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사건 당시 경찰 ‘비공개’ 무선 내역 입수
유일한 사망자 애슐리 배빗 사망 당시 상황 담겨
총격 가한 경찰관, 상황 오판하고 허위 보고…고의성 쟁점
“의사당 복도에서 실탄 공격을 받고 있으며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
지난 2021년 1월 6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의사당 점거 사태 당시 출동한 의회경찰 마이클 버드 경위의 허위 무전 보고 내용을 정리한 내용이다.
당시 시위대의 총격 공격은 없었지만, 버드 경위는 총격을 받고 있다며 있지도 않은 사실을 보고했다. 특히 버드 경위는 시위 참가자 애슐리 배빗에게 치명적인 총격을 가한 뒤 1분도 채 되지 않아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사실은 1·6 사태를 둘러싼 미 연방법원 소송전에서 드러났다.
이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무전 교신 내용은 사건 당일 의회경찰찰이 사용한 교신채널인 ‘OPS2’의 오디오 녹음의 일부로 에포크타임스가 이번에 단독으로 입수한 기록이다.
이 자료는 당시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진 배빗의 남편 애론 배빗이 올해 1월 5일 미 연방법원에 제기한 소송에서 증거 자료로 제출됐다. 샌디에이고 출신인 애론 배빗은 보수성향 시민단체 사법감시(Judicial Watch)의 지원을 받아 미국 연방 정부를 상대로 과잉 진압으로 사망한 부인에 대한 배상금 3000만 달러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에 따르면 의회경찰 소속 버드 경위는 40구경 탄환이 장전된 글록22 권총을 발사해 배빗의 왼쪽 어깨를 명중시킨 뒤 자신이 총격을 받아 반격할 준비가 됐다며 허위로 무선 보고를 했다.
또한 소장에는 “실제로 버드 경위와 그의 동료 경찰들에게 발포된 실탄은 한 발도 없었다”며 “해당 상황에서 발사된 유일한 실탄은 버드 경위가 배빗에게 발사한 총알이며, 버드 경위는 배빗이 창틀 밖으로 떨어지는 것까지 목격했다”고 당시 상황이 서술돼 있다.
의회경찰 및 버드 경위의 변호사는 이 소송과 관련해 의견을 요청한 에포크타임스의 요청에 기사 송출 시간 전까지 응답하지 않았다. 버드 경위는 현재 경감으로 승진한 상태다.
배빗을 사망케 한 총격이 있기 몇 분 전 경찰 무선 교신원은 “하원의사당 쪽에서 총기가 발포됐다”고 잘못 보고한 바가 있다.
소장에는 이에 대해 “버드 경위가 하원의사당을 떠나 하원의장의 로비를 가로질러 인접한 휴게실로 이동하기 이전에 하원의사당에서 이미 총격이 발생했다는 잘못된 보고를 믿고 행동했다”고 명시했다.
그리고 “당시 버드 경위의 위치를 고려했을 때 그가 합리적이고 신중한 경찰이었다면, 그 보고가 잘못된 것이며 해당 보고는 유리가 깨지는 소리를 총격으로 착각한 잘못된 보고임을 파악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버드 경위가 당시 자신이 총격을 받고 있고 반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무선 보고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소장에 따르면 버드 경위는 배빗을 이미 공격하고 1분도 지나지 않은 직후에 허위 보고를 했다.
또한 소장에는 “당시 상황이 진실을 말해준다. 애슐리가 이미 숨어 있었음에도 버드 경위는 그녀에게 총격을 가했다. 현장에 있었던 여러 목격자들이 ‘당신이 이 여자를 죽였다’고 소리쳤다”고 밝혔다.
아울러 “버드 경위는 애슐리를 살해한 것에 대해 어떠한 법적 처벌 혹은 징계를 받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하원 회의실 복도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양손으로 글록22 권총을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하고 있는 버드 경위의 모습이 담겨 있다.
