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지능혁명 시대, 무엇을 가르치고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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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2024년 05월 24일 오후 4:15 업데이트: 2024년 05월 24일 오후 4:15

지능혁명 시대,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까요?

답변_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고려대 교육학과와 동(同) 대학원을 거쳐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에서 교육과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교육개발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위원, 한국교육과정학회 제25대 회장 등을 지냈다.

-그간 공교육에서 어떤 지식을 가르쳤나요?

“학교는 ‘배우는 법, 살아가는 법, 일하는 법’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입니다. 사회진화론자인 스펜서는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이 온전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5가지를 가장 중요한 지식이라고 했습니다. ▲자신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데 직접적으로 쓰이는 과학적 지식(체육, 보건과 건강, 영양 등) ▲직업생활을 위한 과학적 지식(전공 직업기술 지식)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육아를 하는 데 필요한 과학적 지식 ▲공공 생활에 민주시민(공민)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사회정치적 지식(국제관계학, 정치학 등) ▲삶의 여유와 여가를 즐기는 데 필요한 문화 예술과 관련된 지식과 기술 등입니다. 이런 권고는 지난 150년 이상 근현대 학교 교육에서 중심축이 되어 왔습니다.”

-오늘날 교육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발달심리학 학자들은 인간의 일생을 3단계로 분류합니다. 영유아기는 주변 환경을 직접 접촉하면서 오감을 발달시키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 부모들은 스마트 기기로 자녀를 달래려 하고, 아이들은 감당할 수 없는 정보(TMI)에 노출돼 ‘고장’이 납니다. 이에 중독돼 배움의 첫걸음인 읽고 쓰기를 거부하거나 익히지 못한 영유아들은 환경을 바르게 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부모들은 자녀들의 간접경험, 가상현실 경험을 대폭 줄여 주고 그 대신 산에 오르고, 하늘과 별을 쳐다보며, 망망대해를 가슴에 안아 보도록 해야 합니다.”

-학교 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청소년 시기는 수학, 과학, 기술공학, 논리학 등을 통해 검증, 실증, 논증된 공부를 하고 정확성을 발달시키는 단계입니다. 즉 1+1=2와 F=ma를 배워 수학 문제를 해결하고, 문법에 맞게 글을 쓰고, 논리적으로 말하고 글 쓰는 법을 배우는 시기죠. 언제부터인가 온갖 통융합을 말하며 포스트모던한 상대주의가 극성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답이나 최선의 답을 내는 공부를 버리고, GPT처럼 그럴싸한 답을 모두 정답으로 처리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예술과 인문 사회학적 사고를 다른 모든 분야로 확장시킨 부작용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학교는 ‘자유+민주+이성’을 키울 자리에 ‘민주+감수성’을 채워서 홍위병을 키우고 있는 셈입니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고, 모든 차이는 차별인 것처럼 취급합니다. 가짜가 판을 치는 시대, 우기고 떼쓰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성인이 되면 성숙해질까요?

“성인기는 넓은 교양과 종합적인 판단의 성숙을 보이는 단계인데 불행히도 우리나라 성인들은 학교를 졸업하면 공부를 그만두기 일쑤라 선진국 중 성인 문해력이 꼴찌에 속합니다. 2022년 성인의 경우 종합독서율은 43.0%, 종합독서량은 3.9권으로 2021년에 비해 각각 4.5%p, 0.6권 줄어들었습니다. 대신 SNS를 통해 보고 싶은 것, 듣고 싶은 것만 섭취해 확증편향을 만들어 살아갑니다. 가짜임에도 사실이라고 생각하고 믿고 싶어 하는 경향(truthiness)을 보이고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을 좀처럼 고치지 않으며, 지연, 혈연, 학연에서 묶입니다. 조용한 다수는 묻혀가고 ‘시끄러운 깡통’들이 요란한 세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이성과 교양은 사라지고 범죄자를 지도자화(化), 우상화하는 세대가 만들어졌죠. 사회의 중추 세대가 도리어 남북, 동서, 계층, 노사, 남녀, 세대 갈등의 주축이 되고 있습니다.”

