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북부 산시성 중심도시인 타이위안(太原)에서 최근 2주간 강물 투신 사건이 10여 건 발생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도시가 지난해 중국 관영신화통신 산하 잡지가 선정한 ‘중국 10대 행복 도시’의 하나로 꼽혔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모인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24일까지 2주간, 인구 530만 명 타이위안을 관통하는 펀허(汾河)강 다리 위에서 뛰어내린 사건이 10건 이상 발생했다.
매체는 이 기간 타이위안 6개 다리에서 11~15건에 달하는 강물 투신 사건이 발생했다며 틱톡 중국판인 더우인에 ‘타이위안’을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강물 투신’이 표시될 정도라고 전했다.
타이위안은 대만 ‘타오위안’과 비슷하지만, 중국 도시다. 동부와 서부, 북부 등 3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에 위치하고 있으며 중국의 신소재 및 첨단 제조업의 주요 도시이기도 하다.
황하의 두 번째 지류인 펀허강이 도시를 남북으로 관통해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총 17개가 건설돼 있다.
이 가운데, 타이위안시의 번화가를 잇는 잉저(迎滜)다리 한 곳에서만 지난 보름 사이 투신 사건이 최소 6건 발생하면서 민심이 흉흉해지고 있다.
현재 이 다리는 보수 공사 등을 이유로 시 당국에 의해 봉쇄된 상태지만, 잇따르는 투신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게 네티즌들의 주된 견해다.
투신의 원인으로는 부동산 침체와 경제난으로 인한 암울한 미래 전망이 언급된다. 실제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타이위안에 거주한다는 이들의 신세 한탄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타이위안에서는 이제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며 “온종일 일해도 월급이 고작 4천 위안(약 75만원) 남짓”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네티즌도 “다들 사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중국 출신 시사평론가 차이선쿤은 자신의 X(엑스·구 트위터) 계정에서 중국 여러 도시에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스촨성) 이빈시, 충칭시에 이어 타이위안시 당국도 ‘다리 지킴이 전담 요원’을 배치하고 나섰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게시물에 첨부한 영상에서는 다리 위에 공안들이 약 1미터 간격으로 서서 오가는 행인을 지켜보는 장면이 담겼다. 강물 투신을 예방하기 위한 공안 당국의 조치라는 것이다.
차이선쿤은 “이러한 사회 현상의 출현은 사회 전체가 슬픔, 심지어 절망에 가득 차 있다는 방증”이라며 불특정 다수를 향해 분노를 표출하는 ‘묻지 마’ 범죄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