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최근 증거 수집 및 저장을 위한 ‘중앙 디지털 이미지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3억 6000만 홍콩달러(약 621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 탕 홍콩 보안장관은 “향후 이 플랫폼에 안면인식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탕 장관은 지난 7일(현지 시각) 열린 홍콩 입법회(의회) 보안 패널(Panel on Security)에서 “중앙 디지털 이미지 플랫폼에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더함으로써 경찰의 수사 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에도 워너 척 정무부 차관은 범죄 예방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홍콩 전역에 CCTV 카메라 2000대를 추가로 설치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이후, 홍콩 경찰 수장인 레이먼드 시우 경무처장은 “(CCTV 카메라) 2000대로는 충분치 않다”며 “앞으로 더 많은 카메라를 설치할 것이며,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홍콩 당국은 이를 적법한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므로, 인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안면인식 시스템
블룸버그 통신의 2019년 보도에 따르면, 홍콩 경찰은 최소 2016년부터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된 AI 프로그램을 사용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호주에 본부를 둔 IT업체인 ‘아이옴니사이언트(iOmniscient)’의 AI 프로그램을 도입해, CCTV로 홍콩 시민들의 신원이나 차량 번호판 등의 정보를 수집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해 홍콩에서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데 이 프로그램이 활용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일부 홍콩 시민들은 “홍콩 전역에 설치된 ‘스마트 가로등’에 안면인식 기능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홍콩 당국은 “스마트 가로등과 관련한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 안면인식 기능은 없으며, 관련 데이터를 제3자와 공유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홍콩 내에서는 “당국이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홍콩인들의 개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2022년 5월, 비영리 탐사보도 기관인 팩트와이어는 “홍콩 당국이 2020년 출시한 코로나19 접촉자 추적 앱 ‘리브홈세이프(LeaveHomeSafe)’에 안면인식 모듈이 포함돼 있음을 발견했다”고 알렸다.
홍콩 당국은 “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앱 개발자도 ‘시중에 판매되는 일반 모듈을 설치했는데, 공교롭게도 그곳에 안면인식 등의 불필요한 기능이 포함돼 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인권 침해 우려
홍콩인권센터는 “홍콩 당국이 범죄 예방, 수사 능력 강화를 구실로 안면인식 시스템을 구축하려 하고 있다”며 “이것이 홍콩 전역에 도입될 경우, 홍콩인들의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법 집행 기관이 이 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특정한 개인 또는 단체를 통제하는 데 쓰일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공산당은 신장 지역에 안면인식 기술을 기반으로 한 감시 시스템을 구축해 통제와 탄압을 강화했다. 이런 일이 홍콩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홍콩이 신장화(化)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