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무비자 입국 허용 확대…“데이터 수집·감시 주의해야”

줄리아 예(Julia Ye)
2024년 02월 15일 오후 2:0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5일 오후 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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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관광비자 발급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함으로써 침체된 자국 관광산업을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이 중국 여행을 꺼리는 ‘진짜 이유’는 비자 문제가 아니다. 그들은 자국민, 외국인을 가리지 않는 중국의 전방위적인 감시와 데이터 수집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CNN이 보도한 중국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3550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9770만 명의 36%에 불과한 수준이다.

중국 여행사 ‘차이나 하이라이트’의 스티븐 자오 최고경영자(CEO)는 “서방 국가로부터 오는 단체 여행이 거의 없어 많은 여행사가 관광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국공산당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말레이시아 등 6개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또한 한국 등 12개국에 대해 비자 발급 수수료를 25% 인하했고, 미국인의 비자 발급 절차도 간소화했다.

이런 정책과 관련해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리방벽(The Great Firewall)

중국공산당의 사이버 검열 시스템을 ‘만리방벽’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에 거주하는 완샤오쥔은 얼마 전 집안 문제로 오랜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만리방벽에 부딪힌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 입국하자마자 우버, 구글, 트위터 등에 대한 접근이 차단됐다. 그 대신에 위챗, 바이두 등 중국공산당이 승인한 앱만 사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은 보통 현지 유심(USIM) 카드를 구매해 사용하는데, 구매할 때 신분 확인을 위해 여권을 제시해야 한다. 이것도 악용될 위험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완샤오쥔은 “중국 당국의 빅데이터 감시가 개인 프라이버시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며 “모든 사람의 지문이 수집되기 때문에 사생활을 보호할 방법이 없다. 외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당국은 2017년부터 모든 외국인 관광객의 지문을 채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나는 중국에 머무는 동안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 위해 필요할 때만 외출했다.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아마 당국의 엄격한 감시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의 한 주차장에 설치된 하이크비전 감시카메라 | 연합뉴스

중국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완 씨뿐만이 아니다.

베이징 출신인 자오지에(가명)는 현재 일본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중국 당국의 엄격한 봉쇄 조치가 해제된 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을 방문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과의 인터뷰에서 “현지 은행에 갔다 그곳에서 체포될 뻔했다”며 “오랫동안 중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신분증이 만료됐는데, 은행에서는 신분 확인을 위해 외국에서 발급받은 사회보장카드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은행 업무와 사회보장카드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다. 찝찝한 기분이 들어 사회보장카드를 제시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자 경비원과 관리자가 나를 체포하려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다행히도 경찰에 넘겨지진 않았지만 ‘신분 확인 절차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작성해야 했다”며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중국 출신인 왕신(가명)은 일본인과 결혼해 일본 시민이 됐다.

그는 “일본인들은 중국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중국의 팽창주의, 일본산 수산물 금수 조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분쟁 등으로 인해 이런 반중 감정이 더욱 고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호흡기 질환이 재확산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며 “일본인들은 겁에 질려 중국에 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장벽

중국의 관광지 예약 시스템도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각 관광지에 따라 예약 절차, 인터페이스 등이 모두 다르고 외국인을 위한 예약 옵션이 없는 경우도 있다.

중국 현지 여행사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예약 시스템이 외국인 관광객에게 걸림돌이 되고 있다.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언어 장벽이 높아졌다는 점도 있다.

중국 구이린시에서 여행 가이드로 활동하는 허페이는 “원래 이 지역에 있는 모든 4성급 이상의 호텔에는 영어를 구사하는 직원이 있었지만, 3년간의 봉쇄로 인해 그들은 모두 직업을 잃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오직 여행 가이드를 통해서만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됐다. 호텔에서 제공하던 환전 서비스 등도 사라져 관광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