-인간지능을 능가해 딥러닝(Deep Learning)하는 AI를 장착한 로봇시대,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요?

“GPT의 등장으로 기계가 빅 데이터로 ‘정보’를 만들어 내는 시대를 지나 드디어 기계가 스스로 ‘지식’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미래 역량으로 △개념적 지식 △비판적 사고 △컴퓨팅 사고 △융합역량 △의사소통 △협력 △인격 △자신감 △신용 △창의성 등 ‘10C’를 강조합니다. 특히 창의적 문제 해결력, 융복합적 사고, 데이터(자료) 분석 및 활용, SW 이해와 활용, 글로벌 마인드 역량 등이 강조됩니다.”

“인간은 AI와 달리 실수, 거짓말, 나쁜 일 꾸미기, 숨긴 의도 파악하기, 특이한 개성, 미세한 감각(향수, 병아리 감별, 맛 등), 통찰력 등을 갖고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며,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은 무한하다’고 했습니다. 이에 동의한다면 어릴 때 교육 및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우리는 핵무기, 자연 파괴 등 인류의 파멸을 가져오는 어리석음을 최대한 피해야 할 것입니다.”

-기계에 지식을 빼앗긴 인간은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할까요?

“결국 우리에게 남은 것은 현명한 판단이고 지혜입니다. 속단하는 이들은 인간이 더 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고, 공부나 일도 필요 없다고 합니다. 정말 그래도 될까요? 아닙니다. 우리는 아직도 가르치고 배울 것이 많습니다. 기계가 스마트해진다면 인간은 더 스마트해져야 하지 않을까요? AI 딥러닝(deep learning) 때문에 이전보다 지식을 익히는 것의 비중은 줄어들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인간 이성, 인지의 발달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변덕스러운 감정, 감수성 교육을 하는 것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나 다름없고, 그 비중을 정말 확 줄여야 합니다.”

-다음 세대에게 가장 우선해 가르쳐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핵심가치, 핵심개념, 핵심기능, 핵심역량을 추출하고 익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는 메타 인지, 메타 감정, 메타 스킬과도 유사합니다. 우리는 ‘핵심가치’로 교육이 나아갈 방향과 목표를 잡아야 하는데 이 점이 가장 소홀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나라 공교육을 위한 국가 교육과정 기준 문서에조차 지향할 국가사회상이 명시돼 있지 않습니다. 뒤이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핵심개념(의사소통, 상호관계, 시스템, 변화 등)’을 폭넓게 혹은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공교육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것, 일평생 새길 만한 것만 가르치고, 알아두면 좋은 것은 개인에게 맡겨둘 일입니다. 나아가 아는 것을 넘어 할 줄 알아야 하기에 ‘핵심 기능(창의적 발상, 발견, 발명하는 법, 설계하기, 데이터 처리와 활용하기, 만들기, 유지 관리하기, 연구방법론 등)’을 배워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문제 상황을 맞아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종합적인 ‘핵심역량’으로 발휘돼야 할 것입니다.”

-요즘 교권 붕괴 등 학교가 제구실 못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사회의 온 국민이 추구할 만한 이념과 가치가 설정돼야 합니다. 건국헌법, 국민교육헌장, 1987년 헌법 등이 문재인 정부의 4025개의 법률과 8만여 개의 조례 등으로 형해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인권조례가 교실 수업 분위기를 망치고 교권을 추락시킨 것에서도 드러났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 국가사회의 정체성, 정통성, 발전지속성을 확보하는 이념과 가치를 정립해야 합니다. 국제 외교·안보, 정치, 경제, 과학기술, 산업, 사회문화, 윤리·도덕 등에서 추구할 만한 이념과 지향점을 만들어서 국민들이 공유하고 애써 실천해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사회가 추구할 핵심 이념과 가치의 정립이고, 소망하는 국가사회상을 세우는 일이며, 좌파로의 개헌에 대비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가치와 이념을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기필코 실현하겠다는 선한 의지를 단련해야 합니다. 좋은 일 하기를 결심하고 인내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죠. ‘묻지 마’ 식 범죄가 횡행하고, 자살률은 가장 높고 출생률은 가장 낮습니다. 인내력은 갈수록 감소하고, 언어는 거칠어졌어요. 교육은 우리 국가사회, 지구촌과 인류 사회에 유익함을 보태는 사람을 키우는 일입니다. 저출생 고령화, 이웃 사람보다 반려동물을 더 귀하게 여기는 풍토, 각종 중독에서 벗어나기, 100년 기업과 고용 창출을 위한 상속세와 법인세 줄이기, 민의가 정확히 반영되는 선거의 투명성과 공명성 보장하기, 아이들을 도리어 망치는 교육 몰아내기, 사법부의 공정성 확보하기, 거짓말과 무고하는 버릇 버리기, 대충 일하고 게으름 피우는 버릇 버리기 등입니다.”

