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사적 조치’ 자평했지만, 증시 부동산 지수 오히려 꺾여

강우찬
2024년 05월 21일 오후 4:35 업데이트: 2024년 05월 21일 오후 4:35

중국 경제 전문가들 “주택재고 청산에는 미흡한 수준”
실제 효과 거두려면 7배 자금 더 필요…지방정부 부채 한계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 발표 이후 처음 열린 홍콩 주식시장에서 중국 부동산 기업들을 따르는 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정부 대책에 대한 시장의 실망감을 나타내는 신호로 풀이됐다.

지난 월요일(20일) 홍콩 항셍 본토 부동산 지수(HSMPI)는 0.7% 하락 마감했다. 이 지수는 한때 장중 2.0% 떨어지기도 했으나 장마감 전에는 하락폭이 다소 완화됐다. 하지만 장이 다시 열린 21일 오전 1.30% 하락하며 전날에 이어 하락세를 이어갔다.

로이터통신은 이 지수 추세에 주목하며 중국 정부의 부동산 시장 대책이 신뢰를 회복시키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투자자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지수는 지난달 30일 중국 공산당 정치국에서 “주택 재고를 청산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지난주 금요일(17일) 장마감까지 18% 상승해왔다.

그런데 지난 17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부동산 부문을 활성화하겠다며 개인 주택 구매자들에게 실질적으로 금리를 낮춰주는 정책을 내놨음에도 오히려 상승하던 지수가 하락세로 꺾인 것이다.

중국 정부는 이날 최대 1조 위안(약 189조원)의 자금 조달 촉진안을 발표했고, 지방정부는 일부 아파트를 구매해 미분양 재고를 청산하기로 했다. 인민은행은 국영기업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미분양 구택을 구매할 수 있도록 3천억 위안(약 56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년간의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되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중국 주택부 간행물에서 이런 정책들을 “역사적 순간(조치)”이라고 자평했으나, 중국 경제 전문가들은 수조 위안 규모의 주택 재고량에 비해 미미한 수준의 자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 티엔펑증권은 주택 재고 청산에 필요한 총비용을 중국 정부가 조달하기로 한 1조 위안의 7배가 넘는 1조 달러(약 1363조원)로 추산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중화권 부동산 연구책임자 칼 초이는 5천억 달러(약 682조원)의 자금을 동원하더라도 2선 도시 주택 재고 물량의 15%만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그것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했을 때다.

호주 금융사 맥쿼리의 경제학자들은 중국 정부가 주택 재고를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18개월보다 10개월 더 많은 28개월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맥쿼리의 수석 경제학자 래리 후는 “제한된 규모와 다양한 어려움을 고려할 때 이 조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정책 입안자들이 지난 몇 년간의 실패 이후 이러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중국 지방정부는 현재 알려진 것만 9조 달러(약 1경 2280조원)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따라서 중앙 정부의 주택 재고 청산 방침에도 수익률이 낮은 보장성 주택(저가임대, 공공임대 등) 사업을 꺼릴 수 있다. 은행들도 손실 우려가 큰 사업에 대출을 기피하는 상황이다.

BOA 중화권 부동산 연구책임자 초이는 최대 5년으로 설계된 대출 기간이 임대 주택 사업의 투자 회수 기간에 비해 너무 짧아 국영기업과 상업은행이 대출 참여를 우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대책이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까지 9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면서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이 대책이 얼마나 빠르게 효율적으로 시행되느냐다”라고 덧붙였다.

주택 구매자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베이징 G 캐피탈 사모펀드 관리 센터의 리 젠 회장은 “현재 시장 상황에서 17일 조치로 동기를 부여받을 기업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미래 소득과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어 주택 구매 수요가 약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