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시점에? 中 방첩기관 “한국전쟁 당시 美 세균전” 재거론

황효정
2024년 02월 22일 오후 2:28 업데이트: 2024년 02월 22일 오후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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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련 기밀문서와 中 군고위층 증언으로 이미 허위 판명된 주장

중국 방첩기관이 한국전쟁 당시 자국 지하 조직의 정보전을 통해 미군에 의한 세균전을 찾아냈다는 허위 주장을 펼쳐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중국 모바일 메신저 위챗의 중국 국가안전부 공식 계정에는 중국공산당 은폐전선(隱蔽戰線)의 정보전 성과를 소개하는 ‘북위 38도선에서의 숨겨진 대결’이 게시됐다. 은폐전선은 중국공산당 산하 조직으로 지하공작 등의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하는 기관이다.

이날 중국 국가안전부는 “1950년 6월 25일 남북조선(남북한)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고, (중국공산당) 중앙은 반도(한반도) 형세에 긴밀히 주목했다”면서 “1950년 미군이 인천에 상륙하기 전에 은폐전선은 미군의 상륙 의도를 정확히 예측하고 당 중앙의 지시에 따라 정보를 사전에 우방(북한)에 알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한반도에서 세균전을 수행했다는 주장을 다시금 꺼냈다. 그간 중국은 한국전쟁이 진행 중이던 지난 1952년 1월 미군이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일부 지역에서 비밀리에 세균전을 벌였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국가안전부는 “1951년 적은 조선 전장과 우리 중국 동북 경내(국경 안)에서 세균전을 진행했다”면서 “은폐전선은 적의 세균전 실시 음모를 제때 파악해 신화통신을 통해 알려지게 했고, 국제 사회에 적의 잔혹한 행위를 폭로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적의 공갈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은폐전선은 위험을 무릅쓰고 세균전 실제 증거를 성공적으로 손에 넣었고, 특히 적이 악명 높은 일본 731부대를 인수·관할해 그 기술로 세균전 무기를 개발했다는 내부 사정도 파악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 측 주장은 기밀해제된 구소련 문서에서 이미 허위로 규정된 바 있다. 지난 1998년 공개된 소련공산당중앙위원회의 1953년 비밀문건들에서는 소련 공산당과 정부가 이미 “미군 세균전 주장은 ‘잘못된 정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규정했다.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 고위 장성 역시 이른바 북한과 구소련이 주장했던 ‘미군의 세균전’은 허위정보라고 증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6월 영어 번역본이 출간된 워질리의 1997년 회고록에는 한국전쟁 당시 해방군 총참모장을 지낸 황커청이 1986년 12월 사망을 앞두고 워질리에게 “미 제국주의자들은 조선에서 세균전을 벌이지 않았다. 이제 양국(미·중) 관계가 나쁘지 않으니, 그 문제에 관해 계속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실렸다.

워질리는 한국전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의 의무책임자였는데, 인민지원군은 중공이 정규군인 인민해방군을 파병하면서 정규군이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위장한 군부대였다. 워질리가 1997년에 쓴 회고록은 그가 사망한 2008년에서 5년이나 더 지난 2013년 염황춘추라는 잡지에 실렸고 2015년에야 영어로 번역된 글이 공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