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길, 24절기] 망종(芒種), 게으른 농부에게 주는 기회
24절기 중 아홉 번째 절기 ‘망종(芒種)’입니다.
망종은 한자로는 까끄라기 망(芒), 씨 종(種)인데요. 이름 그대로 수염(까끄라기) 있는 종자, 즉 벼 같은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때라는 뜻입니다.
망종은 익은 보리를 베어 거둬들이고 벼농사를 위해 논에 모를 심는 때입니다.
“보리는 익어서 먹게 되고, 볏모는 자라서 심게 되니 망종이요”, “햇보리를 먹게 될 수 있다는 망종”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태종 16년 4월 11일. “농사일이 바야흐로 성하니, 각도 각 고을 수령(守令)에게 문서를 보내어 망종 절기 전에 백성을 독려하여 종자 심기를 끝내고 늦추지 말게 하라.”
세종 29년 4월 15일. “농사에 게으른 자가 비록 일찍이 갈고 심지 못했더라도 만일 망종까지만 하면 그래도 추수할 가망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망종을 기다려서 종자를 뿌리는 기한으로 삼는 것이 아니다.”
또 ‘망종보기’라 해서 망종이 일찍 들고 늦게 듦에 따라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쳤습니다.
음력 4월 내에 망종이 들면 보리농사가 잘되어 빨리 거두어들일 수 있으나 5월에 망종이 들면 그해 보리농사가 늦게 되어 망종 내에도 보리 수확을 할 수 없게 된다고 믿었죠.
망종은 현충일과 관련이 있습니다.
1956년 망종 날인 6월 6일 6·25전쟁 희생자 추모제를 지내면서 이날이 현충기념일로 지정됐다가 1975년 현충일로 개칭됐습니다.
실제 우리 선조들은 망종을 ‘가장 좋은 날’로 여기고, 조상들의 보살핌에 고마워하는 제사를 지냈습니다. 또 조정에서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군사들에 대한 예를 갖췄습니다.
고려 현종 때 ‘망종 날이면 전쟁에서 죽은 장병의 뼈를 집으로 보내 제사를 지내게 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녹음이 짙어지는 절기를 맞아 순국선열의 호국 정신을 돌아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