버드 경위가 이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진술한 것은 수사기관도 아닌 NBC 뉴스에 출연한 것이 유일하며, 그마저도 그는 자신이 허위 무선 보고를 한 사실이나 자신과 다른 경찰들에게 총이 발사되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그는 자신의 총격으로 전직 공군 출신 배빗을 살해한 것을 정당화하지도 않았다.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경찰 무선 녹취자료에 따르면, 신원미상의 한 의회경찰관이 오후 2시 43분이 되기 직전 하원의사당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최초 보고했으며, 이후에는 버드 경위가 총성이 들렸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두 보고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관: “총격 발생, 하원의사당. 총격 발생, 하원의사당. 신속 지원 바람”
교신원1: “총격 발생, 하원의사당. 총격 발생, 하원의사당”
교신원2: “지원 병력 필요…..(교신 종료)”
교신원2: (이 교신 내역은 OPS2채널에서는 끊겼으나 OSP1채널에서는 청취가 가능했다) “하원의사당 총격 대응 지원 병력 요청. 반복한다, 하원의사당 총격 대응 지원 병력 요청. 다시 반복한다, 하원의사당 총격에 대응할 지원 병력 요청한다. 14시 43분 발생.”
버드 경위: “405-B(경관식별코드), 로비에서 총격 발생. 하원의사당에서 총격 발생. 경관 향해 발포 중. 반격 준비 완료. 출동 경관 총격 준비 완료. (잘 들리지 않음) 움직이지 마! 움직이지 마!”
버드 경위의 마지막 교신 이후 11초간 무선 교신이 끊겼다.
이번 소송의 피고인 미 법무부는 지난 1월 6일 소송 관련 증거로 중간에 교신이 끊긴 OPS2 기록만 제출했다. 위 기록과 같이 중간에 교신이 끊기는 바람에 OPS2 기록에는 중요한 부분인 “반격 준비 완료. 출동 경관 총격 준비 완료”가 적혀 있지 않다. 미 법무부가 제출한 녹취록에는 대신 “교신 종료, 이로 인한 기록 종료”라 적혀 있다.
교신원: “전 대원에게 교신 내용 전한다. 하원의사당 또다시 총격 발생”
버드 경위: “우리 측에 부상자 발생. 누군가 총격을 당한 걸로 보인다. 그…”
(다른 무선 때문에 내용 끊김)
경찰관: “민간인 한 명 총상. 구급지원 요청. 의회 서문을 통해 하원 로비로 구급지원 요청”
교신원: “그건 하원의사당 쪽…”
버드 경위: “405-B다. 알아들었나?”
교신원: “알아들었다. 하원 로비 쪽 서문으로. 개별…”
이후 버드 경위는 하원의사당 입구에서 하원의장 로비 쪽으로 후퇴했다. 의회경찰 비상대응팀(USCP) 소속 마이크 브라운 경위는 당시 버드 중위가 “쓰러져 거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번 소송으로 그간 비공개였던 녹취록이 공개되자 사망 당시 35세였던 배빗 살해 사건에서 왜 버드 경위가 과잉 진압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논란이 일고 있다.
미 법무부가 발행한 보고서 또한 버드 경위의 무선 보고와 관련된 진술은 포함돼 있지 않다.
버드 경위는 2021년 미 국회의사당 사태 당시 의회경찰을 수사한 워싱턴DC 광역경찰국 내사과 경관에게도 어떠한 진술도 하지 않았다. 2021년 1월 6일 저녁 워싱턴DC 광역경찰국 내사과 조사에서 버드 경위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변호사 선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버드 경위는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의회경찰 측에 당시 상황에 대해 자세히 소명했으나, 의회경찰로부터 따로 징계나 청문을 받지는 않았다.
중대 오류를 포함한 미 법무부 보고서
버드 경위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미 법무부 보고서에는 수많은 오류와 허위 진술이 포함돼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하원의사당 로비로 통하는 출입문 유리가 깨지자 “폭도들이 깨진 유리 사이로 손을 뻗어 바리케이드로 막아둔 가구들 위에 있는 의자를 밀쳐 냈다”고 기술돼 있다.
그러나 해당 구역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배빗이 총에 맞기 전후로 그 어떤 바리케이드나 의자가 넘어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미 하원 경비를 맡고 있던 제이슨 간돌프 경위가 자신을 비롯해 의회경찰 여럿이 “하원의사당으로 침입한 폭도들이 로비로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 했다”고 진술한 내용을 그대로 인용했다.
그러나 하원 회의실 바깥 복도에 제일 처음으로 진입한 시위 참여자 테일러 핸슨이 촬영한 영상에 따르면, 핸슨은 간돌프 경위에게 인사를 건네며 함께 “안전하게 있어라, 알았나?”라고 대화를 나누기까지 했다.
