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국의 초장기 특별국채 발행은 ‘갈증에 바닷물 마시기’

왕허(王赫)
2024년 05월 20일 오후 6:36 업데이트: 2024년 05월 20일 오후 6:36

‘돈 가뭄’ 중국, 중앙정부 재정 확대…그 돈은 어디서?
기형적 재정구조 개혁 없이는 반짝 효과 이은 후폭풍만

중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1조 위안(약 188조원) 규모의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한다. 13일 중국 국무원은 화상회의를 열고 앞으로 20년 만기채, 30년 만기채, 50년 만기채 등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한다고 발표했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올해부터 몇 년에 걸쳐 초장기 특별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며 “발행 목적은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자금 투입과 핵심 전략 사업에 대한 지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해 발행하는 특별국채 규모는 1조 위안이며, 이달부터 11월까지 순차적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성 기금예산(政府性基金預算)’으로 분류돼 부채로 계산하지 않는다. 정부성 기금예산은 국가가 인프라 건설 및 사회사업 발전에 쓸 목적으로 사회 징수, 국유토지사용권 판매, 복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하는 재정 예산이다.

중국 정부가 특별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1998년 4대 국유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2700억 위안(약 50조6500억원), 2007년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를 설립하기 위해 1조5500억 위안(약 290조7800억원)의 특별채를 발행했고, 가장 최근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대응 목적으로 1조 위안을 조달했다.

이번 특별채 발행은 부동산 침체로 가라앉은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앞서 2023년 4분기에 1조 위안 규모의 국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 돈은 모두 이전지출(transfer payment,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지출)을 통해 지방에 배정돼 재해 복구 및 예방에 사용되며, 원리금 상환은 중앙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1조 위안의 국채는 특별국채로 관리되지만 부채로 집계돼 2023년 국가 재정 적자는 3조8800억 위안(약 727조8900억원)에서 4조8800억 위안(약 915조4900억원)으로, 중앙 정부의 재정 적자는 3조1600억 위안(약 592조8200억원)에서 4조1600억 위안(약 780조4200억원)으로, 재정 적자율은 3%에서 약 3.8%로 늘어나게 된다.

작년과 올해 잇달아 특별국채를 발행하는 것을 두고 ‘중국 당국이 3가지 이유로 중앙 정부의 레버리지를 늘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가지 이유는 △지방정부의 부채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빚 갚기가 시급하고, △국채는 지방채보다 시장 수용도가 높고 자금 조달 비용이 낮으며, △모두가 ‘중국은 중앙정부의 부채는 적고 지방정부의 부채가 많은 구조이기 때문에 지방의 레버리지를 줄이고 중앙의 레버리지를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국채를 많이 발행해 중앙정부의 레버리지 비율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중국의 경제난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주민·기업·지방정부, 채권 발행 여지 없어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인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의 ‘거시 레버리지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거시 레버리지 비율(GDP 대비 국가 총부채 비율)은 2023년 287.8%로 2022년 말보다 13.5%포인트, 2019년 말보다 41.2%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시 레버리지 비율이 높을수록 국가 부채 수준이 높다.

중국의 거시 레버리지 비율은 이미 신흥시장 국가의 평균보다 훨씬 높으며 미국 및 선진국 평균과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2008년 말부터 현재까지 중국의 거시 레버리지 비율이 미국, 일본, 선진국 평균, 신흥시장국 평균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고, △중국의 1인당 GDP(2023년 1만3700달러)는 미국의 약 6분의 1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의 거시 레버리지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3년 4분기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이 이미 63.5%로 치솟아 선진국 평균 수준에 도달했고 부채 상환 압박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중국 국가통계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말 전국 주민의 1인당 가처분 소득은 3만9200위안(약 735만원)이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말 개인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조1700억 위안(약 7160조7000억원), 위안화 및 외화 가계 소비성 대출(개인 주택담보대출 제외) 잔액은 19조7700억 위안(약 3708조8500억원), 자영업자와 소·영세기업의 경영성 대출은 22조1500억 위안(4155조3400억원)으로 총부채가 80조 위안(약 1경5008조원)을 넘는다. 이는 1인당 5만7000위안(약 1069만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1인당 가처분 소득보다 훨씬 많다.

민간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은 2008년 17.90%에서 현재 63.50%로 2.5배 이상 높아져 더 높일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2023년 4분기 비금융 기업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은 168.40%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기업, 특히 민간 부동산 기업이 대출의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부동산 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부동산 기업이 곤경에 처해 있다.

또 비금융 기업의 부채에는 지방정부 자금 조달용 특수법인인 ‘LGFV’ 등의 비채권 형태의 ‘숨겨진 부채’가 상당 부분 포함돼 있다. 지방정부들이 인프라 건설 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LGFV를 통해 끌어다 쓴 숨겨진 부채는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기 때문에 그 규모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어 중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혀 왔다. 이제 비부동산 민간 기업도 대출을 두려워하고 있다.

국유기업은 여전히 차입 여력이 있지만 제한적이다. 전반적으로 비금융 기업 부문은 레버리지 비율을 높일 여지가 많지 않다. 이는 기업 투자의 지속적인 감소에서 잘 드러난다(아래 차트 참조).

2009~2023년 고정자산투자 전년 대비 성장률. | 국가통계국 국가 대차대조표연구센터

거시 레버리지 비율은 민간 부문, 비금융 기업 부문, 정부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로 구성된다. 민간 부문과 비금융 부문의 레버리지 비율을 높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빚을 내 경제 성장을 견인하려면 유일한 방법은 정부 부문의 부채를 확대하는 것이다. 정부 부문 중 지방정부는 부채 위험이 높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레버리지를 늘릴 수밖에 없다.

출처: 윈드(wind), 중타이증권(中泰證券)연구소

◇목마르다고 바닷물 마시면…탈수 증상만

중국 재정부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12월 말 기준 국채 잔액은 30조325억5000만 위안(약 5634조1064억원)이며, 2023년 중앙 일반 공공예산수입은 9조9566억 위안(약 1868조4555억원)이고, 중앙 정부성 기금 예산 수입은 4418억 위안(약 82조9000억원)이다. 그렇다면 2023년 중앙정부의 부채율은 289%(30조325억5000만÷10조3984억(9조9566억+4418억)이다. 이는 2023년 지방정부의 부채율 222%보다 높은 수치다.

지방정부는 눈에 보이는 부채 외에도 엄청난 규모의 숨겨진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중국 국가철도그룹의 부채는 2023년 12월 31일 기준 6조1300억 위안(약 1150조3560억원)이고, 중국개발은행, 중국농업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등 3대 정책은행의 채권(債券) 잔액은 2024년 1월 말 기준 24조3000억 위안(약 4560조1380억원)으로, 모두 중앙정부의 숨은 부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중국 중앙정부의 레버리지 비율이 낮다는 것은 중앙정부의 재력이 넉넉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의 재정 시스템이 기형임을 반영한다. 따라서 현재의 중앙과 지방의 재정 구조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이번에 중국 당국이 초장기 특별 국채를 발행한 것은 당장의 갈증을 해소하려 바닷물을 퍼마시는 것과 마찬가지다. 바닷물을 마시면 오히려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탈수 증상이 일어난다. 특별 국채로 반짝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재정 및 조세 제도 개혁과 경제 구조 조정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금세 경제적 탈수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