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앞둔 홍콩 경찰, 민주 활동가 6명 체포…새 ‘국가안전법’ 첫 적용

당국, ‘톈안먼 학살’ 추모일 앞두고 검열·통제 고삐 바짝
홍콩 당국이 지난 28일(현지 시각) ‘선동 혐의’로 민주 활동가 6명을 체포했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홍콩판 국가보안법’이 적용된 첫 사례다.
중국 분석 전문가들은 “중국공산당 통제하 홍콩 당국이 자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짓밟기 위해 이 법안을 악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크리스 탕 홍콩 보안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혐의로 인권 변호사이자 민주 활동가인 초우항텅을 포함해 총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중국과 홍콩 정부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시민들이 불법적인 활동에 참여하도록 선동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우리는 홍콩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했다.
홍콩 경찰은 “초우항텅은 다른 5명의 도움을 받아 ‘민감한 날’에 시위에 참여할 것을 부추기는 게시물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언급된 ‘민감한 날’은 톈안먼 사태가 벌어진 6월 4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초우항텅은 톈안먼 사태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집회를 주도한 혐의 등으로 2021년 9월 교도소에 구금됐다.
당국은 나머지 5명의 나이가 37~65세라고만 밝힐 뿐, 실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홍콩 입법회(의회)는 지난 3월 19일 반역, 내란 등의 범죄에 대해 최대 종신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는 ‘홍콩판 국가보안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2020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을 한층 더 강화하고 구체화한 것이다. 국가 분열,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39가지의 국가안보 범죄와 이에 대한 처벌을 담고 있다.
민감한 날
6월 4일은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날’로 꼽힌다. 매년 이날이 다가오면 중국공산당은 검열과 통제를 한층 더 강화한다.
’64’, ’89’, ‘학생’, ‘탱크’ 등 조금이라도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연상시키는 숫자나 단어는 철저히 금지된다. 촛불이나 꽃처럼 추모와 관련된 이미지를 포함하는 게시물도 온라인에서 검열된다.
이런 상황에서도 홍콩 시민들은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희생자들을 추모해 왔다.
그러나 2020년 중국공산당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시행한 이후,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심각하게 훼손됐다.
홍콩 당국은 수많은 민주화 운동가를 체포하고, 시위를 진압하며, 반정부적 성격의 모든 집회를 금지했다.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기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활동에 가담한 혐의’로 체포된 이들의 수가 291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는 지난 3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홍콩인은 물론, 홍콩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이 직면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