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정찰위성 발사 카운트다운…러 우주발사체 기술 전수, 핵확산보다 무섭다?

전경웅 객원칼럼니스트/자유일보 기획특집부장
2024년 05월 28일 오전 10:18 업데이트: 2024년 05월 31일 오후 4:20

북한이 오는 6월 3일 이전 위성 발사를 예고했다. 지난 일주일 동안 관련 보도를 종합해보면 북한과 러시아 간의 위성 기술 협력이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특히 과거와 달리 위성 발사 전 엔진 연소 시험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는 점은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보다 강력한 로켓 엔진 기술을 전수 받는데 주력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 ‘카운트다운’ 예고한 北…日에 “6월 3일 이전 위성 발사”

북한이 27일부터 6월 3일까지 위성발사체를 쏘아 올리겠다고 일본 정부에 통보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27일 새벽 1시 무렵 일본에 위성 발사체 발사 시한을 통보했다. 일본 당국은 북한 위성발사체가 한반도 서해상에 낙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 준비를 사실상 완료했다는 소식은 지난 24일 이미 나왔다. <동아일보>는 이날 “북한이 최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으로 위성발사체를 이동시키고, 진입로 정비와 요인용 관람대 설치까지 완료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우리 당국이 최근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으로 위성발사체가 이동한 정황을 포착했다”면서 “요인용 관람대 마련, 진입로 정비 상황은 물론 발사 후 위성발사체 비행 궤적을 추적하는 계측 장비(텔레메트리 송수신 장비)까지 설치된 정황도 식별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같은 날 <연합뉴스>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돕기 위해 러시아 기술진이 대거 방북했고, 북한이 이들의 검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엔진 연소 시험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실시했다”느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두고 “지난해 북한의 행동으로 미뤄보면 이미 (발사를) 했을 텐데 (연소) 시험을 계속한 것”이라며 “지난해에는 김정은의 초조함 때문에 일단 쐈는데, 지금은 완전히 성공해야 한다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북한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는 용감하게 쏠 수 있겠지만 (러시아) 전문가들이 와서 안 된다고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아주 신중하게 엔진 연소 시험을 예상보다 훨씬 많이 했다”라며 “러시아 기술자들이 푸틴 대통령의 지원 공언 이후 대거 (북한에) 들어갔는데, 이들의 합격 기준이 높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 北, 지난 4월까지 우주발사체 조립·해체 반복…로켓 엔진에 문제 가능성

지난해 11월 정찰위성을 발사한 뒤 북한 김정은은 연말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2024년에 3기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당국은 북한이 4월 이전에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북한은 위성발사체를 서해 발사장으로 옮겨 조립했다 해체했다를 반복했다.

지난 5월 7일 <동아일보>는 “북한이 지난 4월 위성발사체를 해체한 후 재조립했다”는 정부 소식통의 이야기를 전했다. 소식통은 “지난해 11월 성공한 발사 때도 2단 추진체 엔진에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이에 완전 해체 후 새로 조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문은 “(북한이 발사) 준비 중인 정찰위성의 발사체나 위성 탑재부 외형 등이 지난해 11월에 쏜 정찰위성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북한 위성발사체 엔진에 문제가 있을 것으로는 분석을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8월까지도 위성발사체 엔진에 문제가 발생해 정찰위성 발사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 기술진의 손을 빌렸다는 게 현재 우리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 러, 오랜 기간 사용해 온 ‘소유즈 기술’ 北에 전수했을 가능성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엔진의 문제점만 고쳐줬을 수도 있지만 새로운 엔진 기술 또는 러시아가 사용했던 위성발사체 기술을 전수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다만 러시아가 그동안 해왔던 행태로 미루어볼 때 비교적 오래된 기술이지만 신뢰성이 검증된 기술을 북한에 전수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북한이 받았을 위성발사체 기술은 소유즈 로켓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소유즈 로켓은 지금도 러시아가 사용하는 위성발사체다. 우리나라에서는 소유즈 로켓이 한 가지인 줄 알지만 실은 1966년 11월부터 지금까지 개발해 온 발사체의 통칭이다. 구소련이 처음 개발한 위성발사체는 1957년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용도로 개발한 R-7세묘르카다.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를 쏘아 올린 것도 이 위성발사체였다.

이후 구소련은 미국과의 우주개발 경쟁에서 다양한 위성발사체를 개발했다. 그러다 1966년 11월부터는 소유즈 로켓을 계속 개량하며 우주개발을 해왔다. 소유즈-B, 소유즈-V, 소유즈-R, 소유즈-L, 소유즈-M, 소유즈-U 등으로 꾸준히 개량을 해가며 인공위성을 지구 궤도에 올렸다. 현재 사용하는 위성발사체는 소유즈-2.1v로 RD-0124 로켓 엔진을 2단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지난 4월 차세대 위성발사체 ‘앙가라-A5’의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해도 소유즈-2.1은 한동안 현역일 것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기술을 북한에 제공할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보다는 조금 구형이지만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위성발사체 기술을 줬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특히 2단 추진 로켓 성능을 개선한 것이라면 러시아 측이 RD-107 또는 RD-108 관련 기술을 북한에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적당히 오래된 기술이면서 충분하고 안정적인 추력을 제공하는 로켓 엔진이기 때문이다. 특히 250~260초 동안 약 750kN(킬로뉴톤)의 평균 추력, 최대 810kN의 추력을 제공하는 RD-108은 북한 정찰위성을 지구 궤도에 안정적으로 올리기에는 충분한 성능이다.

◇ 우주발사체 기술, 본질적으로 ‘대형 ICBM 기술’…‘악몽’ 어떻게 막을까

러시아는 북한에 ICBM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위성발사체 기술은 소유즈 로켓의 역사에서 보듯 ICBM과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신뢰성 높은 위성발사체 기술의 무분별한 확산은 군사적으로 핵무기만큼 위험할 수 있다.

북한은 일반적인 국가와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체제를 부정한다. 유엔 안보리 체제를 부정하는 나라로는 현재 북한과 이란, 쿠바 등이 존재한다. 시리아, 예멘을 비롯해 아프리카 몇몇 국가는 유엔 안보리의 영향력이 사실상 미치지 못한다. 이런 나라의 반군이나 정부는 구매력이 있어도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정찰위성 발사를 못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가 아무리 ‘깡패국가’처럼 굴어도 자신들이 상임이사국인 유엔 안보리 체제의 이용가치가 더 높기 때문에 이런 나라들을 대신해 정찰위성을 쏘아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다르다. 돈만 주면 뭐든지 한다. 이런 북한이 만약 신뢰성이 높고 안전한 우주발사체를 보유하게 된다면? 유엔 안보리 영향권을 벗어난 ‘깡패국가’나 ‘비국가 조직’ 또는 ‘초국가 조직’이 북한에 거액을 주고 군사위성 또는 ‘위성무기’를 지구 궤도에 올리려 시도할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진영에게는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수출만큼이나 악몽의 시나리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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