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곡에 담긴 미스터리…‘엘리제를 위하여’

케네스 라파브(Kenneth LaFave)
2024년 05월 10일 오전 6:29 업데이트: 2024년 05월 10일 오전 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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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악성(樂聖) 루트비히 반 베토벤(1770~1827)의 곡 바가텔(Bagatelle·피아노를 위한 소품) 25번 가단조는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 곡은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 구글에서 수백만 건의 검색이 발생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약 3분가량의 길이와 비교적 쉬운 구성으로 이뤄진 이 곡의 원본 악보는 두 개의 버전으로 나뉜다. 현재는 분실된 첫 번째 판은 독일 음악학자 루트비히 놀이 발견했는데, 그는 악보에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제목이 기재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악보의 일부 | 퍼블릭 도메인

이후 오랜 기간 동안 학자들은 베토벤이 말한 ‘엘리제’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학계는 세 명의 여인으로 후보를 좁혔다.

첫 번째 후보

테레제 말파티의 초상화, 작자 미상 | 퍼블릭 도메인

첫 번째 엘리제 후보는 테레제 말파티(1792~1851)이다. 그녀는 1810년부터 베토벤의 제자가 되어 음악을 배웠다. 베토벤은 금세 그녀와 사랑에 빠졌지만, 그의 나이가 두 배 가까이 많았기에 결혼으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베토벤은 이 곡이 후세에 세상을 열광하게 하는 곡이 될 것이라 생각지 못했다. 그는 경제적 문제로 이 곡을 출판할 엄두를 내지 못했고, 이 곡은 그가 사망한 후 1867년 음악학자 루트비히 놀에 의해 출판됐다. 그는 이 곡의 원본을 독일의 한 수집가에게서 입수했으며, 그 수집가는 테레제에게서 이 악보를 직접 받았다고 밝혔다. 또한 악보에 정확한 제목이 명시돼 있진 않았지만 ‘엘리제를 위하여’라고 기재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대해 독일의 음악학자 마르크스 웅거(1883~1959)는 루트비히가 제목을 옮겨 적을 때 베토벤의 악필을 알아보지 못하고 테레제를 엘리제로 잘못 기재한 것이라는 가설을 추가했다. 이처럼 많은 학자들은 테레제가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라는 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베토벤의 초상’(1820), 조셉 칼 스틸러 | 퍼블릭 도메인

하지만 애초에 이 곡이 베토벤의 것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20세기 음악학자 루카 치안토레는 루트비히가 베토벤의 습작 몇 개를 조합해 이 곡을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또한 그들은 만약 이 곡의 원본을 테레제가 소장하고 있었다면 왜 이 곡을 직접 출판하지 않았느냐는 부분에 주목한다. 그녀는 요한 빌헬름 폰 드로스딕 남작과 결혼했기에 경제적 여유가 있었다. 그럼에도 악보를 그저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의문점을 제시한다.

다른 여인들

테레제가 만약 이 곡의 주인공이 아니라면 남은 후보는 두 명뿐인데, 학자들은 엘리자베스와 엘리제를 꼽는다.

‘엘리자베스 뢰켈의 초상화’(1810), 조셉 윌보드 말러 | 퍼블릭 도메인

엘리자베스 뢰켈(1793~1883)은 독일에서 활동한 소프라노였다. 그녀는 1808년 이후 베토벤과 친분을 쌓았다. 그녀가 곡의 주인공일 것이라는 주장은 2010년 음악학자 클라우스 마틴 코피츠에 의해 제시됐다. 그는 엘리자베스가 친구들 사이에서 ‘엘리제’라는 애칭으로 불렸다는 기록을 발견해 이와 같은 주장을 펼쳤다.

세 번째 여인은 엘리제 바렌스펠트(1796~1820경)이다. 그녀는 엘리자베스와 마찬가지로 독일에서 소프라노로 활동한 인물이다. 12세 무렵 그녀는 베토벤의 동료 음악가 요한 네포무크 멜젤과 함께 음악 활동을 펼치며 베토벤과 교류했다. 2014년 음악학자 리타 스테블린은 그녀가 진정한 엘리제라고 주장했다. 엘리제가 베토벤에게 피아노를 배우며 친분을 쌓았고, 스승과 제자로서 시간을 보낸 시간을 기념하기 위해 베토벤이 이 곡을 작곡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일부 학자들은 리타 스테블린의 주장에 공감을 표했다. 그들은 이 곡이 낭만적인 성격을 지닌 곡이 아니라,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곡이라 말한다. 곡 중반부까지는 엘리제라는 학생에 대해 차분하고 아름다운 설명이 이어지고, 중후반부는 불같은 성격을 지닌 스승으로서의 베토벤 자신을 표현하고 이후 다시 소녀에 대한 설명으로 마무리된다고 설명했다.

모든 음악 애호가를 위하여

베토벤의 곡 ‘엘리제를 위하여’를 둘러싼 수많은 가설 중 어떤 것이 맞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곡이 세계 수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준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케네스 라파브는 작가이자 작곡가이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