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아프리카 언론’ 통제 강화…반미 메시지 확산에 주력

대런 테일러
2024년 06월 10일 오후 8:10 업데이트: 2024년 06월 10일 오후 8:10

중국공산당이 아프리카 국가들의 언론 매체를 장악해 친중(親中)·반미(反美) 메시지를 퍼뜨리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는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아프리카 전략연구센터’의 폴 난툴리아 연구원과 ‘미국 외교정책협의회’의 조슈아 아이젠만 선임 연구원이 실시한 별도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난툴리아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공산당이 통제하는 관영 매체가 아프리카 전역의 미디어 생태계에 깊숙이 침투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며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와 관련한 건강한 시민 토론이 형성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 연구원의 조사 결과, 최근 중국공산당은 아프리카 내 자국 관영 매체에서 근무할 현지 언론인을 수백 명 채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신화통신, CGTN, 차이나 데일리, 중국국제방송(CRI) 등 관영 매체 4개가 아프리카에서 운영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 매체들의 ‘선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영향력 있는 유명 언론인들을 대거 영입했다.

아이젠만 선임 연구원은 “중국공산당은 이 매체들을 통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지 언론사에 자금을 지원하고, 그 대가로 중국에 ‘호의적인’ 보도를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중 내러티브를 퍼뜨리기 위해 중국공산당 선전부는 무료 콘텐츠를 제공하고, 최첨단 장비를 지원하며,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현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프리카의 수많은 언론인이 중국에서 교육을 받고 있음은 이전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다.

노르웨이의 한 연구기관이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프리카 케냐의 언론인 약 500명이 중국 관영 매체에서 근무하며 매달 최소 1800건의 영어 뉴스를 생산하고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디어 영향력 확대

아이젠만 선임 연구원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부터 중국의 미디어 영향력이 눈에 띄게 확대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서방의 많은 언론사들이 해외 보도 서비스를 축소한 반면에, 중국은 7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대외 선전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자국 미디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주력했다”고 덧붙였다.

2013년 12월,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한 인쇄소 직원이 중국 관영 매체 ‘차이나 데일리’의 인쇄본을 검사하고 있다. | Tony Karumba/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의 미디어연구 학과장인 허먼 와서만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신화통신은 아프리카 내에서 중국 당국과 시진핑 국가주석을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이와 동시에 미국에 대한 반감을 퍼뜨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신화통신은 아프리카 내 40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은 무려 1000명에 달하며, 대부분 아프리카인이다.

그 반면에 미국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국제 방송 ‘미국의 소리(VOA)’의 아프리카 사무소는 단 1개뿐이다.

VOA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에 “5년 전만 해도 아프리카 사무소는 5개가 있었지만, 현재는 케냐 나이로비의 1개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역 내 미국 미디어의 규모가 줄어드는 사이, 중국 미디어는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와서만 교수는 “CGTN 아프리카 사무소도 직원 약 200명을 동원해 현지에 친중 내러티브를 퍼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합리화하고, ‘미국이 이 전쟁을 기회로 삼아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이런 가짜 뉴스를 퍼뜨림으로써 미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중국공산당이 유포하는 가짜 뉴스는 아프리카의 정치적, 사회적 환경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인권 침해, 언론인 및 활동가 탄압 등을 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는 그 어떤 대응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2022년 12월 열린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총 55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그중 일부는 가짜 뉴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아프리카 내 미디어 산업을 지원하는 데 쓰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VOA의 몇몇 관계자들은 “바이든 행정부는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신뢰할 수 있는 현지 특파원을 채용하고 탐사 보도 프로그램을 늘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이젠만 선임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VOA는 아프리카 서비스에 3200만 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전체 예산의 13%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2023년에는 이것이 더욱 줄었다. 그해 VOA는 전체 예산의 약 10%인 2700만 달러를 아프리카 서비스에 지출했다.

2012년 6월 12일, 중국 관영 CCTV 산하 국제 방송인 CGTN의 아프리카 사무소 기자들이 편집 회의를 열고 있다. 중국 당국은 2016년 말 CCTV의 해외 대상 채널 명칭을 CGTN으로 변경했다. | Simon Maina/AFP/GettyImages/연합뉴스

아이젠만 선임 연구원은 “중국이 아프리카 내에서 반미 메시지를 퍼뜨리는 데 대해 미국 정부는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도, 우려를 표명하지도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아프리카를 오랫동안 방치해 왔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할지 모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뒤처져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활동하는 기술·정보 분석가인 조지 보타는 “아프리카 내 영향력 경쟁 측면에서, 미국은 중국과 러시아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이 허위 정보의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중국이 주도하는 반미 메시지 확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현재 미국은 ‘아프리카 횡단 회랑 계획’의 일환으로 잠비아의 철도 및 도로 건설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의 경제적 효과를 내고 있다”며 “하지만 아프리카인들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정보 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은 막대한 자금을 미디어에 투자해 자국 활동을 홍보하고 있다. 미국도 똑같이 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그 누구도 이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몇 년 안에 중국이 아프리카 전역을 장악할 수 있다”며 “미국이 중국과의 영향력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