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최신 SF작 ‘삼체’ 공개…中 문화대혁명 장면 논란

강우찬
2024년 03월 23일 오후 12:18 업데이트: 2024년 03월 23일 오후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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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 류츠신이 쓴 동명의 SF소설을 각색한 드라마 시리즈 ‘삼체’가 21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거대 스케일을 자랑하는 탄탄한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인 만큼 큰 기대가 모아졌고 공개 후 격렬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 공산당(중공) 스스로도 재앙이라고 시인한 ‘문화대혁명’이 놓여 있다.

이 시리즈 첫 번째 에피소드는 ‘문화대혁명’의 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문화대혁명이 시작되던 1967년, 명문 칭화대에서 공부하던 여주인공 예원제는 아버지가 자신의 눈앞에서 잔혹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다.

게다가 그녀의 어머니는 자아비판 모임에 참석, 스스로 홍위병의 편에 섰음을 선언하고 남편과 ‘선긋기’를 한다.

이런 끔찍한 경험과 그로 인한 문화대혁명에 대한 환멸은 그녀가 우연히 접한, ‘삼체’라는 외계인의 습격을 경고하는 메시지를 외면하고 지구가 그들의 침략에 노출되도록 만드는 계기가 된다.

소설 ‘삼체문제’의 영어판은 이렇게 시작한다. “40여 일 동안 베이징에서만 1700명 이상의 피해자가 비판 모임에서 구타당해 사망했다”, “많은 사람이 이 광기를 피하려 더 간단한 방법-자살-을 택했다.”

이 드라마 제작을 맡은 미국인 프로듀서 알렉산더 우는 “지금은 영화화는커녕 소설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는 역사의 시기”라고 말했다.

한때 헐리우드에서는 문화대혁명을 소재로 한 영화가 몇 편 추진됐으나, 차이나머니에 점령당하면서 이런 시도는 사라졌다.

그런데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문화대혁명의 비극적 역사와 중공의 추악한 범죄가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펼쳐지게 되면서 뜨거운 찬반 논란이 전개된 것이다.

중공에 세뇌된 극단적 애국주의 네티즌 ‘샤오펀훙’들이 드라마 헐뜯기에 앞장서고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 속담을 인용해 “조금 남은 식초를 처리하려고 만두 한 접시를 찌는 셈”이라며 문화대혁명 장면을 찍으려 제작된 시리즈물이라고 비난했다.

시사평론가 친펑은 “이번 작품 공개를 앞두고 민감한 소재인 문화대혁명이 어느 정도까지 다뤄질지 관심을 끌었다”며 “하지만 이렇게나 대담하게 묘사되리라고는 아마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중국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옮기면서 내용을 대대적으로 각색하고 드라마 배경도 중국에서 런던으로 옮겼다. 다수 캐릭터들도 중국과의 관련성이 수정됐다. 그럼에도 샤오펀훙들은 문화대혁명 장면에 격렬히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첫 장면에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오랜만에 원작을 읽는 느낌이 되살아났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 네티즌은 “울고 싶어졌다. 문화대혁명은 전쟁보다 훨씬 더 나쁘다”고 썼다.

소설 ‘삼체 문제’는 머나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의 침략을 발견하고 이를 물리치려는 중국의 과학자, 경찰, 군인 집단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인류, 태양계, 고도의 과학문명을 이룬 외계 생명체마처 광대한 우주 공간의 작은 일부라는 점을 보여준 코즈믹 호러(우주적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인간의 경외·공포감) 장르라는 평가도 받는다.

작가 류츠신은 이 작품으로 2014년 미국 공상과학판타지작가협회가 선정하는 ‘네뷸러상’ 후보에 올랐고, 2015년에는 SF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휴고상’ 최우수 장편소설 부분에 선정됐다. 그는 중국 작가로는 최초로 이 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