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대테러 경찰, 홍콩 정보기관에 협력한 3명 기소

강우찬
2024년 05월 16일 오후 2:15 업데이트: 2024년 05월 16일 오후 2:15
TextSize
Print

영국에서 홍콩 정보기관을 도운 혐의로 3명의 남성이 기소됐다. 중국 공산당의 홍콩 지배가 강화되면서 홍콩 기관들의 중국 하수인 역할도 확대되는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각) 웨이치렁(피터 웨이·38), 매슈 트리킷(37), 위엔충비우(빌 위엔·63)가 영국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 후 기소돼 이날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치안 법원에 출두했다.

특히 3명 중 위엔충비우는 홍콩 무역·개발국 산하 영국 사무처의 행정직 3급 관리자다.

현직 홍콩 정부 관리가 영국에서 중국 공산당의 스파이 혐의로 기소됐다는 소식은 중화권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홍콩 야후 뉴스에 따르면 위엔과 웨이는 중국과 영국 이중국적자로 각각 홍콩 경찰, 영국의 민간 보안회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이번에 구금된 사람은 총 11명이지만 8명은 무혐의로 풀려나고 이들 3명만 기소됐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경찰의 대테러본부 책임자인 도미닉 머피는 “영국 전역에서 대규모 체포와 수색 작전을 벌였다”며 “수사가 계속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범죄는 우려스럽지만, 이와 관련된 더 큰 위협은 없다고 안심시켜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영국 북부 요크셔에서 남성 8명과 여성 1명이 대테러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다음 날에는 런던과 요크셔에서 각각 1명이 추가로 체포됐다.

이들은 영국의 한 아파트에 침입하거나 침입을 지원하는 등 홍콩 정보기관을 위한 첩보활동을 벌인 혐의로 체포됐었다.

최근 영국에서는 홍콩을 포함한 중국 스파이 사건이 잇따르면서 중국 공산당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 검찰은 영국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정보를 중국에 제공한 혐의로 전직 의회 연구원 남성 2명을 기소한 바 있다.

중국 공산당은 모두 영국 정부의 조작이라는 입장이다. 런던 주재 중국대사관은 “중국은 영국의 소위 ‘사건’ 조작과 홍콩 정부에 대한 부당한 비난을 단호히 거부하고 강력히 규탄하며, 이 문제에 대해 영국 측에 심각한 의사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은 중국을 비롯한 권위주의 국가 정권들의 위협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13일 의회 연설에서 “영국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위험한 시기를 맞고 있다”며 그 원인으로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의 결탁을 들었다.

수낵 총리는 직접 중국 등 명칭을 거론하며 “지난 30년보다 앞으로 5년 안에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앞으로 몇 년이 영국에 가장 위험하면서도 가장 변혁적인 시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월 홍콩 입법회(의회)는 홍콩 정부가 제출한 ‘국가안전 수호 조례’를 통과시키며 중국 전인대가 도입한 ‘홍콩 국가안전(안보)법’의 현지 버전을 제정했다. 민주화를 요구한 시민혁명이 진압된 이후, ‘중국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홍콩은 영국의 통치를 거치며 100년 이상의 민주주의 경험을 축적하고 경제적으로도 ‘아시아 금융 허브’라는 번영을 누렸지만, 현재는 중국의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공산당 정권의 안정에 기여하는 체제가 굳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