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출마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진보·부동층 잠식
바이든, 임기 내내 낮은 국정 지지도…마땅한 대책 없어
미국 대통령 선거를 6개월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10%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라스무센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 진보진영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의 가상 3자 대결을 실시한 결과, 트럼프가 46%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은 36%, 케네디 주니어는 9%의 지지율로 각각 2,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앞서 4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6%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격차를 더 벌어진 결과다.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4년 차에 접어든 바이든은 낮은 국정 지지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서 바이든의 지난 4년 간(39개월)의 국정 지지도는 평균 38.7%로 앞선 9명의 대통령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갤럽 여론조사에서 임기 39개월 차에 집계된 지지율은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46.8%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45.9%)보다 높았다.
다만, 이번 조사는 진보진영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포함됐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바이든의 양자 대결로 압축될 경우 지지율 격차는 훨씬 줄어든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모닝컨설트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는 각각 지지율 43%로 동률을 나타냈다.
다만, 무당파 유권자들로 제한했을 경우 트럼프가 바이든에 2%포인트 앞섰다. 보수-진보 성향 유권자가 팽팽히 나뉜 가운데, 중도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살짝 앞서는 상황이다.
이번 미국 대선은 114년 만에 이뤄진 전·현직 격돌이자, 2020년 대선의 리벤지 매치다.
모닝컨설트 조사에서, 2020년 지지했던 후보를 또 한 번 지지하겠다고 응답한 후보는 트럼프를 찍은 유권자가 88%, 바이든 유권자가 84%로 트럼프 쪽이 4%포인트 우세했다.
더 좋은 후보를 뽑는 게 아니라, 덜 나쁜 후보를 고르는 선거라는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일부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으나, 트럼프에 대한 비호감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상황이다.
모닝컨설트는 “트럼프의 순호감도(지지-반대)는 마이너스 2포인트로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의회전문 매체 ‘더 힐’이 에머슨 칼리지에 의뢰해 지난달 3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가 7개 경합주 모두에서 바이든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주별로는 노스캐롤라이나에서 5%포인트로 지지율 격차가 가장 높았고 이어 애리조나(4%포인트), 조지아(3% 포인트),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각 2%포인트), 미시간과 네바다(각 1%포인트)였다.
에머슨 칼리지의 스펜서 킴볼 전무이사는 “에머슨과 더 힐이 지난해 11월부터 경합주 판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지지율 구도가 비교적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킴볼 이사는 “시일이 지남에 따라 부동층이 감소하면서 조지아와 네바다에서 바이든이 상승세로 다소 격차를 좁혔지만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에서는 트럼프가 약간의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제3의 후보가 가세해 3자 대결로 양상이 바뀔 경우, 7개 경합주 가운데 5곳에서 바이든의 상쇄분이 트럼프보다 컸다. 제3 후보가 끝까지 완주할 경우 바이든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형사재판, 표심 영향력은? 여론조사 전망…
이번 다수의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지역별로는 뉴욕, 플로리다, 컬럼비아 특별구(워싱턴DC), 조지아에서 각 1건씩, 총 4개의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예정됐다.
또한 이와는 별개로 현재 연방대법원에서는 ‘대통령 재직 중 행위는 모두 면책 대상’이라는 트럼프 측의 주장에 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대법원 결정에 따라 트럼프에 관한 형사 혐의가 모두 무효화될 수도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현재 대통령 면책특권을 일부는 인정하되 공적 행위와 사적 행위를 구분해서 적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으나 정확한 보장 범위는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측은 이번 형사 재판이 정치공세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민주당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로 드러난 표심은 다소 복잡하다.
여론조사업체 레저(Leger)의 지난달 29일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가 유죄로 수감될 경우 지지율은 46%에서 37%로 떨어졌다. 반면, 트럼프의 유죄 여부와 관련 없이 바이든의 지지율은 그대로 45%를 유지했다.
또한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징역형이 구형되지 않을 경우 지지율은 39%로 하락폭이 다소 감소했으며, 이 경우 바이든의 지지율은 오히려 44%로 1%포인트 감소했다.
만약 트럼프가 무죄 판결을 받는다면, 지지율은 그대로 46%로 유지되지만 바이든 지지율만 1% 포인트 떨어졌다.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트럼프에서 이탈한 표가 바이든에게로 향하지는 않는다는 결과다.
레저의 여론조사에는 양자 대결 상황만 주어졌으며 3자 대결에 관한 질문은 없었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케네디 주니어가 완주를 선언한 상황에서,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고려하면 그가 바이든 후보 표를 얼마나 잠식하게 될지가 재판 결과에 이은 또 다른 중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달 12일 퓨 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여론조사에 참여한 미국 성인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의 집권 3년 차 국정 수행에 호의적인 의견을 보인 비율은 22%에 그쳤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3년 차에 비해 10%포인트 낮은 수치다.
응답자 정치 성향별로는 민주당 지지자 83%가 바이든 행정부의 국정을 지지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는 2%에 그쳤고 무당층의 지지율 역시 33%에 머물렀다.
바이든 입장에서는 트럼프 재판 결과보다는 남은 기간 그와 민주당 행정부가 무당층 지지자의 표심을 얼마나 끌어당길 수 있을지가 선거 결과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갤럽은 “바이든은 대선을 위해 더 강력한 긍정적 모멘텀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지난 3개월간 그런 일은 없었다. 미국인들은 직전 분기를 포함해 지난 3년간 거의 대부분 기간을 바이든의 직무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평가했다.
* 이 기사는 나빈 아트라풀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