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형 정밀유도폭탄…해킹 통해 기밀 빼냈나? 이제 남은 건 신형 전투기 확보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4년 06월 7일 오전 10:18 업데이트: 2024년 06월 7일 오전 10:49

최근 북한 국방과학원을 방문한 김정은의 동정 보도에서 다양한 신형 무기 모형이 노출됐다. 이 가운데 GPS 정밀유도폭탄으로 보이는 모형도 등장했다. 10년 전 북한이 GPS 유도폭탄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그 모형이 노출된 것은 처음이다. 모형은 미군의 GBU-53/B와 GBU-39/B의 판박이였다. 해킹을 통해 기밀을 빼낸 의심이 든다. 북한이 소형 GPS 유도폭탄을 개발했다면 이제 남은 것은 신형 전투기 확보뿐이다.

◇ 北 관영매체 보도에 등장한 소형 정밀유도폭탄…미군 것 판박이

지난 2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국방과학원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GPS 유도폭탄 GBU-53/B와 GBU-39/B를 그대로 베낀 폭탄 모형이 보인다.

GBU-53/B는 ‘스톰브레이커’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미군의 소형 GPS 유도폭탄이다. 기존의 250파운드(약 113kg)급 재래식 폭탄을 먼 거리에 있는 목표를 정밀 타격할 수 있도록 개조한 폭탄이다. 기존 재래식 폭탄은 투하하면 자유낙하하면서 목표로 향하는 반면 GBU-53/B에는 GPS 유도장치와 INS(관성항법장치)와 날개가 장착돼 있어 목표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1발당 가격은 약 20만 달러이며, 전투기에서 투하하면 111km 떨어진 목표까지 비행해 타격한다. 레이시온사(社)에서 2006년부터 개발을 시작, 2009년 5월 첫 시험을 했다. 미 공군은 2015년 6월 GBU-53/B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F-15E와 F-16, F-18은 물론 F-22와 F-35 같은 스텔스 전투기의 내부 무장창에도 탑재하고 있다.

GBU-39/B도 미군의 소형 GPS 유도폭탄이다. GBU-53/B와 같이 250파운드급 재래식 폭탄을 개조한 것이다. 보잉사가 2001년부터 개발을 시작, 2006년부터 미 공군에 납품했다. 지금까지 1만 7000발 이상을 납품했다. GPS와 INS로 유도되며 111km 떨어진 목표까지 비행해 타격하는 것은 유사하다. 하지만 가격은 GBU-53/B보다 저렴한 1발당 4만 달러 선이다. 보잉은 2019년에는 스웨덴 사브 사와 함께 GBU-39/B를 4개 묶은 지대지 미사일 형태의 지상발사소형폭탄(GLSDB)을 개발해 선보였다. M270 다련장 로켓(MLRS)이나 M142 하이마스(HIMARS·고기동성포병로켓)에서 발사할 수 있으며 사거리도 150km로 늘어났다.

◇ 미 공군 GBU-53/B와 GBU-39/B, 소형에다 저렴해 많은 국가서 관심

GBU-53/B와 GBU-39/B는 서방 국가는 물론 중국과 러시아, 이란, 북한에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GPS 유도 및 비행이 가능한 소형폭탄이라는 점 때문이다. ‘멍텅구리 폭탄’이라고도 부르는 구형 항공폭탄은 자유낙하 방식으로 명중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목표물 하나를 타격하려면 수십 발을 떨어뜨려야 파괴가 될까 말까였다. 반면 폭탄에 날개를 달고 GPS와 INS를 장착하면 단 한 발의 폭발로 주변 피해 없이 목표물만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유도 장치와 날개를 달면 부피와 무게가 증가한다는 점이다. 부피와 무게가 증가하면 대형 전투기나 폭격기를 통해서만 운용할 수 있다. 하지만 GBU-53/B와 GBU-39/B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두 폭탄 모두 길이는 약 1.8m, 무게는 90~130kg에 불과하다. 하지만 정확도 증가와 목표에 돌진하는 속도로 인해 위력은 구형 폭탄의 몇 배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이런 이점을 얻고자 KGGB(한국형 GPS 유도폭탄)를 개발해 2010년 8월에 완성, 2014년부터 공군에 배치하고 있다. 다만 GBU-53/B와 GBU-39/B만큼 가볍지 않은 500파운드(224kg)급 재래식 폭탄을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미군이 GPS 유도폭탄을 처음 사용했던 1991년 2월 걸프전 이후 중국도 이런 형태의 GPS 유도폭탄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렇게 개발한 FT-6 폭탄, LS-6 폭탄은 미군이나 우리 군의 그것과 대단히 흡사하다. 러시아도 2019년부터 여러 종류의 신형 GPS 유도폭탄을 배치했다. 하지만 북한 국방과학원이 공개한 것과는 앞부분 등의 형상이 다르다.

