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中…싱하이밍, 계명대서 “한중 관계 초심” 호소

싱하이밍, 계명대 아·태 중국어 교육 포럼서 축사
글로벌 탈중국·대만 지지 움직임에 위기감 노출
한국에 “수교 당시 기억해달라”며 끌어 당기기
대구 계명대에서 공자학원 관련 포럼이 열린 가운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참석해 한·중 두나라의 “초심”을 강조했다.
미국 등 서방 주도의 세계적 탈중국 물결 속에서 한국을 붙잡고 싶은 중국 공산당의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중화민국(대만) 라이칭더(賴淸德) 신임 총통 취임 후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만 지지에 따른 위기감도 포착됐다.
싱하이밍은 지난 31일 계명대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태평양 중국어 교육 포럼’ 연단에 올라 “한·중 두 나라가 수교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상호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파견 유학생으로 북한 황해도의 사리원농업대학(현 계응상사리원농업대학)을 졸업한 싱 대사는 첫인사에서 한국어 실력을 뽐냈지만, 곧 “한국어로도 축사를 할 수 있지만 중국어 교육에 관해 논하는 자리인 만큼 중국어로 축사를 하겠다”고 중국어로 축사를 이어갔다.
싱 대사는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를 인용해 한국인 가운데 82%가 한·중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며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환구시보의 해당 여론 조사는 지난 4월 중순 발표된 것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시행됐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한국 총선이 끝나고 얼마 후 공개됐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의 한미 동맹강화 노선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불만을 나타냈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여론조사를 인용했다는 점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이날 발언은 현재 중국 공산당의 우려 지점이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한 대중 포위망이 조여드는 상황에 놓여 있음을 짐작게 했다.
또한 “수교 당시의 초심”, “상호 이익 존중”이라는 싱 대사의 발언은 지난 20일 대만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린 라이 총통 취임식에 조경태 의원(국민의힘)을 비롯해 6명의 한국 국회의원들이 참석한 것과도 맞물린다. 이에 대한 항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밝혔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대만 총통 취임식에 대한 한국 정부와 정치권의 지지 움직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한·일 두 나라의 정치인들이 라이 총통 취임식에 참석한 것을 두고 큰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총통 취임식 당시 일본은 현직 의원 30여 명이 포함된 대규모 대표단을 파견했다. 반면, 한국은 별도의 대표단을 보내진 않았지만 ‘한-대만 의원친선협회장’인 조경태 의원 등이 대만 초청으로 참석했다.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눈치를 본 셈이지만, 그럼에도 중국 외교부는 주중 한국·일본 공사를 똑같이 불러 항의했다.
중국 대사관은 21일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한국) 국회의원들이 대만을 ‘무단 방문’했다”고 비난했다. 싱하이밍 대사 역시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대만 문제를 신중히 처리해달라”고 요구했다.
일본에서는 20일 우장하오(吳江浩) 주일 중국대사가 “대만 독립 세력에 가담하는 잘못된 정치 신호”라며 “일본이 중국 분열에 가담한다면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가게 될 것”이라고 협박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은 한국과 일본을 노골적으로 위협하는 북한을 포함해 러시아까지 3각 군사동맹을 강화하는 상황이다.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별다른 이득 없이 저자세 외교를 지속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히려 미국이 대만에 힘을 실어주는 상황에서 대만과의 관계를 이용해 중국으로부터 얻을 것을 얻어내는 실리적 외교의 필요성도 대두된다.
한편, 이날 포럼은 계명대가 창립 125주년을 맞아 중국 베이징의 대상 중국어 고등교육 기관인 북경어언대학교와 공동으로 주최하고 계명대학교 공자아카데미(공자학원) 주관했다.
‘중국어 교육의 새로운 지평과 도전’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포럼에는 신일희(申一熙) 계명대 총장을 비롯해 윤창준(尹彰浚) 계명대 공자학원 원장(同 대학 중국어과 교수),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황이팡(黃益方) 중국 북경어언대 부총장 등이 주요 인사로 참석했다.
계명대는 중국과 학술 교류에 적극적이다. 이 대학은 지난 2008년부터 중국과 학부생 복수학위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는 중국사회과학원과도 석박사 공동학위 과정을 운영해왔다.

포럼이 진행되는 동안 계명대 동문 앞에서는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공실본) 주도의 ‘공자학원 추방 촉구’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공자학원’이 ‘중국어 교육기관’을 빙자해 주재국의 화교(華僑) 사회를 감시하는 선전·첩보 공작 기관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에 앞서 지난 27일부터 계명대 인근과 대구 시내 주요 장소에 ‘중국 돈에 영혼 파는 계명대는 반성하라’, ‘중공(中共) 선전 공작 소굴 공자학원 추방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대구 시민들과 계명대 학생들의 주의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