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對유럽 투자 13년 만 최저치…“中 경제 악화 증거”

유럽,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강경 대처 기조
미국의 민간 연구기관 ‘로디움그룹(Rhodium Group)’과 독일의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연구소’가 공동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對)유럽 투자가 1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번에 두 기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직접 투자액은 68억 유로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보다도 약 3억 유로 감소한 것이며,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최저치다.
보고서는 “유럽에 대한 중국의 직접 투자액은 2016년 475억 유로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했다”며 “지난해 투자액은 2016년의 15%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대만 윈린과학기술대 금융학과의 청청핑 교수는 지난 8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수치를 보면 중국 경제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난해부터 중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며, 수출과 내수가 부진하고, 외국인 투자까지 감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 중화경제연구소의 왕궈천 연구원도 이와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현재 중국의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정부 부채”라며 “외국에 있는 중국 기업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거의 모든 수익금을 중국 본토로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즉, 중국 정부는 외국에 진출한 자국 기업들을 내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공개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투자 가운데 전기차 부문이 무려 69%를 차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2022년 41%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최근 중국산 전기차와 관련한 유럽연합(EU)과 중국 간의 무역 분쟁이 격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왕궈천 연구원은 “자동차 산업은 유럽의 주요 산업 중 하나”라며 “이런 이유에서 유럽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강경히 대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국-헝가리 관계
헝가리는 유럽 내 대표적인 친공(親共) 국가이자, 중국의 주요 투자처다.
지난해 중국의 대유럽 직접 투자액 중 44%가 헝가리로 향했는데, 이는 2022년 21.3%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헝가리에 대한 중국의 투자 규모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중국의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는 2026년 헝가리에 전기차 생산 공장을 설립할 것임을 발표한 바 있다.
왕궈천 연구원은 “중국 정권은 자금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를 선택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이 헝가리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밝혔다.
청청핑 교수는 “중국공산당은 헝가리를 비롯한 일부 친공 국가들을 이용해 유럽과의 무역 분쟁의 영향을 최소화하려 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중국이 점점 동유럽 국가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왕궈천 연구원은 “서방과 중국 간의 분쟁은 단순한 경제 문제가 아니라, 안보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며 “특히 유럽은 중국이 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는 것을 깨달은 뒤로 중국과 서서히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런 지정학적 요인으로 인해 유럽과 중국 간의 무역 및 투자는 계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