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이례적인 감세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 들어 세금 감면·비과세 정책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더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정부 관계부처에 따르면, 2024년 이후 3월 초까지 부처별로 발표된 정책들은 세금 부담을 줄이고 규제를 철폐하는 내용을 담은 방안들이 대부분이다.
일례로 정부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50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린 투자자가 내는 세금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기로 했다.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야 하는 대주주 기준에 대해서는 ‘종목당 10억 원 이상’에서 ‘종목당 5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해 수십억 원대 주식 투자자들의 과세 부담을 대폭 줄여줬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기존 정책 기조와는 다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 및 비과세 한도 2배 이상 상향’, ‘공매도 금지’ 등의 정책을 연쇄적으로 발표했다.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는 ‘기업 밸류업 방안’ 역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사안 중 하나로, 이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언급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그 외에도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을 시행령상 최고한도인 1억400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 기업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 방안 등이 민생토론회에서 발표됐다.
이런 가운데 이날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연 소득 7800만 원 이상 고소득자가 비과세 또는 감면 방식 등으로 혜택을 받을 조세지출은 15조4000억 원으로 평가됐다.
지난 2019~2021년 10조 원 안팎에 머무르던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022년 12조5000억 원, 2023년 14조6000억 원(전망)으로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중·저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을 살펴봐도 고소득자 대상 조세지출의 증가세가 더 가파르다. 지난해와 올해 전체 개인 조세지출 중 고소득자 수혜 비중은 각각 34.0%, 33.4%로 전망됐다. 28~30%대에 머물렀던 2019~2021년에 비해 크게 상승한 수준이다.
대기업의 조세지출도 마찬가지다.
올해 기업 대상 조세지출 중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이 수혜를 보는 분량은 6조6000억 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보다 2조2000억 원이 껑충 뛴 액수다. 대기업의 수혜 비중 역시 4.7%포인트(p) 오른 21.6%로, 지난 2016년(24.7%) 이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고소득자와 대기업 위주로 조세지출 규모가 증가하면서 올해 조세지출 총액은 77조1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고소득자·대기업 중심의 감세·비과세 정책에 일각에서는 정부 재정에 부담을 가할 뿐만 아니라 과세 체계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모습이다.
다만 정부는 고소득자 수혜 비중이 상승한 이유로 사회보험 가입률과 건강보험료율 상승을 들었다. 고소득자일수록 보험료 공제 규모가 크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의 감면 비중에 있어서도 연구·개발(R&D) 및 투자세액공제가 투자 규모가 큰 대기업의 감면 비중에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대기업 세제 지원을 통해 투자를 창출하고 근로자들의 혜택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