방 국가들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특히 남태평양 섬나라 솔로몬제도는 이 지역 내 대표적인 친중 국가로, 최근 몇 년간 중국공산당과의 밀착을 강화하고 있다.

솔로몬제도 국회의원이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케닐로레아 주니어는 지난해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019년 친중 성향의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가 재집권한 이후, 솔로몬제도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침투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실시된 총리 선출 투표에서도 친중 성향인 제러마이아 머넬레가 차기 총리로 당선됐다. 전문가들은 솔로몬제도가 앞으로도 친중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호주 정부는 중국공산당의 침투에 맞서 남태평양 지역 내 다른 국가들과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