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승인한 미 CIA 대중 정보전 핵심은 ‘팩트 폭격’

박숙자
2024년 03월 21일 오후 7:55 업데이트: 2024년 03월 21일 오후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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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자국민 눈·귀 막아…진실이 최대 약점
CIA “중국 여론에 팩트만 퍼뜨려도 효과”

지난 15일 중국 외교부 정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집권 3년 차에 들어섰을 때 중국 소셜미디어(SNS)상에서 비밀 정보전을 벌일 수 있도록 중앙정보국(CIA)에 승인했다는 보도를 언급했다.

이에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 보도는 중국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하는 것이 미국의 대중국 정보전의 중요 수단이 됐음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며 미국을 비난했다. 하지만 미국이 어떤 ‘중국 관련 허위정보’를 유포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전날(14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임 3년 차인 2019년, CIA에 소규모 팀을 구성해 계정을 허위로 만들고 시진핑 정부에 대한 부정적인 정보를 해외 언론에 퍼뜨리는 작전을 승인했다고 전직 관리 3명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전직 관리들은 이 작전은 중국 정부가 전 세계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십수 년간 벌여온 대규모 선전전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이러한 작전의 세부 내용은 공개를 거부했지만 CIA가 퍼뜨린 여론은 사실에 기반한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시사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에포크타임스에 “미·중이 정보전 맞대결을 펼치면 중국 공산당(중공) 정권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하나는 정보의 진실성이다. 탕징위안은 “미국은 진실한 정보로 중공에 부정적인 여론을 조성하는 반면, 중공이 유포하는 정보는 대부분 허위 정보”라며 “정보의 진실성 자체가 중공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했다.

다른 하나는 이념적 색깔이다. 미국 CIA는 허위 계정을 통해 중공을 공격하지만 알아채기 어려운 반면, 중공의 대외 선전 공작원은 강한 공산당 문화의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어 허위 신분을 사용해도 식별하기 쉽다는 것이다.

중국 변호사 출신 인권운동가 라이젠핑(賴建平)은 에포크타임스에 “최근 미국뿐 아니라 호주·캐나다·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중공이 서방 국가에 파견한 스파이, 대외 선전 및 여론을 조성하는 공작원들을 잡아들이고 있고, 일부는 법정 절차까지 밟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보전, 일대일로 참여에 대한 경각심 유발

전직 관리들은 “CIA 정보요원들이 개발도상국 인프라에 자금을 지원하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은 부패한 데다 돈 낭비라고 비난했다”고 밝혔다.

일대일로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2013년 제안해 ‘국가전략’으로 확정한 경제·군사 영토 확장 사업이다. 중공은 일대일로를 통해 참여 국가에 대한 정치적, 이념적 침투를 강화하고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탕징위안은 미국이 정보전을 통해 일대일로 참여국의 실패 내막과 원인을 폭로해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일대일로의 어두운 내막을 폭로함으로써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중공의 일대일로를 경계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며 “모두가 일대일로에 섣불리 참여하지 못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베이징의 한 거리에 있는 ‘일대일로’ 광고판. 2023년 10월 15일 촬영. | Jade Gao/AFP via Getty Images/연합

2019년부터 해외 언론은 일대일로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중공의 부패에 대해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2019년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 계약을 지원하는 대가로 중공이 나집 라작(Najib Razak) 전 말레이시아 총리의 말레이시아 펀드 부패 스캔들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줬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또 뉴욕타임스는 에콰도르 일대일로 댐 프로젝트의 부패 스캔들을 폭로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압둘라 야멘 전 몰디브 대통령이 일대일로에 따른 중국의 대출과 재정 지원에 의존해 권력을 공고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매체 ‘퀘스천 차이나(questionchine.net)’는 중공의 일대일로에 숨겨진 진실을 논평했다.

이후 중공의 일대일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에서 눈에 띄게 좌절을 겪었다. 말레이시아는 계획 중인 고속철도 프로젝트를 취소한다고 발표했고, 탄자니아는 중국이 100억 달러를 투자한 항만 건설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스페인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고,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한 참여국인 이탈리아는 일대일로에서 탈퇴했다.

또한 일대일로는 많은 국가로부터 부패, 부채 함정, 신식민주의 등으로 인해 비판을 받고 있다.

