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챌린지 ‘매운 과자 먹기’ 후 숨진 10대, 부검 결과 공개

한동훈
2024년 05월 17일 오후 4:58 업데이트: 2024년 05월 17일 오후 4:58

“고농도 캡사이신 합유 음식 섭취 후 심정지”
나쁜 장난, 틱톡 타고 ‘챌린지’로 번져…“자녀 교육 필요”

지난해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과자 먹는 ‘원 칩 챌린지’에 참여한 후 숨진 10대 소년의 사망 원인이 밝혀졌다. 최근 공개된 부검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심장마비가 원인이었다.

16일(현지 시각) AP통신은 미국 매사츠세추주 공공안전 및 보안청 대변인이 검시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9월 사망한 해리스 윌로바(사망 당시 14세)의 사인을 “고농도 캡사이신을 함유한 음식을 최근 섭취한 환경에서 발생한 심폐정지”로 밝혔다고 보도했다.

검시 보고서에 따르면 윌로바는 심장 비대증과 선천성 심장 결함을 앓고 있었으나, 자연사 혹은 사고사인지를 검시관이 결정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원 칩 챌린지’는 도전자들이 지구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만든 과자인 ‘파키 칩스’를 먹은 후 매운맛을 완화해 주는 음료나 물, 다른 음식을 먹지 않고 최대한 오래 버티는 행위다. 이 과정에서 매운 느낌을 말하거나 참는 모습 등을 영상으로 공유하는 것이 최근 몇 년간 틱톡에서 유행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우스터에 사는 월로바는 지난해 학교에서 같은 반 학생이 준 파키 칩스를 먹고 심한 복통을 호소했으며 가족들에 의해 집으로 옮겨진 후 호전되는 듯했으나, 다음 날 오후 자신의 방에서 혼수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당시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으며, 피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죽음의 칩’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파키 칩스는 미국의 유명 초콜릿 회사인 ‘허시’의 자회사 ‘앰플리파이’가 제조한 옥수수 칩이다.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로 알려진 ‘캐롤라이나 리퍼’와 ‘나가 바이퍼 페퍼’ 가루가 들어간다. 매운맛의 정도를 나타내는 국제 척도인 ‘스코빌지수’가 220만에 달한다. 불닭볶음면(4400)의 500배, 청양고추(평균 1만)의 200배 이상이다.

이 과자를 먹는 챌린지가 ‘원 칩 챌린지’로 불린 것은 해당 챌린지가 봉지 안에 단 한 조각 들어 있는,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과자로 알려진 파키 칩스를 먹는 도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품 포장지에도 검은 해골 그림과 함께 ‘원 칩 챌린지’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다만, 과자 포장지에는 “아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십시오”, “이 제품은 성인용”이라며 “매운 음식에 민감하거나 고추·가지·캡사이신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임산부나 질환이 있는 사람은 먹지 마십시오”라는 경고 문구가 들어 있다.

또한 “과자를 만진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고, 눈이나 기타 민감한 부위를 만지지 마시오”, “(섭취 후) 호흡 곤란이나 실신, 지속적인 메스꺼움을 경험할 경우 의료 지원을 받으시오”라고도 적혀 있다.

워로바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직후, 제조사는 유통업체 및 소매점에 제품 판매 중단을 요청했으며, 사망자와 유가족, 친구들에게도 애도를 표하면서 “성인용 제품” 등의 경고 문구가 들어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경고 문구에도 불구하고 ‘원 칩 챌린지’가 틱톡에서 유행하면서 10대 청소년들의 참여가 이어졌고, 캘리포니아와 미네소타 등 여러 지역에서 이 과자를 먹은 청소년들이 병원 치료를 받는 일이 발생하다가 결국 사망 사고까지 일어나게 됐다.

파키 칩스의 원 칩 챌린지 제품 포장. 내부에는 검은색 옥수수칩 단 한 조각이 들어 있다. | AP/연합뉴스

틱톡 챌린지, 미국 청소년 건강 위협…범죄 유발까지

소셜미디어가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으면서 많은 청소년이 소셜 미디어에 중독되고 있으며 일부 유행은 청소년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거나 자신도 모르게 불법 행위에 가담하게 만든다.

특히 미국 내 사용자 약 1억7천만 명으로 추산되는 틱톡은 10대 사이에서 위험한 유행을 확산시키는 진원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2일에는 영국 11세 소년 토미-리 그레이시 빌링턴이 친구 집에서 ‘크로밍 챌린지’를 하다가 심정지로 사망했다. 크로밍은 페인트 용제 등 유독성 물질의 증기를 흡입해 환각을 느끼는 행위다.

앞서 지난 3월에도 호주 멜버른의 13세 소녀 에스라 헤인즈도 틱톡의 크로밍 챌린지에 참여했다가 심장마비를 일으켜 8일 만에 사망했다.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의 컴튼 통합 교육구의 경찰서장 웨일린 우는 에포크타임스에 “틱톡의 유해성이 특히 심하다”며 “현재 많은 틱톡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우 서장은 “이러한 챌린지는 무해한 오락거리도 있으나 싸움, 괴롭힘이나 여러 불법 행위가 많이 포함돼 있다”며 “일부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 생각으로 챌린지에 참가했다가 체포돼 벌금을 내거나 교정 시설에 보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틱톡 챌린지가 유독 논란이 되는 원인은 여럿 있는데, 유행의 변화 주기가 한두 달이나 몇 주 단위로 빠른 것도 그중 하나다.

지난 2021년 미국에서는 ‘화장실 챌린지’가 유행해 학교 화장실에서 휴지나 물비누, 비누통을 훔쳐 가방에 넣고 학교를 무사히 빠져나오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인증’하는 일이 확산했다.

그다음 달에는 휴지통과 변기를 부수거나 학교 컴퓨터, 소화기 등 더 크고 훔치기 어려운 물건을 훔치는 챌린지가 번졌다. 훔치기 어렵거나 예상 밖의 물건을 훔칠수록 더 높은 관심을 끌자 더욱 기발한 공공기물 파손과 절도 행위가 잇따랐다.

교사와 교장을 때리도록 부추기거나 이성을 성희롱하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는 챌린지도 유행했다.

우 서장은 “부모들은 자녀가 이런 챌린지에 참여하는지 관심이 있게 보면서, 위험하거나 불법 소지가 있는 활동에 참여하지 않도록 독려하고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영상을 지운다고 인터넷에 남은 기록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으며, 범법 행위를 하면 자신의 미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점을 자녀에게 단호하게 알리고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