핸슨와 배빗이 하원 회의실 복도 문에 다다랐을 때, 그들은 그 문을 지키고 있던 세 명의 경관들과 호의적인 대화를 나누었다. 그 현장에는 티모시 리블리, 카일 예터, 크리스토퍼 란치아노 경관이 있었다.
핸슨은 경관 중 두 명이 앞서 사용한 소화기에서 뿌려진 하얀 가루가 묻은 것을 보고 예터 경관에게 “물이나 뭐 필요한 거 있나?”라고 물었다.
그러나 이런 사실과 달리 간돌프 경위는 수사관들에게 배빗이 “문의 유리창을 깨는 것에 동참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영상에 따르면 배빗은 하원 로비에 있는 동안 유리를 깨뜨리거나 기물을 파손하지 않았다. 배빗은 되레 유리를 깨뜨린 시위 주동자 재커리 알람과 대치했고, 결국 이러한 만류에도 알람이 유리를 깨뜨리자 배빗이 주먹으로 알람의 얼굴을 가격한 모습이 영상에 그대로 남아있다.
이런 분명한 증거 영상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미 법무부는 배빗을 ‘국회의사당에 불법으로 침입한 폭도 및 적극 가담자’로 묘사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 보고서와 관련해 미 법무부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송고시간 전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이 보고서에는 간돌프 경위와 미 하원 경비대원들이 실시한 응급처치 내역이 적혀 있었지만, 캘리포니아에서 시위에 참여하러 워싱턴DC에 온 흉부외과 및 마취과 전문의인 오스틴 해리스 박사가 구급가방을 들고 쓰러진 배빗의 응급처치를 한 사실은 언급되지 않았다.
오스틴 해리스 박사는 4분간 배빗을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였으나, 자전거를 타고 있던 미 하원 경비대원이 무릎을 꿇은 자세로 진료를 하던 오스틴 해리스 박사를 죽어가던 배빗과 떨어뜨려 끌고 갔다.
오스틴 해리스 박사가 끌려가기 바로 직전에 영상을 찍고 있던 박사의 조수 영 킴도 의회경찰로부터 구조 활동을 중단하고 떠날 것을 강요받았다.
지난해 1월 25일, 오스틴 해리스 박사는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돼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에 있었다는 이유로 4가지 경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영 킴은 FBI 지명수배자 명단에 잠시 올랐으나 2021년 4월경 아무런 설명도 없이 지명수배자 목록에서 사라졌다.
미 국회의사당 사태에 대한 특이한 사실들
배빗 총격 사건에는 여러 가지 특이한 측면이 있었다. 버드 경위의 이름은 사건이 일어나고 거의 9개월 동안 언론과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법무부가 그를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한 지 4개월이 지난 후에도 그의 이름은 여전히 비밀이었다. 그의 이름은 NBC 뉴스 앵커 레스터 홀트와의 인터뷰를 위해 TV에 출연했을 때 최초로 공개됐다.
인터뷰가 NBC에서 방영되기 몇 주 전이던 지난 2021년 7월 8일, 버드 경위는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있는 군용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 미 공군과 국방부를 상대로 버드 경위의 숙박에 대한 세부 정보를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 주디셜 워치에 따르면, 버드 경위는 처음에는 일반 객실에서 묵었으나, 후에는 일반적으로 준장급 이상의 군 간부들이 묵는 방으로 객실이 업그레이드됐다.
의회경찰은 2주마다 법인카드로 해당 호텔 비용을 결제했다. 버드 경위는 2022년 1월 28일 호텔에서 체크아웃했다. 주디셜 워치가 입수한 기록을 보면 버드 경위와 그의 애완동물이 앤드루스 합동기지 내 호텔에서 머무는 동안 3만 7000달러(약 4943만 원)가 지출됐다.
그는 미 NBC와의 인터뷰에서도 자신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방송에 나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저와 제가 했던 행동에 대해 떠들어대고 소문내고 헐뜯고 대놓고 하는 협박들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내게 ‘죽여버리겠다’, ‘머리통을 잘라 버리겠다’고 하는 등 사악하고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인종차별적인 공격도 받았다. 물론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는 것을 알지만 모두가 낙담스럽다.”