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창사이래 첫 노조 파업선언…“내달 7일 연차 파업”

강우찬
2024년 05월 29일 오후 5:21 업데이트: 2024년 05월 29일 오후 5:21

삼성전자 노조가 창사 이후 사상 처음으로 파업에 돌입한다.

사내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의 일방적 교섭 결렬 등을 이유로 즉각 파업을 한다고 밝혔다.

전삼노는 이날 “조합이 요청하는 것은 무조건 안 된다고 하면서 노사협의회 또는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사항을 일방적으로 발표해 적용하는 등 노조 파괴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측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또한 “사측이 교섭에 아무런 안건도 준비하지 않고 나왔다”며 “이 모든 책임은 노동조합을 무시하는 사측에 있다”는 파업의 이유를 모두 사측에 돌렸다.

쟁점은 인금인상과 성과급 지급이다. 전삼노는 “노조가 원하는 것은 임금 1~ 2% 인상이 아닌 일한 만큼 공정하게 지급하라는 것”이라며 성과급 지급을 촉구했다.

전날인 28일 전남노는 삼성전자 사측과 임금 협상을 위한 교섭을 벌였으나, 결렬됐다.

노사협의회에서는 지난 3월 올해 평균 임금인상률 5.1%(기본급 3.0%, 성과급 2.1%)로 합의했다. 이는 전년 4.1%(기본급 2%, 성과급 2.1%)보다 1%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올해 예상 소비자 물가 인상률은 2.6%의 2배 수준이다.

평균 인상률 5.1%이므로 실제로 인상률이 더 높은 경우도 있다. 좋은 평가를 받은 직원들은 평균 7% 이상 임금이 오른다. 평가가 특히 높은 사원들 중에는 8~10% 인상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삼노는 사측과 노사협의회 간 합의를 거부하고 6.5% 인급인상과 유급휴가 1일 추가를 요구하며 사측과 교섭을 벌여왔다. 특히 전날에는 사측위원 2명의 참여를 두고 양측 간 극심한 갈등을 빚다가 협상이 결렬됐다.

파업 일자는 다음 달 7일(6월 7일)이다. 전삼노 지도부는 조합원들에게 단체로 연차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아이디어를 모아 후속 파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날부터 파업과는 별개로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주차한 버스에서 숙박 농성을 벌인다.

현재 전삼노가 밝힌 조합원 숫자는 2만 8천 명으로 삼성전자 전체 직원인 12만5천명의 22% 수준이다. 파업 참여가 얼마나 이뤄질지 알 수 없으나, 다수가 참여할 경우 삼성전자에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창사 첫 파업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전자가 처한 현실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한 해 주력인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반도체 사업을 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서 14조8천8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핵심 분야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 경쟁력 확보에도 비상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