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천사의 연설”…하늘과 우주에 관한 이해를 돕다

마리 오스투(Mari Ostu)
2024년 06월 10일 오후 1:55 업데이트: 2024년 06월 10일 오후 3:37

16세기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등장으로 지동설(地動說)이 학계의 인정을 받기 전, 당시 사람들은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별, 행성이 돈다고 믿었다. 천동설(天動說)은 피타고라스 철학에서 유래한 ‘우주의 음악(보편적 음악)’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는 ‘천체의 음악’으로도 알려져 있다.

당시 사람들은 천체는 궤도에 따라 특정한 주파수와 소음을 만드는데, 이 소리가 바로 우주의 음악이라고 여겼다. 이것은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지만, 영혼은 이 소리를 인지해 그 속에서 음악적 조화를 감지할 수 있다고 믿었다.

6세기 로마의 수학자이자 철학자 보이티우스(480~524)는 음악에 관한 논문 ‘음악 지도’를 썼다. 그는 음악을 ‘기악 음악’・‘인간의 음악’・‘구체(球體)의 음악’ 세 가지로 분류했다. 구체의 음악은 천상의 영역에 존재하는 비례적이고 수학적 조화를 의미한다. 인간의 음악은 인간의 몸도 천체와 마찬가지로 몸과 마음, 영혼의 관계에서 발견되는 조화로운 질서의 지배를 받는다는 것을 전달하는 한편, 이 조화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글로리아의 음색

‘글로리아’(1884), 토마스 윌머 듀잉 | 퍼블릭 도메인

19세기 스코틀랜드를 대표하는 역사가이자 철학자 토머스 칼라일(1795~1881)은 “음악은 천사의 연설이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예술가들은 천상의 존재와 음악을 연결해 많은 작품을 탄생시켰다.

20세기 초에 활발히 활동했던 미국의 화가 토마스 윌머 듀잉(1851~1938)의 1884년 작 ‘글로리아’에는 하프를 든 네 명의 천사가 14세기 중세 예술품을 연상케 하는 방식으로 묘사돼 있다. 가로 26cm 세로 30cm의 작은 그림에는 파스텔 색상으로 네 명의 천사와 그들의 날개, 드레스, 악기가 섬세하게 구현돼 있다.

이 작품은 평면적이며 채색된 구성으로 보이지만, 화면 속 구성물의 조화로 입체감을 부여했다. 하얀 꽃잎과 은은한 무지갯빛 날개, 드레스에 새겨진 무늬와 주름이 음악적 조화를 불러일으킨다. 각 천사의 머리 위에는 후광이 떠 있고, 이는 그들이 들고 있는 하프의 유려한 곡선과 시각적 공명을 이룬다.

하프의 우아한 나선형의 소리판과 기둥은 나선형으로 배열된 천사들의 모습과 조화를 이룬다. 천사들이 하프를 들고 있는 모습은 활시위를 당기는 궁수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하프와 천상의 조화

‘베들레헴에서 목자로 일하던 미래의 이스라엘 왕 다윗’(1877), 존 로저스 허버트 | 퍼블릭 도메인

하프는,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의 예술적 전통에서 발견되듯이, 천상의 음악과 많은 연관성이 있다. 고대 이집트 신화에서 하프는 모성과 사랑, 아름다움, 음악 등을 관장하는 여신 하토르와 관련돼 있다. 하토르를 찬양하는 비문에서 그녀는 음악의 여주인이자 하프 연주의 여왕으로 묘사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태양과 음악, 시의 신 아폴론이 하프와 비슷한 현악기인 리라를 연주하는 모습이 자주 묘사됐다. 아폴론의 리라는 천상의 조화, 즉 천체의 음악을 상징한다.