이 밖에 독일, 프랑스, 이스라엘, 튀르키예 등도 소형 GPS 유도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이나 북한의 그것과는 다른 형상이다. 그나마 비슷한 형상을 가진 것이 2019년 8월 이란이 공개한 소형 GPS 유도폭탄이다.

자난 28일 창립 60주년을 맞은 국방과학원을 축하 방문한 김정은. | 조선중앙TV 캡처

◇ 10년 전부터 GPS 정밀유도폭탄 개발하던 北…美 방산업체 해킹했나

북한이 GPS 유도폭탄을 개발 중이라는 소식은 2014년 9월에 처음 나왔다. 당시 <조선일보>는 “북한이 미국의 합동직격탄(JDAM)과 유사한 신형 정밀유도폭탄을 개발 중”이라고 군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은 “수년 전부터 북한이 신형 정밀유도폭탄을 시험하는 정황이 계속 포착되고 있어 가까운 시일 내에 개발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우리 군은 당시 북한이 황해도 훈련장에서 신형 정밀유도폭탄 투하 시험을 하는 정황을 포착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개발하던 정밀유도폭탄은 GPS 대신 러시아 위성항법체계인 글로나스를 활용하고 있었으며 최대 사거리는 10km 정도에 불과하고 정확도도 다소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기술력과 외부 소재 부품 도입의 한계 때문에 북한이 개발하는 정밀유도폭탄도 중국이나 러시아처럼 1000파운드(453kg)급의 대형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이번에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한 정밀유도폭탄은 미군의 그것과 거의 유사한 것이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거의 빼다 박았다. 미국 정밀유도폭탄 복제품이 예전에 이란에서 나온 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 기술을 받아서 만들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일우 사무국장이 말한 이란 정밀유도폭탄은 ‘발라반’이다. 미군이 중동에서 사용한 GBU-53/B와 GBU-39/B의 파편을 이란이 긁어모아 역설계 했을 것이라는 게 이 사무국장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란이나 북한이 미국 방산업체나 그 협력업체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통해 기밀을 빼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0년 5월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북한 해커조직이 보잉, 록히드마틴, 브리티시에어로스페이스(BAE) 등의 인사담당자를 사칭한 사이버 공격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한 국내 방산업체와 국방과학연구소(ADD)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통해 대량의 기밀을 빼낸 바 있다. 이렇게 빼낸 기밀을 바탕으로 소형 정밀유도폭탄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8일 북한 국방과학원을 방문한 김정은이 전시실을 둘러보고 있다. | 조선중앙TV 캡처

다만 군사전문가들은 북한 국방과학원에 전시한 폭탄이 실제로 작동할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은 과거 글로벌호크나 리퍼와 유사한 모양의 정찰기를 선 보인 적이 있는데 비행은 했지만 정말 능력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의 정밀유도폭탄이 실제로 작동할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북한이 원하는 성능은 미군이나 한국군의 요구 성능보다 훨씬 낮다. 김정일 때까지 정밀타격보다는 대량살상에 집중해 왔던 북한군은 김정은이 집권한 뒤부터 기술 발전을 통한 정밀타격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이 요구하는 정밀도가 아니고 대형 목표물을 타격할 정도만 되면 만족한다는 것이 정보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북한이 GPS와 글로나스, INS로 유도되는 소형 폭탄 개발에 성공했다면 남은 것은 신형 전투기다. 여기에는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하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러시아를 찾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하바롭스크 콤소몰스크나아무레에 있는 수호이 공장을 찾았다. 언론에 공개한 모습은 Su-57 스텔스 전투기 제작 현장이었지만 김정은이 실제로 관심을 가졌던 기종은 당장 도입이 가능한 Su-30이나 구형이라도 상당한 성능을 가진 Su-27 계열로 알려졌다. 이런 전투기라면 정밀유도폭탄이 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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