“핵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며 주민을 공포와 기아로 몰아넣은 북한의 실체를 외면하는 태도, ‘사회주의가 답’이라는 인식도 반드시 깨야 합니다. 우리는 선한 의지를 길러 김가 3대 우상을 부수고 양민들을 자유와 풍요와 개방의 세계로 안내해야 합니다. 유엔이 정한 SDGs는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목표로 이뤄져 있습니다. ‘빈곤 퇴치, 기아 종식,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양성평등, 물과 위생, 깨끗한 에너지, 양질의 일자리와 경제성장, 혁신 산업과 사회기반시설, 불평등 완화, 지속 가능한 도시와 공동체, 책임 있는 소비와 생산, 기후변화 대응, 해양생태계 보전, 육상생태계 보전, 평화와 정의의 제도 구축, SDGs를 위한 협력체제 구축’ 등입니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려는 선한 의지와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다음 세대를 길러내야 합니다.”

-개인의 노력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영성의 수련도 필요합니다. 과학혁명, 시민혁명, 계몽주의,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은 오만해졌습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 식의 인본주의로 인간은 자연과 멀어지고, 조물주나 절대자가 없다고 여기고 행동합니다. 그 결과 인간은 고립무원의 지경에 이르러 불안, 불만, 불신을 안고 살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적어도 두 가지 방법으로 자신을 수련해 왔습니다. 하나는 명상 등을 통해 자신을 갈고닦아 신인합일(神人合一)의 경지에 이르겠다는 것입니다.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 등에서 볼 수 있는 상향식(bottom up)입니다. 다른 하나는 인간은 결코 완전하거나 선한 존재가 아니기에 절대자의 계시와 섭리와 은혜로 구원을 얻어야 한다고 보는 기독교의 하향식(top down)입니다. VUCA(끝없는 변화, 불확실성, 복잡성, 애매모호성) 시대에 인간은 레저와 운동 그리고 명상 등으로 이를 이어가려고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심지어 중국, 러시아, 북한 등지에서는 인간을 한낱 몸뚱아리, 고깃덩어리로 보는 유물론이 횡행해 인간의 가치가 바닥에 이르렀습니다. 21세기에는 이성, 감정, 신체를 통어하는 영성의 회복과 수련이 점점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21세기를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더 해주고 싶은 말씀은요?

“강건한 육체를 단련하는 교육도 중요합니다. 의술이 발달하고 영양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건강하고 활기차게 100세를 살아내기 어렵습니다. 고대 올림픽이나 화랑도에서도 강인한 체력을 강조했습니다. 현재는 문과(文科), 이과(理科)를 따지지만 사실상 문무(文武)겸비가 최고의 덕목이었죠. 조선의 선비는 무를 잃어 문약(文弱)해졌고, 일본의 사무라이는 문무를 겸비해 메이지 유신을 주도하면서 한때 제국을 이뤘습니다. 우리도 박정희 시대에 한 때 문무겸비를 경험하였으나, 문민정부는 평화와 정의를 읊조리며 다시 문약해졌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꽂힌 우리는 거북목, 관절염, 디스크 등을 앓고 있습니다. 개인 및 단체운동, 영양, 휴식, 수면을 통해 건강을 회복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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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통권3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