‘하프를 연주하는 다윗 왕’(17세기), 피터 파울 루벤스 | 퍼블릭 도메인

기독교의 전통, 특히 구약성서에서는 하프가 영적 치유 및 예배와 관련해 자주 언급된다. 음악적 재능으로 유명한 다윗은 하프를 연주해 사울 왕에게서 악령을 쫓아내기도 했다. 또한 욥기에서 욥은 자신의 고난을 탄식하며 “하프도 슬픔으로 변하고, 오르간은 우는 이의 목소리로 변했다”라고 표현한다. 또한 시편에는 하프를 하나님의 찬양과 숭배에 적합한 악기라 여기며 “하프와 함께 주님을 찬양하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천상의 움직임

‘글로리아’(1884)의 세부, 토마스 윌머 듀잉 | 퍼블릭 도메인

토마스의 작품 ‘글로리아’ 속 천사들은 천상의 부드럽고 아름다운 선율에 의해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인다. 토마스는 하프 줄 뒤편에 바람에 휘날리는 드레스의 주름을 그려 넣어 서로 다른 패턴이 조화를 이루게 했다. 이를 통해 마치 옷자락이 움직이며 내는 소리가 들리는 듯 청각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무질서해 보이는 옷의 질감과 장식 요소는 색의 조화와 추상적 형태의 배열을 통해 구성적 질서를 이룬다.

토마스는 회화와 드로잉의 다양한 기법을 사용해 기발하고 매혹적인 그림을 탄생시킨다. 그는 부드럽고 추상적인 형태 위에 겹겹이 물감층을 쌓아 깊이감을 표현한다. 이 기법은 작품 속 천사의 머리카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천사의 붉은 머리카락은 분필을 문지른 듯 흐릿하며 모호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화가는 머리카락에 구조를 부여하기 위해 여러 갈색 선을 추가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이 작품에는 질감과 무늬가 우아하게 묘사돼 있다.

선의 두께를 미묘하게 변화시킴으로써 입체감과 사실감을 부여했다. 하프 줄은 광택이 있거나 빛을 반사하는 효과를 내기도 하고, 불투명함과 투명함을 조절해 사실적이며 입체적인 느낌을 준다.

음악을 만드는 천사

‘음악을 만드는 천사’(1480년 경), 멜로초 다포를리 | 퍼블릭 도메인

음악과 천상계의 연관성을 표현한 또 다른 작품으로 멜로초 다포를리(1438~1494)의 프레스코화를 꼽을 수 있다.

15세기 이탈리아의 화가 멜로초는 르네상스 시대의 화가이자 건축가였다. 그는 줄리아노 델라 로베레 추기경의 의뢰로 로마 산티 아포스톨리 성당의 천장에 아치형 천장화를 그렸다. 추기경은 의뢰할 당시 ‘그리스도의 승천’을 주제로 삼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작품은 천장화에 인물 묘사를 할 때 원근법을 적용한 최초의 작품으로 꼽힌다. 이후 1711년 이 작품은 성당의 개조를 위해 해체되어 16개의 조각으로 나뉘어져 지금까지 보존되고 있다.

‘음악을 만드는 천사’ 중 류트를 연주하는 천사의 세부, 멜로초 다포를리 | 퍼블릭 도메인

16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예술가이자 역사가인 조르조 바사리(1511~1574)는 멜로초에 대해 당시로서는 새로운 기법이었던 원근법 묘사에 높은 재능을 보였다고 말했다. 멜로초는 원근법을 천사들의 그림에 적용했다. 전체 작품 중 한 조각에는 천사가 류트를 연주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천사는 시선을 아래에 집중한 채 악기를 연주한다. 그의 머리와 옷, 배경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생동감 넘치는 색조는 작품 전체 속 다른 천사들과 조화를 이룬다.

구체(球體)의 음악

1415년, 음악 이론가 니콜라우스 데 카푸아는 ‘음악의 개요’라는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에서 그는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돼 보이티우스에 의해 정립된 ‘구체의 음악’이라는 개념을 천사의 음악으로 대체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피타고라스 사상에 뿌리를 둔 보편적인 우주 음악의 개념은 중세 시대에 이르러 천사의 음악이라는 기독교적 개념으로 대체됐다.

다포를리가 천장화에서 묘사한 것이 바로 천사의 음악이다. 천상의 영역에 대한 이해는 이 작품이 천장에 위치했었기에 더욱 효과적으로 묘사됐다. 화가는 하늘과 음악에 대한 묘사를 아름답고 우아하게 해냈고,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성당에 들어서서 위를 응시하며 천상과 천사, 음악에 대한 존경과 이해를 더했다. 아름다운 색채로 표현된 천사들이 곡을 연주하는 모습은 우주와 천상계, 그리고 음악에 대한 이해를 도왔을 것이다.

마리 오스투는 미술사와 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그랜드 센트럴 아틀리에의 핵심 프로그램에서 고전 드로잉과 유화를 배웠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