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위로를 건네는 음악…오스틴 마일스의 ‘정원에서’

레베카 데이(Rebecca Day)
2024년 05월 21일 오후 12:06 업데이트: 2024년 05월 21일 오후 12:06

찬송가의 표준으로 불리며 아직도 많은 기독교 장례식 및 행사에 사용되는 곡인 ‘정원에서’는 오스틴 마일스의 신성하고 영적인 경험에서 탄생한 곡이다.

미국 출신 성가 작곡가 찰스 오스틴 마일스(1868~1946)는 약 400개의 찬송가를 작곡했다. 그의 가장 대표적인 곡 ‘정원에서(In the Garden)’는 국내에서는 ‘저 장미꽃 위에 이슬’이라는 제목으로 더 알려져 있다.

신성한 경험

찰스 오스틴 마일스의 사진 | 퍼블릭 도메인

1912년 3월, 마일스는 성경을 읽으며 곡의 영감을 찾았다. 그가 요한복음 20장을 펼쳐 읽는 순간 갑자기 떠오른 영감에 펜을 들어 곡을 쓰기 시작했다.

요한복음 20장은 예수의 십자가 처형 후 빈 무덤을 발견한 막달라 마리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예수의 시신이 사라진 현장을 보며 슬픔에 잠겨 통곡하던 마리아는 순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부드러운 음성을 들었다. 이윽고 그녀는 예수가 자기 앞에 서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쁨에 가득 차 미소 짓는다.

‘무덤에 있는 예수와 성녀 마리아’(1638), 렘브란트 반 레인 | 퍼블릭 도메인

마일스는 케네스 오스벡의 저서 ‘101가지 찬송가 이야기’에서 이 곡을 쓴 순간에 대해 회상했다. 그는 “성경을 무작정 펼쳤더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구절이 보였다. 성경을 읽으며 나는 그 장면의 일부가 된 것 같았다. 마리아가 겪은 극적인 순간을 조용히 목격하는 것 같았다”라며 당시 소회를 밝혔다. 이어 그는 “근육이 긴장되고 온 신경이 진동하는 가운데 성경을 손에 쥐고 완전한 빛 속에서 깨어난 듯했다. 이 환상의 영감을 받아 가사가 떠오르는 대로 바로 작곡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정원에서’

그는 이 곡을 완성하는 데에 겨우 하루 정도의 시간을 들였다. 먼저 가사를 시 형태로 떠올린 후, 단어와 문장을 다듬어 완벽한 구절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가사에 음악을 붙여 곡을 완성했다.

‘정원에서’
찰스 오스틴 마일스

저 장미꽃 위에 이슬 아직 맺혀 있는 그때
귀에 은은히 소리 들리니 주 음성 분명하다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그 청아한 주의 음성 울던 새도 잠잠케 한다
내게 들리던 주의 음성이 늘 귀에 쟁쟁하다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밤 깊도록 동산 안에 주와 함께 있으려 하나
괴로운 세상에 할 일 많아서 날 가라 명하신다
주님 나와 동행을 하면서 나를 친구 삼으셨네
우리 서로 받은 그 기쁨은 알 사람이 없도다.

신성한 경험에서 떠오른 영감은 결국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기독교 찬송가 중 하나를 탄생시켰다.

신성한 재능에서 샘솟은 음악적 봉사

1895년 캘리포니아주 산타바바라 미션의 정원 풍경, 미국 의회도서관 | 퍼블릭 도메인

작곡가가 되기 전 그는 약사로 근무했다. 평소 음악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신성한 단어와 아름다운 음악을 사용해 사람들을 위로하라는 소명을 느끼고 24세 무렵 직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새로운 직업을 택하고 매일 곡을 쓰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중 그는 2년 만에 처음으로 곡을 출판했다. ‘리스트! 이 예수의 목소리’라는 곡으로 그는 성공적인 데뷔를 하게 됐다. 이후 수많은 곡을 꾸준히 발표했지만, 그의 곡 중 ‘정원에서’만큼 많은 이들에게 영적 울림을 준 곡은 없었다.

노래를 통한 영적 동행

‘정원에서’는 전 세계 많은 기독교인에게 위로를 건네며 하나님과 신자들이 맺는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마일스는 이 곡의 영적인 의미에 대해 “이 곡은 단지 성서 속 사건에 국한한 것이 아니다. 모든 기독교인의 삶은 매일매일 주님과의 동행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곡의 제목 속 ‘정원’은 실존하는 장소가 아니라 각 개인이 신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조용한 장소를 은유적으로 나타낸다고 말한다. 나사렛교 목사 루크 파월은 이 곡에 대해 “노래의 후렴구처럼 신은 우리와 함께하며 이야기 나눈다. 그것은 단지 정원이라는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신은 어디서든 우리와 계속 함께 걷고 이야기하며 우리가 그분의 것이라고 말씀하신다”라고 설명했다.

음악으로 거듭난 신앙심

‘저녁의 찬송’(1850), 헨리 리히터 | 퍼블릭 도메인

이 곡은 발표 후 찬송가의 표준이 되어 210개 이상의 찬송가 서적에 수록되었다. 또한 백만 장 이상의 음반과 악보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된다. 마일스는 한 인터뷰에서 작곡가로서의 성공에 대한 질문에 “기꺼이 섬기는 주님에게 내가 유용하게 쓰일 수 있기에 성공이 자랑스럽다”라고 답변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찬송가를 쓴 작곡가로 알려진 마일스의 ‘정원에서’는 기독교 공동체에 대한 그의 대표적 공헌으로 남아있다.

레베카 데이는 독립 음악가이자 프리랜서 작가입니다. 컨트리 그룹 The Crazy Daysies의 리더이기도 합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