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공산당 지도부가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이후 시진핑 측근 그룹인 시자쥔(習家軍)으로 채워지면서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지위가 그 어느 때보다 공고해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자쥔 내부의 권력 투쟁과 ‘포스트 시진핑’을 노리는 이들에 대한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의 측근 중 ‘대권 야망’을 가진 인물 7명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대만 언론 ‘상보(上報)’는 지난달 시자쥔 리더급 인사 7명의 야심을 분석한 칼럼을 게재했다. 필명 두정(杜政)이라는 저자는 시자쥔이라는 정치 집단은 절대로 단합된 집단이 아니며, 시진핑에게는 드러난 정적은 없어졌지만 중난하이(공산당 최고지도부)에는 뭔가 불길한 기운이 은연중에 감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정에 따르면, 대내적으로 경제 위기에 직면한 데다 국제적으로 지정학적 관계가 악화한 데 따른 압박으로 시진핑이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시진핑의 측근 중 최소 7명이 대권 야심을 품고 있다.
두정이 첫 번째로 꼽은 인물은 시진핑의 비서실장 출신인 리창 총리다. 두정은 리창 총리가 시진핑의 리더십에 복종하는 데 모범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창 총리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적극 호응해 경제 대도시 상하이시를 가차없이 봉쇄한 공로로 총리 자리에 올랐다. 리창 총리는 취임한 후 시진핑에게 순종하는 모습을 보였고, 지난 3월에 열린 ‘양회(전인대와 정협)’에서는 30여 년간 지속돼 온 총리의 기자회견이 취소되면서 존재감이 더욱 없어졌다.
리창은 약세 총리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야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두정에 따르면 리창은 단지 “호랑이를 잡아먹기 위해 돼지인 척하는 것(扮豬吃老虎)”일 뿐이다.
시진핑이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진핑이 지금 돌연 사망하면 리창이 후계자 1순위가 될 것이다.
리창은 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이 된 후 사람을 보내 저장성 원저우에 있는 자신의 조상 묘를 밤낮으로 지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관운(官運)을 지키기 위한 조치이다. 리창이 일찍부터 시진핑이 죽기를 기다려 왔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 중앙판공청 주임이다. 차이치는 시진핑의 경호를 책임지는 문고리 권력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경위(警衛)를 담당하는 중앙경위국을 장악하고 있다. 이는 시진핑이 사망할 경우 혼란을 틈타 다른 시자쥔을 물리치고 권력을 잡을 유리한 위치에 있음을 의미한다.
차이치는 국가안전위원회 부주석,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 중앙판공청 주임 등 여러 요직을 겸하면서 공산당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시진핑 사상’ 및 ‘당 규율’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이런 대대적인 정치 운동을 주도하는 것은 자신이 곧 시진핑의 분신인 것처럼 착각하게 하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두정에 따르면, 최근 마싱루이(馬興瑞) 신장 당서기와 왕샤오홍(王小洪) 공안부장이 차이치 대신 중앙판공청 주임 자리를 맡는다는 근거 없는 소식이 전해지는 것은 누군가가 차이치를 견제하려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상임위원 7명 중 막내인 딩쉐샹(62) 국무원 부총리다. 두정에 따르면 그는 오랫동안 비서나 판공실 주임을 맡아왔기 때문에 한 번도 지방의 수장을 맡아본 적이 없고 경제를 주관한 경험도 없다. 그래서 그가 상무 부총리에 오른 것은 ‘등 떠밀려’ 중책을 맡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딩쉐샹에게도 속셈이 있다는 소문이 있다. 그는 시진핑이 죽을 지경이 되면 죽기 전에 후계자로 자신을 지명하길, 즉 ‘제2의 화궈펑’이 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 서기인 리시(李希)다. 두정에 따르면, 시진핑은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측면에서 리시를 누구보다 더 신뢰할 가능성이 높다. 리시는 비록 상임위원 중 최하위에 있지만, 충성을 다해 ‘호랑이(부패관리) 사냥’에 협조해 왔기 때문이다.
리시는 중기위 시스템 내에서 전례 없는 ‘내부 첩자’ 색출 운동을 벌이면서 현대판 ‘슈퍼 금의위(錦衣衛·황제직속 감찰조직)’로 불리는 중기위를 자신의 ‘리자쥔(李家軍)’으로 만들었다. 중기위가 곳곳에서 ‘내부 첩자’ 색출에 나서면서 다른 파벌의 불만을 불러왔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섯 번째는 공안부장 왕샤오훙이다. 두정은 왕샤오훙을 ‘중국판 프리고진’으로 본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반 프리고진은 비록 실패하긴 했지만, 지난해 6월 24일 푸틴에 대항해 무장반란을 일으킨 바 있다.
기사에 따르면, 왕샤오홍은 공안부장에 취임한 후, 반(反)시진핑 세력인 쑨리쥔(孫力軍) 전 공안부 부부장 세력을 숙청한다는 이유로 전국 31개 성의 성급 공안청장을 모두 교체했다.
따라서 왕샤오훙과의 ‘꽌시(關係)’로 구축된 이 공안 시스템은 사실상 ‘시자쥔’이 아니라 ‘왕자쥔(王家軍)’인바, 향후 중난하이에서 풍파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여섯 번째는 현 정치국 상무위원이자 경제를 총괄하는 허리펑(何立峰) 부총리다. 그는 차이치가 이끄는 ‘푸젠방(福建幫)’의 일원이지만 ‘샤먼대(廈門大) 파벌’이기도 하다.
두정은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를 인용해 현재 국무원의 진정한 권력자는 허리펑이라고 했다. 허리펑은 시진핑의 기치를 내걸고 금융계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이유로 반대 세력을 제거하고 자신의 권세를 확대하고 있다.
일곱 번째는 국가안전부장 천이신(陳一新)이다. 천이신은 중국 공산당 관료계에서 “기고만장하다(橫著走)”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가안전부는 천이신이 장악한 이후, 은밀히 움직였던 과거와는 달리 점점 더 공개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외교와 금융업에 개입하고 전국민을 동원한 ‘간첩 잡기’ 운동을 벌이며 외국 기업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다.
최근 국가안전부는 몇 가지 ‘특권’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다. ‘국가안보’ 업무를 고의로 방해한 조직이나 개인에게 형사책임이나 벌금을 물릴 수 있고, 비상시 국가안전부 요원은 모든 대중교통을 우선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등이다.
두정에 따르면, 국가안전부의 이러한 권력 남용 행위는 사방에 적을 만들고 공산당 내부의 투쟁을 심화하겠지만, 천이신이 도청 등의 불법 수단을 사용해 공산당 고위층의 약점을 잡고 있어 불만이 있어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한다.
두정은 과거에 시진핑이 ‘보이는 적’을 상대로 권력 투쟁을 할 때와는 달리 지금의 시자쥔 내부의 투쟁은 각자가 꿍꿍이를 품고 물밑에서 은밀히 암투를 벌이고 있다면서 “이 숨은 ‘뇌관’들이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