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美 비밀경호국 요원 “두려움 극복하고 온전히 삶을 사는 법은…”

헤이즐 앳킨스(Hazel Atkins)
2024년 06월 10일 오후 8:10 업데이트: 2024년 06월 11일 오전 9:47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 중 하나’로 꼽히는 전직 미 비밀경호국 요원, 케네스 밸런타인(이하 켄) 씨는 은퇴 전까지 역대 세 명의 미국 대통령을 경호했다. 켄 씨는 “대통령을 백악관 밖으로 모실 때마다 위험이 따랐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신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이 주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백악관 밖으로 모셨던 대통령을 다시 백악관으로 무사히 모셔올 때마다 경호원들은 “죽음을 속였다”는 농담을 주고받곤 했다. 켄 씨는 생각했다. ‘죽음을 속인다’는 것은 ‘삶을 최대한으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켄 씨는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자신이 있어야 할 바로 그 자리에 자신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럼에도 직업상 가정생활을 지속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직장생활을 그만둘 것을 여러 번 고민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희생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가진 켄 씨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켄 씨는 대학생 때부터 비밀경호국 요원이 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켄 씨의 부친과 삼촌은 모두 FBI 요원이었다. 켄 씨가 대학생이었던 1988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미 대통령이 켄 씨가 재학 중이던 미국 퍼듀대학교를 방문했다. 켄 씨의 부친도 함께였다. 가까이에서 이를 지켜본 켄 씨는 “그 일이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삼촌의 권유를 받은 켄 씨는 법학 학위를 먼저 이수한 뒤 비밀경호국에 지원했다. 켄 씨는 지금도 지원서를 접수하던 순간을 눈앞에 생생하게 그릴 수 있다.

그리고 켄 씨는 합격했다.

훈련 중 켄 씨의 모습(맨 오른쪽)|사진=케네스 밸런타인 제공

힘든 시기를 견디게 하는 힘

미 비밀경호국이 신입 요원을 뽑을 때마다 꼭 거치는 의례가 있다. 바로 신입 요원의 집을 방문해 요원의 가족들과 만나는 과정이다. 신입 요원이 임무에 투입되면 그 영향을 직격으로 받을 당사자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다. 비밀경호국은 앞으로 신입 요원이 맡을 도전에 대해 최대한 투명하게 설명함으로써 가족을 납득시킨다.

켄 씨의 가족들은 켄 씨가 근무를 나갈 때마다 항상 방탄조끼를 입고 총을 소지한 채 출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일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근무 환경 속, 켄 씨는 자녀들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켄 씨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가족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편지를 써서 호텔 프런트 데스크에 맡기곤 했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르며 부치지 않은 편지가 늘어 갔다.

켄 씨 부부 사이에는 자녀 다섯 명이 있다. 직업 특성상 켄 씨는 가족과 오래 지낼 수 없었다. 켄 씨는 “한번은 출장 때문에 몇 주 동안 집을 비운 후 돌아와서 14시간 동안 머무르다가 다시 출장길에 오른 적이 있었다”며 “14시간 동안 집에 있을 때 아내가 내게 임신 소식을 전했다. 나는 ‘잘됐다! 이제 짐을 싸야겠어’라고 대답했다”고 했다.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었지만, 함께 있을 때만큼은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했다. 자녀들과 보내는 시간을 정해두고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자녀들에게 집중했다.

때로는 켄 씨의 직업 때문에 가족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도 발생했다. 켄 씨는 식구들에게 “모르는 차를 경계해라. 한밤중에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면 안전한 장소로 몸을 낮춰 기어가라”고 가르쳤다. 켄 씨의 자녀들은 언제 어디에서건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최선을 다해 스스로를 보호하는 마음가짐을 길렀다.

현재 켄 씨의 다섯 자녀 중 한 명은 시카고에서 혼자 살고 있다. 켄 씨는 “그 아이는 두려움이 없다”면서 “아이는 ‘나는 켄 밸런타인의 딸이니 내 몸은 내가 지킬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켄 씨 또한 직장 생활 내내 두려움 따윈 없었다. 대신 믿음이 있었다. 켄 씨는 “믿음은 보이지 않는 것을 확신하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믿음은 매일 시험에 들었다고도 했다. 그럼에도 그에게 믿음은 선물과 다름없었다.

“나는 직장에서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 나는 내게 위대한 일을 할 권한이 주어졌다고 믿었다.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러한 믿음 덕분에 자신감과 평안함을 가지고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을 경호하는 켄 씨의 모습(맨 오른쪽)|사진=케네스 밸런타인 제공

대통령을 경호하며

가까이에서 미국 대통령들을 경호하면서 켄 씨는 대통령들에게서 많이 배웠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켄 씨는 부시 전 대통령의 결단력과 두려움 없는 성품을 지켜보았다. 언젠가 부시 전 대통령이 페루를 찾은 적이 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카메라 앞에 설 때였다. 흥분한 현지 사람들이 경호원들과 부딪쳤고, 주먹다짐이 벌어지기 직전 일촉즉발의 상황이었다.

경호원들보다 몇 발자국 앞서 걸어가던 부시 전 대통령이 상황을 파악하고 카메라를 내버려 둔 채 뒤로 돌아섰다. 그러고는 직접 다가와 요원들을 붙잡고 끌어당겼다. 켄 씨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사람이 우리를 보호해 줬다. 그 뒤로 나는 부시 전 대통령을 존경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으로부터는 스트레스 처리 방식을 배웠다는 켄 씨다. 켄 씨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사소한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과거 켄 씨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비행기에 동승한 적이 있었다. 이때 착오로 목적지와 다른 곳에 도착했고, 켄 씨는 오바마 전 대통령에게 잘못 왔다는 사실을 고지했다.

신문을 읽고 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고개를 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기서 원래 목적지까지 가려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그리고 대답을 들은 뒤 “알았다”고 대답한 후, 다시 신문 읽기에 몰두했다. 켄 씨는 “다른 사람들은 꽤 화를 냈을 테다. 하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위험에 맞서 미리 대비하고, 믿음을 실천하면서 켄 씨는 자신감을 갖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켄 씨는 말한다.

“믿음을 통해 풍요로운 삶을 사는 것, 그리고 자신감을 갖는 것, 이것들이야말로 죽음을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헤이즐 앳킨스는 프리랜서 작가다. 이전에는 캐나다의 오타와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