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미국이 반도체 산업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그 패권을 중국에 내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CSIS의 선임 연구원인 수자이 시바쿠마르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은 질화갈륨(GaN) 반도체 분야의 기술 리더십을 중국에 빼앗길 위험에 처해 있다”고 언급했다.
질화갈륨 반도체는 기존 제품보다 전력 손실이 압도적으로 적고, 높은 온도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통신, 방위 등 다양한 핵심 산업에 쓰인다.
보고서는 “중국의 목표는 이 분야의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질화갈륨 관련 연구 개발에 상당한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 결과 이노사이언스, 쑤저우 나노윈, 하이웨이퍼 등 중국 업체들이 세계 질화갈륨 기술 분야의 주요 기업으로 떠올랐다”며 “특히 이들 업체가 질화갈륨 제조 및 에피택시(epitaxy) 시설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의 방위 산업은 질화갈륨 반도체 기술에 상당히 많이 의존하고 있다. 첨단 레이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이 반도체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 글로벌파운드리는 지난해 10월 “질화갈륨 반도체 제조를 가속화하기 위해 국방부로부터 지원금 3500만 달러(약 480억 원)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2022년 전 세계 저순도 갈륨 생산량의 98%를 차지한 점을 언급하며 “갈륨의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해 7월 첨단 반도체 핵심 원료인 갈륨, 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했다. 이는 미국의 대(對)중국 기술 통제에 대한 ‘보복성 조치’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국의 수출 통제 조치가 미국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 의존도를 낮춰 미국이 중국의 자원 위협에 더 이상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호주, 인도, 캐나다 등 ‘핵심광물 안보 파트너십(MSP)’ 회원국들과 협력해 공급망을 다변화함으로써 중국에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정부는 질화갈륨 기술 분야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마련하고, 투자와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며 “정부와 민간 기업들이 힘을 모은다면, 미국은 차세대 반도체 혁신을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전 세계의 지정학적 긴장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된 지금, 미국은 절대 반도체 패권을 빼앗겨선 안 된다”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