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참여국 세르비아, 시진핑 방문 앞두고 파룬궁 수련자 구금

에바 푸
2024년 05월 10일 오후 2:30 업데이트: 2024년 05월 10일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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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대표적인 친중(親中) 국가인 세르비아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문을 앞두고 자국에 있는 파룬궁 수련자들을 체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조치는 러시아 당국이 모스크바에 거주하는 파룬궁 수련자 4명을 체포한 지 며칠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번에 체포된 이들 중 한 명인 데얀 마르코비치에 따르면, 세르비아 당국은 시 주석의 방문 직전인 7일(이하 현지 시각) 파룬궁 수련자 6명과 그들의 친척 2명을 체포해 약 24시간 구금했다.

체포 영장에는 “이들은 국제적 보호를 받는 사람들에게 ‘심각한 위협’을 가한 혐의가 있다”고 명시됐다.

이튿날인 8일 시 주석이 세르비아를 떠나자, 당국은 “더 이상 위협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들을 모두 석방했다.

마르코비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분노했다.

그러면서 “중국공산당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다고 본다”며 “중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을 하면 그 누구라도 체포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세르비아 당국은 이번 사건을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며, 파룬궁 수련자들을 어떤 혐의로도 기소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에포크타임스는 세르비아 내무부에 연락해 논평을 요청했지만, 보도 시점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긴밀한 관계

세르비아는 대표적인 친중 국가로,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참여국이기도 하다.

서방, 특히 유럽연합(EU)은 세르비아와 중국의 관계가 날이 갈수록 긴밀해지는 데 대해 우려하고 있다.

세르비아 당국은 이번에 자국을 방문한 시 주석을 위해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열었다. 시민 수천 명이 세르비아 궁전 앞에 모여 “중국! 세르비아!”라고 외치며 국기를 흔들었다.

지난 9일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파룬궁 수련자 데얀 마르코비치가 명상을 하고 있다. 2024. 5. 9 | 본인 제공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과 시 주석은 회담에서 오는 7월부터 발효되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확인했다.

부치치 대통령은 이날 “중국은 2020년 이후 세르비아의 최대 투자국”이라며 중국과의 우호를 과시했다.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비영리 단체 ‘파룬따파정보센터’의 대변인 장얼핑은 “한때 공산주의 체제에서 벗어난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던 국가인 세르비아가 이제는 중국과 밀착하고 있다.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의 압력

중국은 다른 국가에 지속적으로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인권 침해, 파룬궁 탄압 등 자국 내 문제가 해외로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초국가적 탄압(해외 거주 자국민 억압)과 영향력 확대 공작 등을 은폐하는 목적도 있다.

세르비아에서 중국공산당 고위 관리의 방문을 앞두고 파룬궁 수련자가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에도 세르비아 당국은 리커창 당시 국무원 총리가 자국을 방문하기 전 파룬궁 수련자 11명을 체포한 바 있다.

당시 체포된 이들은 중국 정권이 주도하는 강제 장기적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평화 시위를 준비하고 있었다.

마르코비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EU 가입 후보국인 세르비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중국공산당의 압력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경찰관들은 며칠 전 파룬궁 수련자들을 체포하며 “우리는 파룬궁이 평화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상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음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마르코비치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우리는 2014년 사건에 대한 소송에서도 승소했다. 이번에도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