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서 공자학원 관련 세미나…미국선 ‘스파이 거점’ 퇴출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참여하는 행사가 대구에서 그 개최를 예정하고 있는 가운데 반중(反中) 성향의 시민단체가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예고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공실본)은 29일과 31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앞과 대구 소재 4년제 사립대학교인 계명대학교 인근에서 각각 ‘중국어 교육기관’을 표방한 중국 공산당의 해외 공작기관 ‘공자학원’의 영구 추방을 촉구하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공자학원’은 중국 공산당이 공자(孔子)를 내세워 공산주의와 모택동 사상을 선전하고 중국에 대한 환상을 유포하며 주재국의 정보를 수집하는 한편 주재국 화교 사회를 감시하는 선전·첩보 공작기관”이라며 “이미 그 실체가 드러났음에도 ‘공자학원’을 옹호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공작을 묵인하고 방조하는 반국가적 망동”이라고 지적했다.
‘공자학원’은 중국 정부가 중국어 교육 및 중국 사상·문화를 해외에 전파하겠다며 소프트파워 영향력을 확대할 목적으로 세운 기관이다. 그러나 공산주의 이념을 확산하고 각국에서 중국인 유학생과 학자들을 검열하며, 스파이 거점 역할을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지난 2004년 서울 강남에 전 세계 1호점이 문을 열었으며, 이후 연세대학교를 비롯해 한양대학교와 경희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충남대학교, 제주대학교 등 서울 및 국내 주요 대학에서 연달아 개설됐다. 또 전국 15개 중고등학교에는 ‘공자학당’이 설치·운영 중이다.
공실본 기자회견은 오는 금요일(31일) 오후 1시 계명대가 북경어언대학교와 공동으로 주최하는 학술 세미나 ‘중국어 교육의 새로운 지평과 도전’을 겨냥하고 있다.
이 세미나에는 싱 대사가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는데, 계명대의 경우 2007년 북경어언대학교와 ‘공자 아카데미 공동 운영 협정’을 체결하고 그해 9월 ‘공자학원’을 운영하기 시작하는 등, 국내에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공자학원’을 유치한 대학으로 꼽힌다.
해당 행사에는 신일희 계명대 총장을 비롯해 윤창준 계명대 공자학원 원장(同 대학 중국어과 교수) 등 요인이 참석할 예정인데, 특히 신 총장의 경우 지난 2013년 세계 공자학원의 총사령탑이라고 할 공자학원총부의 이사를 맡았을 정도로 ‘공자학원’과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공실본은 계명대를 비롯해 국내 대학과 그 관계자들이 공자학원을 매개체로 중국 정부 및 공산당 대리인들과 깊은 협력 관계를 맺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공자학원이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라 친중 인사 포섭 및 영향력 확산 기관이라는 우려에서다.
미 국무부는 ‘공자학원’을 중국 정부의 정치외교 활동을 수행하는 ‘외국 정부 대행기관’으로 분류하고 있다. 평범한 교육기관이 아니라고 공식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다. 또한 국무부가 주도한 적극적인 추방 운동의 결과로, 한때 미국 내 118곳에 달했던 공자학원은 작년 10월 기준 10개소로 대폭 줄어들었다.
공실본은 이처럼 해외에서 퇴출되는 공자학원이 한국에서 성업하는 상황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7일부터는 자유민주당(대표 고영주)과 공동으로 ‘중국 돈에 영혼 파는 계명대는 반성하라’, ‘중공 선전 공작 소굴 공자학원 추방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계명대 인근 및 대구 시내 주요 장소에 내걸어 학생과 시민들의 주의를 호소하고 있다.
공실본과 자유민주당은 “세계 각국이 ‘공자학원’을 없애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국내에는 총 39개소의 ‘공자학원’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한국은 세계 최다(最多) 공자학원 보유국”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미 중국 공산당의 해외 첩보 기관으로 알려진 ‘공자학원’에 대해 주무부처인 교육부 등은 그 실태 조사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며 ‘공자학원’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학과 교수들에게 각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