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들에 구애 나선 시진핑…전문가 “中 믿으면 발등 찍혀”

에바 푸
2024년 03월 30일 오전 11:55 업데이트: 2024년 03월 30일 오전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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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재계의 고위 인사들에게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려 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발언은 외국 자본의 중국 이탈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시 주석은 지난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미국 재계 인사들을 만나 “중국 경제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하다”며 대중국 투자를 독려했다.

이어 “지난해 중국의 경제 성장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중국이) 세계 경제 성장에 30% 이상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중국과 미국은 분리할 수 없는 관계”라며 “양국 관계의 지속적이며 안정적인 발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이 이례적으로 직접 나서서 대중국 투자를 독려한 데는 외국 자본 이탈로 인한 중국공산당의 위기의식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당국의 반간첩법 시행, 외국 기업에 대한 강압적인 조사와 부당한 처벌, 미중 간 긴장 고조 등이 외국인들의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액수는 약 330억 달러(약 44조 원)로 전년 대비 82%나 감소했다. 이는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급해진 중국은 최근 들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얼마 전 중국의 행정부 격인 국무원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주택 제공, 어학연수 및 자녀 교육 지원 등의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중국 분석 전문가들은 이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움직임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다.

대만 국립청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의 딩슈판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중국)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된다”며 “그들이 실제로 그렇게 할지, 즉 외국인 투자자에게 혜택을 제공할지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호주 시드니 공과대학의 중국학 부교수인 펑총이는 “세계 정서가 중국공산당에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기업인들은 돈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는데, 공산당 통제하의 중국 시장은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이런 측면에서 외국 자본이 (중국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경찰이 사진 촬영을 제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공산당이 반간첩법, 데이터보안법, 기밀보호법 등 국가안보 관련 법안을 강화함에 따라 중국 내 비즈니스 환경은 더욱 악화했다.

지난해 중국 당국은 베인앤드컴퍼니, 캡비전 등 글로벌 컨설팅업체의 중국 사무소를 급습해 직원들을 심문했다.

기업실사업체 민츠그룹의 베이징 사무소도 중국인 직원 5명이 연행된 후 폐쇄됐다. 중국 외교부는 이 회사가 불법 사업 운영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민츠그룹은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강제노동에 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그해 1월에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당국의 출국 금지 조치로 인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미국인 20여 명이 중국을 떠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만 룽화과학기술대학에서 국제관계 및 동아시아학을 연구하는 라이정웨이는 “중국 정권은 우리에게 ‘중국에 투자해 달라’고 말한다. 그러나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혼란이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더 이상 중국을 믿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니콜라스 번스 주중 미국대사도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은 지적재산권 절도, 체포, 압수수색 등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 당국은 민간 부문의 투자를 독려하면서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월 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회원사들은 대부분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또 전체 중 약 33%는 “중국 당국의 일관성 없는 규제로 외국 기업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정웨이는 “현재 중국 내 상황을 고려할 때, 외국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고 밝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