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책에도 부진한 中 증시, MSCI서 66개 종목 제외

강우찬
2024년 02월 16일 오후 3:4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6일 오후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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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문가들 “경착륙 우려, 인도·베트남 등 대안 모색해야”

주가지수 산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전 세계 지수 ‘MSCI 올컨트리 월드 인덱스(ACWI)’에서 중국 기업 66개사를 제외했다.

침체한 중국 경제에서 투자 자금이 손을 뗀 신호로 여겨지고 있다.

MSCI는 이번 종목 편입·교체를 통해 101개 종목을 제외하고 24개 종목을 추가했다.

제외된 중국 66개 종목에는 중국 최대 유전자 업체 화다(BGI), 중국남방항공, 부동산 업체인 진띠그룹(金地集團)과 녹성그룹, IT기업인 웨이보 등이 포함됐다.

반면 가전업체 메이더그룹(美的集團), 바이오기업 쥐따(巨大)생물유전과 MGI테크, 중국자오샹(招商)고속망연결과기, 닝보싼씽(寧波三星)의료전기 등 5개 종목이 새로 추가됐다.

이번 종목 편입·교체는 이달 29일 거래 종료 시점에 시행한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ACWI의 국가별 비중은 미국이 60% 이상을 차지하며, 일본 5.5%, 중국 3.2% 정도다.

중국 기업 66개 종목이 MSCI에서 제외되면서, 설 연휴 이후 홍콩 증시는 큰 폭의 하락세로 출발했다.

미국·일본은 활황, 하락세 안 멈추는 중국 경제

미국 주가지수 S&P500이 50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서방 시장은 활황을 맞이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3일 기준,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이용한 개인투자 상품의 경우, 10개 증권사를 통한 계좌 매입이 1조8000억 엔(약 16조 원)으로 기존 투자액의 3배에 달하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증시 활황에 비해 중국은 주가 하락, 자금의 국외 이탈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달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닛케이 평균주가가 사상 최고치인 3만8000엔대를 기록한 것 역시 중국 시장의 투자 자금이 일본으로 유출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시장은 수년간 지속된 부동산 시장 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경제 침체로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잃고 있다. 지난 5일 상하이 증시 주가지수는 한때 약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지난 한 해 중국의 주식과 채권시장에서 유출된 외국인 자금은 845억 달러(약 112조 원)에 달한다.

주가 폭락으로 지난 3년간 중국과 홍콩 증시에서 9천조 원이 증발하고,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 증권 수장을 경질한 것도 증시 불안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 됐다.

달라진 경제 실적, 차가워진 국제 사회 평가

중국 경제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지난해 제로 코로나 종료 이후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한 것과 관련 깊다.

지난해 12월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같은 해 7~9월 외자 기업의 중국 투자는 118억 달러의 마이너스를 기록해 통계가 시작된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세계은행은 지난해 12월 14일 보고서에서 중국 경제가 부동산 경기 침체, 해외 수요 감소, 소비자 신뢰도 하락 등 ‘취약성’을 안고 있어 경제성장률이 4.5%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 경제연구센터는 같은 달 18일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 2027년에는 성장률이 제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현실은 연구기관의 예상보다 훨씬 더 비참하다고 지적한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에이킨 경영대학원의 프랭크 셰(謝田·셰텐) 교수는 현재 중국 정부, 기업, 개인의 총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300%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중국공산당은 이자와 계약금을 낮추고 대학생과 은퇴자 등에게 주택 구입을 장려하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출신 경제학자 청샤오눙(程曉農)은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 데이터가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어 외국 학자들이 중국 경제의 가장 진실하고 심층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과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문제가 정권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고 거품 붕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 시부야 츠카사(澁谷司) 아시아태평양교류학회 회장은 지난해 말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은행의 약 80%가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며 위기론을 제기했다.

시부야 회장은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난은 중국 사회를 뒤흔들 시한폭탄”이라며 “대도시에서도 공무원 월급 미지급, 경찰 조직 축소 등이 이뤄지고 있어 사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회주의 체제하의 자본주의 통제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원리를 일부만 도입하고 정부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식이 경제 침체와 함께 급속하게 작동 불능에 빠졌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갑자기 붕괴하기 전에”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경제 중심을 분산해야 한다고 시부야 회장은 조언했다.

* 이 기사는 왕원링, 사도 미치요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