탕징위안은 “미국은 중공의 실상을 공개함으로써 중공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고, 지정학적 확장을 억제하는 데 뚜렷한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중공 고위층의 해외 자금 은닉 스캔들 폭로

미국의 비밀 반격전은 중국 소셜미디어에 중공 고위층의 해외 자금 은닉 스캔들을 유포해 중국 여론이 중공에 불만을 갖도록 유도했다.

2019년 8월 3일, 중국 재정부 재정과학연구소 소장을 지낸 자캉(賈康)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겸 화샤신공급경제학연구원 수석 경제학자는 “스위스 은행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소식, 100명의 중국인 예금이 총 7조8000억 달러(약 1경459조8000억원)”라는 소식을 리트윗했다.

자캉(賈康)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 겸 화샤신공급경제학연구원 수석 경제학자가 SNS에 올린 게시글. | 인터넷 이미지

이 소식은 중국 인터넷상에서 빠르게 유포됐고, 순식간에 인터넷 여론의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다. 이들 부자 1인당 평균 예금액를 계산하면 780억 달러(7조8000억달러 ÷ 100명=780억달러)이다. 누리꾼들은 “이 부자들은 과연 누구인가? 사실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현실인가”라며 개탄했다.

2020년 8월 14일, 주중 스위스 대사관은 위챗을 통해 스위스와 중국 수교 70주년을 축하한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하지만 뜻밖에도 중국 네티즌들이 몰려와 “나라를 훔친 자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를 부탁한다”, “귀국(貴國)은 부패한 관리의 명단을 빨리 공개하라”, “부정한 돈을 먼저 동결해 주면 중국 인민은 당신들에게 감사할 것이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2013년 위키리크스의 ‘중국기밀문건’에 따르면, 중공 고위 관리들이 보유한 스위스 은행 계좌가 약 5000개이고, 이 중 3분의 2가 중공 중앙정부 관리들의 것이다. 부장급(장관급) 이상과 중앙위원회 위원은 대부분 이 명단에 포함됐다. 홍콩은 중공 고위 관리들의 주요 돈세탁 경로이다.

중공 고위층의 직계 존비속과 후손들은 미국 등 서방에 거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10여 년 전 미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중공 부장급(장관급) 이상 관료(퇴직 간부 포함)의 아들 세대는 75%가 미국 영주권 또는 시민권자이고, 손자 세대는 91% 이상이 미국 시민권자이다. 장쩌민의 손자 장즈청(江志成), 덩샤오핑의 손자 덩줘디(鄧卓棣) 등도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젠핑은 “미국의 이 같은 정보공작은 많은 문제에서 전체적, 거시적으로 공산당의 통치를 약화시키는 데 상당히 효과적”이라며 “미국이 조성한 여론은 공산당 간부들 간의 갈등을 조성하는 데도 일조한다”고 했다.

제임스 코머 미 하원 감독위원장이 2021년 5월 12일 감독위원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Jonathan Ernst-Pool/Getty Images

미 하원, 중공의 침투 상황 조사 착수

미국의 정보 반격전은 중공이 지난 수십 년간 전방위적으로 미국에 침투한 데서 비롯됐다. 제임스 코머 미 하원 감독위원장(공화·켄터키)은 지난 14일 연방정부의 9개 부처에 서한을 보내 중공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조사 대상은 법무부, 농무부, 환경보호국, 마약단속국, 글로벌 미디어국, 재무부, 항공우주국, 에너지규제위원회, 국립과학재단 등 9개 연방 기관이다. 향후 몇 달 동안 청문회 등을 통해 조사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조사의 목적은 중공의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서한은 밝혔다. 주요 조사 내용은 중공의 정치전(戰) 전략, 미국에 대한 영향력 행사 방식, 그리고 각 기관의 대응 방안 및 효과 등이다.

코머 위원장은 서한에서 “중국공산당은 단 한 발의 총알도 쏘지 않고 미국의 전 경제 부문과 공동체를 표적으로 삼고, 영향을 미치고, 침투함으로써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교롭게도 코머의 서한이 발송되기 몇 시간 전에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정부의 정보전에 대한 반격전을 개시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이 ‘CIA 비밀작전’의 유지 여부와 관련해 라이젠핑은 “바이든 정부도 이 비밀작전을 계속하고 있을 것”이라며 “투입한 인력과 자금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 이 기사는 장훙, 이루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