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도체 산업 육성에 64조원 베팅…전문가 지적한 ‘결정적 패착’은?

메리 훙
2024년 06월 5일 오후 3:07 업데이트: 2024년 06월 5일 오후 3:07

서방 봉쇄 맞서 자체 공급망 구축 시도…전문가 아닌 시진핑 충신 주도 한계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미국의 견제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공산당이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했다.

이를 통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의 견제에 맞서 자체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노력이 결국 실패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관영 CCTV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반도체 산업 육성 펀드인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기금’에 3440억 위안(약 64조 원)을 투입할 것”이라며 “중앙 정부와 국영은행, 기업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펀드는 반도체 산업 관련 3차 펀드다. 2014년 조성된 1차 펀드는 1387억 위안(약 26조 원), 2019년 2차 펀드는 2000억 위안(약 37조 원) 규모였다.

대만 타이베이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대만영감협회(TIA)’의 전무이사인 라이정웨이는 “중국의 반도체 이니셔티브는 경제 발전이 아니라 정치적 안정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공산당은 반도체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군사력 증강, 사회 통제 강화 등에 쓰려 할 것”이라며 “그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권 안정과 체제 유지”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1차 펀드와 2차 펀드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역대 최대 규모로 3차 펀드까지 조성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그들의 시도는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라이정웨이는 중국의 반도체 혁신을 가로막는 주요 요인으로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꼽았다.

그는 “중국의 경제 시스템은 상부의 명령과 계획에 따라서만 움직이는데, 그 계획은 전문가들이 아니라 충신(忠臣)들이 주도한다”며 “이 과정에서 정치적 목표가 우선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즉,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하는 자들이 경제 계획을 주도하고 전문가들은 이에 복종하는 것”이라며 “이런 시스템에서는 혁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경제 매체인 ‘차이나 이코노믹 위클리’에 따르면, 2020년 10월 기준 중국에 있는 반도체 관련 기업은 5만 개가 넘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2만 2000여 개의 기업이 사라졌다.

또 다른 중국 매체 ‘TMT포스트’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그해 하루 평균 기업 30개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계 미국인 경제학자인 데이비 웡은 “중국공산당 통치하에서는 연구개발(R&D)이나 기술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끌기 매우 어렵다”며 “권위주의적 체제와 불공정 관행, 부패 문제 등이 이를 가로막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번 3차 펀드도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